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써보자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작년 10월 브런치 작가 선정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내게 브런치가 보내는 채찍질인 것만 같아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아마 자동 알림일 것이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각 잡고 쓰면 더 잘할 수 있잖아, 대체 왜 안 하고 있냐고. (자의식 과잉임을 인정한다.) 사실상 블로그 일기를 긁어모아 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못하고 있는 건 팩트. 제대로 된 글쓰기는 안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오늘은 헛소리라도 지껄여보려고 어렵사리 키보드 위에 손꾸락을 올려봤다.
여기 있는 많은 작가님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글을 잘 쓴다거나 가독성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나, 정말로 글 잘 쓰는 사람이 맞을까? 사람들이 내 글을 진정으로 읽고 싶어 할까?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까? 그래서 선뜻 각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처음으로 마무리한 나의 브런치북은 습작 중에 습작. 단 며칠 만에 완성한 허접한 브런치북 하나로 책 한 권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체감했다.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글 체력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내 글쓰기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자의 반응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게 글이지만, 그전에 자신도 납득할 만한 글이 남들에게도 먹히더라. 아니 그냥 무엇보다 남들과 비교해 초라하고 허접한 내 브런치북을 보며 실력을 스스로 낱낱이 까발리게 된 느낌이라 그 이후론 창피한 마음에 이렇다 할 글을 안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내 글 실력에 대한 의구심과 자신감 저하로 지금껏 글을 놓고 있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글쓰기와 많이 멀어졌다. 그런 내게 글쓰기 근육이라는 게 있을까? 여기 있는 나보다 더 뛰어나신 작가님들도 매일 열심히 글을 쓰는데 블로그 글만 가끔 깔짝 거리고 있는 브린이가 매일 글도 쓰지 않고서 자신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맞는지 반문하는 게 맞는가? 아, 글을 쓰다 보니 알겠다. 메타인지로써 자기 객관화가 조금 된다.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겠다. 그래서 사람은 글을 써야 하나 보다.
나도 되고 싶다. 진짜 되고 싶다, 전업 작가. 지금은 아니어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글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글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지금 안되니까 짜증 나고 질투 나서 이쪽은 쳐다보기도 싫었다는 말이 가장 솔직하겠다. 그래, 한번 해보자. 안 하던 짓을 하나 더 해보자. 어떻게든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