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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Mar 11. 2020

외출금지령이 내린 이탈리아에서

모든 것이 멈췄다


모든 것이 멈췄다.


어제저녁 정부는 이탈리아 모든 지역을  zona rossa (위험지역) 로 지정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정말 이렇게 몰라서야 되겠나 싶다.


매일이 심하게 역동적이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반전된다. 더 심해질 것이 있을까 하다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최악이 되면 정말 또 하루아침에 최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하튼 외출을 금지시켜야지만 외출을 안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대단타. 1m씩 타인과 떨어져 있으라니 1m 떨어져 수다를 떨고 있다.


매일 아침 휴대폰에는 걱정 가득한 안부인사가 가득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온라인 속에서 이탈리아는 준 전시 상황인데 우리의 일상은 평화롭다. 늦잠을 자도 상관없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우린 매일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난다. 아침밥이 없던 우린 다 함께 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아이들은 뒤엉켜 놀고 식사 후 남편과 나는 어제 담가둔 레몬청에 따뜻한 물을 붓고 함께 앉는다.

“휴가를 떠나지 못한 여름방학 같아.”


내가 말했다.


“여름에 한 달은 가게들도 식당들도 관공서도 다 닫잖아. 당신은 투어로 바쁘고 어차피 우린 모두가 휴가를 떠난 로마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더워서 나가지도 못하잖아. 그래도 지금은 시원하지 그리고 당신도 있지. 이상하게 평온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난 멸치 똥을 따겠다.


차를 다 마신 그는 멸치를 가져와 다듬기 시작했다.


“멸치볶음을 하려고.”


그가 한국 라디오를 틀었다. 우린 오후인데 한국은 밤이다. 낮에 듣는 밤의 라디오는 마음을 간지럽힌다. 김윤아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딸아이가 다가와 초콜릿을 하나 물고 갔다. 햇살이 딱 좋았다. 언젠가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엄마가 꽃무늬 장판이 깔린 거실에서 이런 햇살에 멸치를 다듬던. 외출 금지령이 떨어진 상황에 맞이하는 낭만적인 오후라니.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보다 내일도 함께 쉬어간다는 사실은 놀랍게도 매일의 조바심을 멈추게 했다.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하루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렇게 긴 시간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한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여름휴가를 이르게 맞이했다.

심지어 시원한 여름휴가다.
게다가 남편도 있다.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차피 알 수 없는데 뭐, 우린 오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안이가 멋진 그림을 그렸고 이도가 이상한 말을 했다고, 날이 너무 좋고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노라고.

거리는 한산하지만 고요하지는 않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음이 되려 마음을 감싸 안는다.


코로나의 시대 냇플릭스는 구원이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온 거야?


아이가 물었다.


“이안이 오늘 뭐 먹었어?”
“고기”
“어제는?”
“고기”
“사람들이 매일 고기를 먹으면 그 고기는 어디에서 올까? 며칠 전에 산에서 소 봤던 거 기억나? 들판에서 놀고 있었잖아. 그런데 그런 소 말고 아주 많은 소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서만 사는 곳도 있어. 그래, 다리가 얼마나 아플까? 그렇게 많이 키워진 소들이 아프고 병이 생기면 그 병이 사람에게도 가. 그렇게 바이러스들이 만들어져. 그런데 그러면 그 소가 나쁜 거야?”
“아니, 사람들이 나빠.”
“하지만 그 사람들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도 매일 고기를 먹잖아.”
“하지만 엄마! 육식 동물도 초식동물을 먹는단 말이야!”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먹지 않으면 초식동물들이 나무와 꽃을 다 먹어버릴 거야. 그리고 육식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먹지 않아.”
“그래? 그런데 나무랑 꽃은 살아있지 않잖아. 코가 없잖아.”
“나무와 꽃은 모두가 코야. 그래서 나쁜 공기들을 모두 마셔서 좋은 공기로 내보내 줘. 나무는 많아야 해”
“내가 종이를 조금만 써야겠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공장을 만들고 큰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잘라버리기도 해. 나쁘게 동물들을 키우지 않고 쓰레기도 많이 버리지 말아야 해. “
“그런데 플라스틱은 중요하잖아.”
“중요해. 하지만 육식 동물이 죽으면 썩어서 흙이 되는 거 알지? 그런데 플라스틱은 안 썩어. 태우면 아주 나쁜 연기가 나오지. 나무는 그건 좋은 공기로 만들기 힘들대. 그리고 플라스틱 때문에 아픈 바다도 기억하지?”
“맞네, 그런데 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는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지?”


모두가 다 이어져있거든.


전날 아이와 벚꽃 가지를 집에 가져왔다. 가지를 꽂아둔 병을 함께 들여보았다.

“이안, 물에 들어가서 숨 쉬면 보글보글 거품이 나오잖아. 우리가 숨을 쉰다는 뜻이지. 여길 봐 물속에 나뭇가지에 방울방울 거품이 있어. “



살아 있는 거야.
온몸으로 숨을 쉬고 있어.


