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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Today
Sep 21. 2020
다시 오지 않을 일 년 너에겐 어땠니
퇴근길 버스 안에서
안녕 우리 아기.
아기라고 하기엔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서
내 눈엔 어린이처럼 보이는 우리 딸.
네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엄마가 되어
울고 웃다 보니 벌써 일 년이 지났네.
엄마는 오늘 일 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첫 출근을 했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가방 챙기고 네 우유를 데워서 할머니께 드렸지.
그리고 정신없이 나와서 출근 버스를 탔어.
그 후로는 일 년 동안 쉰 게 안 믿길 만큼 모든 게 착착 어제 일한 사람처럼 메일 체크하고 미팅하고 약속 잡고 빠르게 지나갔어.
그렇게 퇴근시간이 되니까 키즈 노트에 알림이 오더라고. 선생님께서 활짝 웃는 네 사진을 올려주셨는데 멍하니 책상에서 한참이나 바라봤어.
이거구나. 친구들이 출근하면 아기 생각만 해도 짠하고 눈물 날 거라고 했던 게.
넌 분명 너무 신나게 웃고 있는데 그걸 보는 엄마 마음이 애잔하더라고. 생각해보면 짠한 건 너를 못 봐서 아쉬운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
우리 딸. 엄마는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부자인 것도 아니지만. 엄마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또 내 딸도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소망해.
우리가 얼마나 잘 났던, 얼마나 가졌던, 남들이 뭐 라건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를 아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회사에 나가고 공부하고 고민하는 모든 시간은 결국 엄마 스스로를 아끼기 위함이야.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사랑하기 위함이지.
그래서 몸도 지치고 가끔은 마음도 지칠 테지만 계속 힘내 보려고 해. 내 삶을 그냥 두지 않고 좀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언젠가 어른이 된 너 역시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감사하길 바라.
하루하루 우리가 하는 일은 너무 작고 똑같고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해. 사실 많은 날이 그렇지. 하지만 그런 날들을 쭉 모아서 이어 보면 우리는 처음 자리에서 멀리 와있을 거야. 그 자리를 만족하고 감사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노력하는 거지.
물론 안 되는 걸, 싫어하는 걸 억지로 애쓸 필요는 없어. 그런 건 그냥 내려놓고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 걸 찾으면 돼. 엄마도 그게 참 어려웠는데 살다보 그게 참 중요한 거더라고. 아닌 걸 내려놓는 것 역시 하고 싶은 걸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이야.
이렇게 네게 글을 쓰고 있지만 엄마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그래서 네게 정답을 알려줄 수 없어. 대신 네가 가는 길을 곁에서 계속 들어주고 같이 걸어주고 쉬어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줄게. 그런 엄마가 되는 게 작년부터 엄마의 인생 목표가 되었어.
우리 딸. 아빠한테 전화가 왔어. 네가 하품을 하다가 잠들었데. 엄마가 도착하면 깨어있을까.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느라 수고가 많은 우리 딸. 밥은 잘 먹었을까.
어휴. 엄마가 갑자기 눈물이 핑돌아. 이제 겨우 시작인데 말이야. 엄마는 더 건강하고 밝고 씩씩해지고 싶어. 우리 딸이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어도 품에 받아 줄 수 있게끔.
아침에 눈을 떠서 엄마가 안 보여도
어린이 집에 엄마가 데리 라 안 와도
잠들 때 엄마가 안아주지 못해도
그래도 언제나 엄마는 너를 생각해.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