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형 홍보맨 꾹이 May 07. 2018

#1.뜻밖의 배려, 어떻게 적응하지

30살이 되니까 25살 동생들이 너무 어려보여!

'나'라는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왜냐하면 나는 남에게 배푸는 것은 익숙하지만, 남으로부터 배려를 받는 것은 어떻게 응해야 할지 몰라서다. 모른다고 표현하는 것도 개인적인 생각이라 이기적일 수 있지만, 아마 이게 더 낫겠지 싶어서다. 


요즘들어 주변 동생들이 날 대할 때 너무 잘 대해준다. 마치 저들에게는 '유재석', '문재인'이 된 느낌이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에도, 어디 카페로 가야할까 고민할 때에도, 무엇을 마실까 고민할 때에도, 커피가 나왔을 때에도 내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왜일까?  


고마우면서도 배려심 받는 게 어색한 나는 저들에게 묻는다.

"혹시 지갑두고왔냐?"

"너 형한테 잘못한거 있지?"

"뭐야 숨기는거 있어? 빨리 말해라. 봐줄테니까"

.

.

동생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아니요 형이 좋아서죠"

"형님 저도 돈 있어요"


단지 저들보다 조금 일찍 이세상에 태어났고, 조금 더 사회생활을 경험했기에. 

생물학적으로나 우주 만물의 기원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천체의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조금 더 살아왔기에.

그저 형이라는 이유로 알게모르게 먼저 배려했던 내 행동들이,

저들로부터 호감과 관심을 받았다고 해야할까?


사실 그렇다. 

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편해서 같이 식당을 가던,

술을 한잔 하던, 혹은 카페를 가던.

계산대 앞에서 동생들이 계산하도록 냅두는게 여간 미안한게 아니다. 


얻어먹는게 익숙하지 않아 배풀었을 뿐인데.

결코 내가 잘나고 돈이 많아서 인심쓴 게 아닌데.


누군가는 이 작은 관심을 크게 받아드려 내게 일관된 모습과 행동으로 돌려주는 거 같다.


조금만 이기적인 모습을 비추면 소위 '개저씨', '꼰대'라고 불리울까봐 조심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는데..

이기적인 내가 누군가에게는 배타심 넘치는 형이 되었다는게 불편하면서도 아이러니하다.

뜻밖의 배려에 익숙하지 않아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지만,

동생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배려심을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형, 형이 좋아하시는 티라미슈도 가져왔어요"



작가의 이전글 어느 25살 사회 초년생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