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마미 Apr 16. 2017

부부사랑의 기술

내남자와 나의 백일반지를 보며...

지금으로부터 14년전 어느 여름날.


2003. 08.22

.

내가 직장인 3년차였을 때,

대학교 졸업반인

공대생 남자를

소개팅으로 만났다.

.

이 남자는

첫만남에 남방 한장, 면바지, 맨발에 샌들을 신고 나왔다. 정장차림으로 나간 내가 무색할 정도로 캐쥬얼했던 그.

.

"학번이 같으니 말 놓죠. 뭐..."

.

하는 그가 무색하리만치 나는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

'몇 번 만나다가 아니면 헤어질 사인데 뭐하러...'

내 속마음이었다.

.

소개팅날 먼발치에서 언니의 소개팅상대를 힐끗 보고 지나간 나의 친동생들이 그에게 별명을 붙였다.

.

'토나와' (얼굴이 못 생겼다고..)

'스치는 바람' (언니를 스쳐지나갈 남자라고..)

.

하지만 지금 나는 그남자와 14년째 얼굴을 마주하고 지내고 있다. 그가 바로 한지붕 아래서 같이 살고 있는 '내남자'다. 나의 두 아이들의 아빠.

.

첫만남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밥을 사줬다.


"학생이시니까 제가 낼게요..."

"그럼 제가 술을 살게요..."

.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14년째 밥을 사주고, 밥을 차려주고, 술을 사주고 나눠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

내일이면 우리의 12주년 결혼 기념일이다. 시간 참 빠르다...

.

그간 수많은 일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이 백일반지의 힘(?) 덕분인지 우리는 함께 사랑하고 때론 서운해하면서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

나는 우리들의 결혼반지보다 이 백일반지가 더 좋다. 어딜가도 이 반지를 끼고 외출한다. 집에 있을 때도 세수와 동시에 끼고 다닌다.

.

왜일까...?

오늘에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

그러자 백일반지를 사던 날 밤에 내가 했던 말이떠올랐다.

.

"그쪽 반지는 내가 살테니, 내반지는 그쪽이 사줘요. 설령 헤어지더라도 손해보는 일 없게요..."

.

그랬다.

나는 설령 남자친구일지라도 거저받거나 신세지지 않는 여친이고자 했다. 아내가 되어서도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

'신세지지 않는다', '우는 소리 하지 않겠다', '희생하며 산다고 징징대지 않겠다'

.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동등한 입장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겠다고 생각해서였다.

.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부부사이에 '동등함'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사랑'이 답일 뿐.

.

사랑

.

사랑하면 다 되는거였다...♡

.

내가 나를 진정으로 깊이 사랑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만큼 나의 반쪽을 사랑하고 우리 사랑의 결실인 자녀를 사랑하고...♡♡♡♡

.

봄날에 따스한 햇살아래 손잡고 걸어가는 중년의 부부들을 본다.

.

눈가의 주름살마저 닮은꼴인 그들을보며,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둔 나는 오늘도 한 수 배웠다.

.

사랑하면 다 되는거다.


#부부사랑의기술 #자기사랑 부터

#내가나를사랑하지않으면

#아무도나를사랑하지않으니

#성장하는엄마꿈이있는여자

#김미경

#갈라북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엄마라고 느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