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 to the apron 03
주방에서 일하다 보니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아니,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주방에서 일하기 전 외식업에 대한 관심은 주로 트렌드와 숫자놀음이었다. 어떤 아이템들이 핫하고 어느 정도의 매출이 나오며 얼마나 남을지에 대한 관심 위주였는데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좀 무미건조한 분석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한쪽 눈을 가리고 보는 것 같이. 마음 한 구석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생산자의 눈도 가지게 된 셈이다.
식당 운영의 맥락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손님으로 식당에 가면 주방이 얼마나 깨끗한지, 어떤 장비들이 있는지가 눈에 먼저 들어오고 나온 음식은 어떻게 만들었을지, 그 메뉴에 어떤 고민이 들어갔을지가 궁금해진다.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메뉴라면 그 음식을 만드는 셰프와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즐거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색깔, 이야기가 깃든 음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걸 우리는 '매력'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간혹 "그걸 꼭 해봐야 알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