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도미노피자
미국에서 매해 10월은 '피자의 달(National Pizza Month)'이라고 합니다. 문득 왜 한국에 '치킨의 달'이 없을까 싶지만, 아무튼 미국인들에게 피자란 자고로 한국인들의 치킨과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만큼 피자를 파는 회사 입장에서는 극한의 레드오션 시장이죠. 그 전쟁터에서도 유독 빛이 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도미노피자(Domino's)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회사 중 하나인데요. WSJ(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온라인 주문 비중이 보통 5-10% 정도인 반면 도미노는 2019년에 65%였으며 2020년에는 75%까지 증가합니다. 위기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도미노의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서비스인 "Carside" 덕분인데요.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이후 재빠르게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도미노가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언택트(contactless)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2019년에 시간이 촉박한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한 손님이 매장에 도착하면 직원이 곧바로 차 트렁크에 넣어주는 서비스도 론칭했습니다. 말이 쉽지 이는 디지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려운 서비스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고객 불만만 높아지고 고객 경험을 망쳐버리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죠. 또한 도미노피자의 성장이 단순히 얻어걸렸다고 보기 힘든 이유는 똑같이 피자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파파존스(Papa John's)에 비해서도 그 성과가 월등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죠. 도미노의 시대를 반 발짝 앞서는 움직임은 이미 12년 전에 시작되었는데요. 뭐 도미노가 배달로 성공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기에선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려구요. 피자 가게가 아닌 테크 회사라 불리는 도미노의 성공 요인은 근본적으로는 테크가 아닌 고객 경험과 과감한 실험 정신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 기업의 성장을 간단하게 판단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는 주가 흐름과 시가총액, 그리고 매출 성장률 및 영업이익입니다. 이왕 보는 거 도미노와 경쟁 피자 브랜드인 피자헛, 파파존스의 주가 그래프부터 함께 볼까요?
2008년부터 2020년까지의 주가 그래프입니다. 언뜻 보더라도 도미노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네요. 피자헛의 모회사인 얌브랜즈(Yum Brnads)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상승 추세에 있지만 아직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원래 펩시콜라의 모회사인 펩시코(PepsiCo)에서 독립한 얌브랜즈는 현재 피자헛을 비롯해 KFC, 타코벨 그리고 더해빗버거그릴(THe Habit Burger Grill)을 운영하는 그야말로 거대한 글로벌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2020년 10월 29일 기준)시가총액이 286.5억 달러(한화로 약 32.5조 원)인데, 재밌는 것은 이제 도미노 하나가 그 절반이 넘는 151.3억 달러(약 17.1조 원)이라는 것이죠. 이것만 봐도 도미노가 얼마나 거대해졌는지 가늠이 되시죠?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파파존스도 이번 팬데믹으로 주가상승률이 도미노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시가총액은 도미노의 17% 수준인 26.2억 달러입니다. 에헴,여기 낄 자리는 아닌 듯하네요.
2020년 여름 즈음 피자헛을 운영하던 'NPC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는 기사가 돌았는데요. 분명 위에선 피자헛이 얌브랜즈 소속 브랜드라고 했는데 뭐가 좀 이상하죠? 기사의 제목만 훑어봤다면 헷갈릴 수도 있어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NPC International은 그냥 피자헛 매장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점주'입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점주는 아니고요. 미국 내에서 피자헛 매장 1200개 정도 소유하고 운영하는 일명 '메가 프랜차이지(Mega franchisee)'입니다. 좀 덩치 큰 점주죠.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YoY'를 살펴보는데요.
YoY(Year-over-year)란, 전년대비증감률을 나타내는 용어로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입니다. YoY를 사용하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경기나 계절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 분기와 비교하는 QoQ(Quarter over Quarter) 수치로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습니다.
