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주제들보다 내가 일 년 동안 가장 크게 고민하고 부침을 겪은 일은 따로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불안함
일 년 동안 처음에는 모르는 체하고 그다음에는 뭐 어때 다들 그렇게 하는 데 뭘 하면서 건졌다.
회산 기본적으로 내가 능력 발휘를 하고 인정받을 때 편하고 다닐만한 곳이다.
당연함 사실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내가 놓이고 나서야 아 진짜 그렇구나 실감하게 된다.
지난 십몇년간 한 번도 이런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다행이고 그 자체로 누군가에겐 놀라운 일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출근해서 내내 불안했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이러려고 여기 왔는데 당연히 되지 하고 스스로 추스리기도 했다.
조용한 퇴사의 가장 큰 적은 내 안의 초조함
책도 읽고 기사도 보고 글도 쓰고 주변 마음 맞는 동료 및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불안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른바 루틴 만들기인데, 이 루틴을 잘 지키고 이 안에서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조용한 퇴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시황을 체크하고 투자 일지를 쓰고 뉴스를 클리핑 한다.
점심시간에는 약속이 없는 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내 글을 쓴다.
주말에도 아이가 잠을 잘 때는 내 글을 쓴다.
평일에 이틀 이상 운동한다.
매주 두 번 영어 수업을 듣는다.
이렇게 해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안에는 작년에는 분명 이렇게 자주 오지 않았을 불안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내 존재의 가치를 회사에서의 인정 받음으로 등치 시킨 내 지난날의 유물
한 번에 벗어나는 게 어렵다. 십 년 넘게 익숙했으니까. 지금도 불쑥불쑥 다시 미친 듯 일하고 번아웃으로 달려가라는 내 안의 움직임을 본다. 하지만 올 초와 다른 게 있다면 그 마음이 가져올 얼마 후의 현타를 알기에, 루틴으로 불안을 잠재우려고 한다. 유물은 박물관에 두고 이제 나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쓰자.
불안함을 초조함을 없앨 수는 없지만 빈도를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약하게 조절하는 게 내년의 과제일 테다.
그리고 그 가운데 지금 내가 노력하는 것들의 결과물을 작지만 점으로 찍어서 선으로 연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