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컴퍼니] 올버즈(Allbirds)
2015년 샌 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친환경 신발 브랜드인 올버즈(Allbird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거래신고서(S-1)를 지난 8월 31일에 제출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올버즈 스스로 첫 ‘지속 가능한 기업공개(SPO, Sustainable Public Equity Offering)’라고 밝힌 점입니다.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로 가져가는 만큼 기업공개 후에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매출은 2020년에 2억 1900만 달러(한화 약 2590억 원)로 2019년 대비 약 13%를 웃도는 매출 성장을 이뤄냈는데요. 팬데믹으로 인해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대형 스포츠웨어 브랜드들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퍼포먼스입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에요. 2020년 매출의 89%가 온라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매출 비중이 압도적임에도 판매량이 아직은 부족해 현재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손실(Net-loss) 폭은 2019년 보다 2020년에 더욱 확대되었는데요.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지 여부입니다. 올버즈는 S-1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전 세계에 유통 인프라를 확장하고 이를 운영하는 비용, 올버즈가 공언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죠.
올버즈는 아이웨어 이커머스 기업인 와비 파커(Warby Parker)나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과 같이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D2C(Direct-to-consumer)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간 유통 채널의 힘을 빌리지 않기에 매출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러한 전략의 장점은 고객들과의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더욱 디테일하게 챙겨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이 온라인 매출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브랜드 경험은 오히려 웹사이트 혹은 모바일 앱으로 이끄는 매우 효율적인 광고인 셈입니다.
그 효과는 나이키가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나이키는 2019년 11월에 아마존에서 철수하겠다는 선언을 한 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0년(*FY) 총매출은 2019년(FY) 대비 4.4% 감소했음에도 *D2C 매출은 오히려 5.5% 증가했으며, 2021년(FY)의 총매출이 19.1% 증가할 때 이 중 D2C 매출은 38.5%나 증가했습니다. 나이키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애초에 태생부터 D2C 전략을 펼쳐왔던 올버즈의 미래가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유추할 수 있지요. 반면 앞서 언급한 와비 파커의 경우는 똑같은 D2C 전략을 취해 왔지만 온라인 판매 비중은 8%에 불과했는데요. 중간 유통을 없애고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 기업이라는 칭송받던 곳이라기엔 조금 아이러니한 모습이네요.
*FY(Fiscal Year): ‘회계 연도’를 뜻하며, 나이키의 2020년 회계 연도는 2020년 1월부터가 아니라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를 말합니다. 이 회계 연도는 기업마다 다르며, 올버즈의 경우는 당해 1월부터 12월까지 입니다. 그래서 올버즈와 나이키의 2020년도 연간 실적을 비교할 때에는 단순 비교가 어려워 분기별 실적도 함께 봐가며 비교해야 해요.
*D2C 매출: 나이키의 D2C 매출은 공식 온라인샵과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에서 걷어들이는 매출을 말합니다.
올버즈는 “더 나은 비즈니스로 기후 변화를 뒤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친환경적인 움직임을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더 나아가 모든 기업들의 ESG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하죠. 바로 이번 기업공개를 SPO로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올버즈는 아직은 설익은 ESG의 평가 기준을 세우고 SPO를 통해 상장하려는 다른 ESG 기업들을 위한 기틀을 만들어 ESG의 선봉장이 되려고 해요. S-1 서류를 통해 그 의도를 밝혔는데, 과연 올버즈가 그런 선언을 할 자격은 있을까요? 그럼 이들은 기후 변화를 뒤집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추적해 보죠.
먼저 올버즈는 세 가지 전략을 최우선 순위로 삼습니다.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신재생 소재(Renewable materials), 책임감 있는 에너지(Responsible energy)가 그것인데, 이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나무 섬유, 사탕수수, 게 껍질, 폐기 플라스틱병과 같이 재활용 및 자연으로부터 원료를 추출하여 소재를 개발
-올버즈의 신발 한 켤레를 제작에 경쟁 기업들의 제품보다 30% 적은 탄소 발자국 발생
-파타고니아(Patagonia)도 받은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한 경영, 사회 환경적 가치 창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는 ‘비콥(B Corp)’ 인증 획득
-소재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은 물론, 자체 개발한 ’SweetFoam’ 밑창은 다른 기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로 공개
-소재 조달에서 제품 폐기까지 탄소 발자국 배출량을 측정하여 측정 결과를 모든 제품에 표시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 산림 관리 협의회) 재활용 인증을 획득한 100 % 재생 용지를 이용해 신발 포장에 이용
하지만 ESG 경영이 사업 운영에 리스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원료 공급 문제입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부족한 노동력 문제와 이커머스의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급증한 물동량은 수많은 산업에 걸쳐 공급 대란을 일으켰는데요. 이는 올버즈도 예외일 수 없으며, 더군다나 자연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하는 만큼 자연재해로 인해 원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올버즈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2021년 내내 목격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죠. 즉 기후 변화가 결국엔 올버즈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소재에서 시작해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즈니스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MZ세대에게 먹히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미 올버즈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2020년 매출 중 53%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죠. IPO에 앞서 지난 8월에는 러너들을 위한 액티브웨어를 론칭한 바 있어요. 앞으로 계속해서 제품 라인을 스포츠 웨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며, 동시에 앞으로 수백 개의 새로운 매장을 전 세계에 오픈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요. 또한 신발 업계에서 독주하고 있는 나이키를 따라 잡기 위해 아디다스와 함께 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IPO에 대한 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사실 그렇게 긍정적인 편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친환경이라는 컨셉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이래 저래 올버즈를 비판하는 말은 많지만 적어도 패션 업계에서 ESG 경영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는 곳은 찾기 어려운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