WSJ(The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2분기의 매출은 9억 2000만 달러(한화로 약 1조 400억 원)으로 2020년도 1Q(분기) YoY는 16%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즉 2019년 2분기 매출보다 16%나 뛰었다는 말이 되겠죠. 사실 이렇게 하면 별로 감흥이 안 오니 미국 내 매장당 평균 매출을 구해봤습니다. 도미노 2020년 2Q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 3월 기준 미국 내 매장 수는 직영점, 가맹점 모두 포함하여 6,156개에 달합니다. 역산해 보면 월평균 매출이 한화로 약 5,650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오네요. 무려 6000개가 넘는 매장의 평균 매출이라니 엄청납니다.
도미노가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유독 급성장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성장세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이때는 2018년까지 도미노를 이끌었던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이 CEO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해입니다. 2012~2019년에는 매출성장률이 매해 12%씩 신장했을 뿐만 아니라 순수익도 매년 20%씩 따박따박 벌어 들였죠. 심지어 2009년 1월 1일 기준 2020년 9월 1일의 주가성장률은 8929%를 기록합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피자를 파는 회사를 이토록 성장하게 만든 것이 단순히 배달이 잘 돼서일까요?
도미노는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은 상당히 직설적이고 과감합니다. 고객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소비자들에게 숨기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대신 나아진 모습을 자신 있게 보여주죠. '피자 턴어라운드(The Pizza Turnaround) 캠페인이 대표적입니다. 발단은 2009년 미국 내 피자 체인의 맛을 평가하는 'Natoanl Taste Test'에서 도미노가 최악의 성적을 받아 충격 아닌 충격을 먹게 되죠. 당시엔 맛없기로 유명했다고 해요. 그래서 도미노 피자는 피자 맛을 전면 개편하기 위해 먼저 리서치에 착수합니다. 안타깝게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도미노 직원이었다면 듣기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한 고객 피드백을 받습니다.
도우가 정말 종이박스 뜯어먹는 느낌이에요.
'The Pizza Turnaround' 라는 이름의 광고 캠페인 영상에는 실제 살벌했던 고객 인터뷰 현장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회 삼아 새로운 피자를 개발하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죠. 피자 메뉴를 전면 개편하고 출시하는 데는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2달 뒤엔 'National Taste Test'에서 결국 경쟁사인 피자헛과 파파존스 등을 누르고 결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브랜드 신뢰를 회복합니다.
도미노의 지나치게(?) 투명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2011년, 도미노는 한 달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도미노에 대한 온라인 고객 리뷰를 실시간으로 띄우는데요. 이 광고 캠페인의 목적은 주문한 피자가 언제 도착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피자트래커(Pizza Tracker)'를 홍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피자를 주문한 뒤 피자트래커를 이용한 고객들은 후기를 남겼고 그 후기는 고스란히 전광판에 게시된 것이죠.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는 필터링을 거칠 텐데 도미노는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 중립적이든 부정적이든 욕설 등 비속어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필터링 없이 내보냅니다. 참고로 당시 도미노의 CMO였던 러셀 와이너는 이 광고 캠페인이 공자의 <손자병법>에서 영감 받았다고 하는데요. 차후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던 "Show Us Your Pizza"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던 캠페인입니다.
도미노 혁신의 시작은 '주문 방식의 변화'에 있습니다. 2008년 도미노는 고객 배달 경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주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는데요. 당시 직접 매장으로 전화하던 주문 방식에서 온라인 및 모바일 주문으로의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도미노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디지털 피자 주문 경험을 브랜딩의 요소로 가져갑니다. 그리하여 디지털 주문 및 고객 배달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개발하고 실험하기 시작하죠.
1)피자트래커(Pizza Tracker)
'피자 트래커'는 디지털 주문할 때 실시간으로 주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서비스지만 도미노는 무려 13년 전인 2008년에 이 서비스를 론칭을 했습니다. 참고로 2008년은 애플의 '아이폰 3G'가 출시된 해이며, 삼성의 '갤럭시S'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단순히 배달이 출발했는지가 아니라 피자가 오븐에 들어갔는지부터 문 앞에 배달이 완료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배달기사 GPS 기능도 추가되었는데 기사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피자가 집 앞에 도착했는지 알 수 있어 이번 팬데믹에 효과를 본 서비스입니다.
2)AnyWare 주문 시스템
피자 주문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하기 위해 'AnyWare' 주문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기기나 플랫폼을 통해 주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문 방법만 18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미국에서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은 AI스피커인 구글 홈, 알렉사를 비롯해 페이스북 메신저, 트위터, 스마트TV, 문자, 스마트워치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업무용 협업툴인 슬랙을 이용해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또한 포드(Ford)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인 포드 싱크(Ford Sync)를 통해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집에 도착하기 전 음성으로 간편히 주문하면 바로 자동 결재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따끈한 피자를 먹을 수도 있죠.
이러한 간편한 주문들이 가능한 이유는 '피자 프로파일(Pizza Profiles)'과 '이지 오더(Easy Orders)' 덕분인데요. '피자 프로파일'은 결재할 때마다 카드 정보, 주소 등을 입력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고객의 결제 정보를 미리 저장해 두며, '이지 오더'는 가장 좋아하는 주문 메뉴에 선호하는 결제 방식, 그리고 배달받을 것인지 픽업해 갈 것인지 등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라면 바로 '제로 클릭 주문(Zero click ordering)'이라는 앱인데요. 아래 영상 한 번 보세요. 재밌네요ㅎㅎ
3)자율주행/드론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업은 '더 좋은 방식'을 이용해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운영비용을 절약하는데요. 도미노가 2008년 모바일 시대가 펼쳐질 때 온라인 주문 시스템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던 것처럼 2020년 현재는 무인 배달 쪽으로 힘을 주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곧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 트렌드라는 점, 그리고 배달 운영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죠. 사실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한다고 하면 언뜻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긴 하는데요. 2016년에 이미 뉴질랜드에서 드론으로 피자 배달에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주문한 곳은 매장에서 30km가 넘게 떨어진 일반 가정집이었는데요. 테스트이긴 했지만, 단 5분도 걸리지 않아 따뜻한 피자를 배달했다고 하네요.
특히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 스타트업인 '뉴로(Nuro)'와 함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에서도 설명하지만 특히 미국에서 배달할 때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배달 기사가 과한 배달 팁을 요구한다는 것인데요. 참고로 미국에서 배달 기사에게 주는 팁은 배달 수수료와는 별개입니다. 그래서 한 번 배달하면 배달로 내는 금액이 상당히 부담스럽죠. 온라인 주문 경험을 방해하는 큰 장애요인인데요. 로봇이 배달을 해주면 따로 팁을 낼 필요도 없으며 기사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필요도 없으니 AC(After Covid)시대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죠.
4)기타 등등
그 외에도 도미노가 온라인 주문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도미노 전용 배달 차량 'DXP': 한번에 80판의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배달 전용 피자 차량 'DXP' 론칭했습니다. 차량 내부에는 60도로 보온할 수 있는 오븐도 설치되어 있어 대량 주문에도 끄덕 없이 따뜻한 피자를 배달할 수 있게 되었죠.
+Paving for Pizza: 2018년 이후로 도미노는 도로에 움푹 파인 곳을 직접 공사하여 메꾸는 "Paving for Pizz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푹 꺼진 도로로 인해 배달 중 피자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도로에 난 구멍에 의해 차량이 흔들리면서 피자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발견했기 때문이죠. 'Paving for pizza' 웹사이트에 가면 실제 배달 중인 피자 박스 안에 카메라를 달아 어떻게 망가지는지 확인할 수도 있는데요. 단계별로 망가지는 영상이 재밌네요ㅎ
+Pizza pedestal: 배달 기사와 전혀 마주치지 않고 피자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종이 박스인데요. 이 박스의 목적은 먼저 바닥에 놓았을 때 이물질이나 물기로 오염되거나 차가운 바닥으로 인해 피자가 식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또한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기사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박스에 돈을 올려두고 계산을 하거나 잔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도미노에서 말하는 '요새 전략(Fortress strategy)'은 결국엔 매장 확장한다는 이야기인데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확장 전략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높은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지역에 매장을 더욱 촘촘하게 출점시켜 배달 시간 단축과 배달 비용 절감, 그리고 픽업(carryout)해 가는 손님들에게 위치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언뜻 보기엔 고객들에게는 편리하고 좋지만 회사 입장, 그리고 점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미노의 COO인 러셀 와이너(Russel Weiner)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도미노 매장을 확장하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적절히 구획을 나누어 출점하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들어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누군가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즉 그 지역을 선점하여 다른 경쟁 업체를 밀어내거나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할로 작용한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2018년에 매장당 평균 매출 성장률(Same store sales growth)이 1%-1.5% 상승할 거란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라스베이거스에 3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던 구역에 하나 더 출점한 결과, 1년 뒤 매장당 평균 매출이 42,000달러(약 4,700만원) 증가했으며, 증가분 중 대부분은 테이크아웃(carryout) 매출에서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테이크아웃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요새 전략이 잘 먹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선순환 구조(virtuous cycle)"를 만드는데요. 도미노는 요새 전략을 통해 규모의 성장이 이루어지면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하고 이는 회사의 가치가 극대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뭐 쉽게 말하자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구매력이 생기고 운영 비용이 내려가며,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많이 할 수 있는 등등의 뻔한이야기입니다(그러나 중요합니다).
장밋빛만 펼쳐질 것 같은 도미노지만 도미노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존재하기 마련이죠. 준비가 잘 되어 있었기에 팬데믹 속에서도 매출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맞지만 사실 최근 1~2년 간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팬데믹이 뉴노멀로 자리를 잡아가는 이 시점에 도미노의 주가는 10월에 11% 하락하면서 주춤하고 있는데요. 대내외적인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 정도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움직임
먼저 우버이츠(Uber Eats), 도어대시(DoorDash), 그럽허브(Grubhub)과 같은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할인 쿠폰을 뿌려대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배달 수수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수수료 때문에 배달보다 직접 테이크아웃 해가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이유죠. 하지만 도미노는 요새 전략을 통해 충분히 낮은 배달 코스트에 빠른 배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분명 위협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언제까지나 할인 정책을 펼칠 수는 없기에 곧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2)요새 전략의 리스크
요새 전략이 오히려 리스크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바로 카니발라이제이션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써브웨이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확장으로 퀴즈노스와 같은 경쟁사를 따돌리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확장을 한 만큼의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지 못한 채 2018년에 1000개가 넘는 매장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맥도날드는 부동산 부자라고 불릴 만큼 출점 전략이 탁월한데요. 매장 규모로 경쟁사들을 누르며 전 세계 햄버거 시장을 석권했죠. 맥도날드의 매장 수는 경쟁사인 버거킹과 웬디스의 매장 수를 합한 정도와 같지만 매출 규모는 훨씬 앞서 있습니다. 도미노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확장을 한다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Canibalization) 이란, 기업에서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여기서는 같은 구역에 지나치게 많은 매장을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각 매당장 평균 매출을 깎아 먹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리서치를 하며 알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단순히 배달 덕을 본 건 줄로만 알았던 도미노가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하고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여전히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회사 규모에 비해 의사결정과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도 전인 2008년부터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팬데믹 이전에도 꾸준히 성장해 왔었고, 피자 파는 곳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느 테크 기업 못지않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도미노는 다양한 분야와 산업군에 투자를 하는 회사인 배인 캐피털(Bain Capital)에서 경영권을 가지고 운영 중인데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외식업체들이 투자 회사로 팔려 나가는 것들을 보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죠. 왠지 도미노 덕분에 꼭 그렇게까지 볼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결국 사업을 누가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