외출금지령이 떨어지기 전 날 우린 로마 외곽의 산으로 다녀왔었다. 마치 인간이 살지 않는 행성에 떨어진 듯했다. 아이는 탐험가가 되어 새로운 식물을 찾았다. 그렇게 수집한 식물들로 [ 이안이 식물도감 ] 을 만들었다.


엄마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학교 식물로도 책을 만들 거야.


중학교 때였나. 할아버지가 책 한 권을 꺼내 주셨다. 제목은 [침묵의 봄]이었다. 왜 봄이 침묵했는지 아느냐 물으셨다. 봄은 왔는데 꽃도 새도 나무도 모두 침묵했다 하셨다. 어린 마음에 자연의 침묵이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수 십 번을 돌아 봄이 왔다. 봄은 왔는데 우리가 침묵한다. 우리가 침묵시킨 봄의 대가를 우리가 받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해서야 인간은 겨우 침묵한다. 우리가 침묵하니 자연은 더없이 아름다워진 듯한 것은 누릴 수 없기에 느끼는 기분 탓 일까? 우리가 침묵하는 동안 자연은 쉬어갈 수 있을까? 이 봄이 지나면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자연과 함께 대화할 수 있을까?


[ 이안이 식물도감 ]


휴교는 열흘에서 한 달로 연장되었다.
매일 학교 단톡 방에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올라온다. 지금 우린 서로가 애틋하다.

한 엄마가 단톡 방에 올려준 글을 읽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탈리아의 한 심리학자의 편지다. 직접 번역하여 매끄럽지 않지만 모두와 함께 읽고 싶어 남겨둔다.


심리학자 모렐리의 아름다운 반영

“ 저는 우주가 사물을 뒤집을 때 사물과 법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역설로 가득 찬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은 생각하게 합니다. 환경 재난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걱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중국과 이를 따르는 많은 국가들이 이를 막으려 노력해야 했습니다. 경제는 무너지지만 공해는 상당히 줄어듭니다.  공기는 좋아집니다. 당신은 비록 마스크를 사용하지만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과오를 강하게 떠올리게 하는 특정 차별 이념과 정책이 전 세계에서 재 활성화되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에, 바이러스가 도착하여 우리는 우리 역시 차별되고 분리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국경에 갇혔습니다.  비록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우리가 백인이고 서양인이고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행을 했다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생산성과 소비에 기반한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하루에 14 시간 씩 달립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없으면,  달력에 빨간색이 없으면 언제 멈출지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집에서 며칠 씩 멈춰라.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그 가치를 잃어버린 시간을 다루기 위해. 우리는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알고 있나요?

자녀의 성장이 필연적으로 다른 인물과 기관에 위임되는 시대에 바이러스는 학교를 폐쇄하고 대안 설루션을 찾도록 강요하며 엄마와 아빠를 자녀와 함께 두었습니다. 가족을 재건해야 합니다.

관계, 의사소통 및 사회성이 가상과 소셜 네트워크의 "비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친밀감의 환상을 제공하는 시대에  바이러스는 현실세계의 친밀함을 표현할 수단들을 빼앗아버렸습니다. 만지지 못하고 키스하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조차 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제스처와 그 의미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고 가치를 절하하지 않았나요?

자신이 속한 세계의 생각이 규칙이 된 사회에서,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것을 바꿀 유일한 방법은 상호성, 소속감, 공동체, 우리를 지켜줄 무언가의 일부이자 나도 누군가를 돌보아야 한다는 느낌입니다. 당신의 행동에 따르는 책임과 도덕성은 당신뿐 아니라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들에게 의존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또는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따지는 마녀 사냥을 멈추고 우리가 이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린 아주 많이 생각하고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분명 우리는 우주와 그 질서에 깊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이러스라는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C. F. 모렐리)

Bellissima riflessione dello psicologo Morelli

“Credo che il cosmo abbia il suo modo di riequilibrare le cose e le sue leggi, quando queste vengono stravolte.
Il momento che stiamo vivendo, pieno di anomalie e paradossi, fa pensare...
In una fase in cui il cambiamento climatico causato dai disastri ambientali è arrivato a livelli preoccupanti, la Cina in primis e tanti paesi a seguire, sono costretti al blocco; l'economia collassa, ma l'inquinamento scende in maniera considerevole. L'aria migliora; si usa la mascherina, ma si respira...

In un momento storico in cui certe ideologie e politiche discriminatorie, con forti richiami ad un passato meschino, si stanno riattivando in tutto il mondo, arriva un virus che ci fa sperimentare che, in un attimo, possiamo diventare i discriminati, i segregati, quelli bloccati alla frontiera, quelli che portano le malattie. Anche se non ne abbiamo colpa. Anche se siamo bianchi, occidentali e viaggiamo in business class.

In una società fondata sulla produttività e sul consumo, in cui tutti corriamo 14 ore al giorno dietro a non si sa bene cosa, senza sabati nè domeniche, senza più rossi del calendario, da un momento all'altro, arriva lo stop.
Fermi, a casa, giorni e giorni. A fare i conti con  un tempo di cui abbiamo perso il valore, se non è misurabile in compenso, in denaro.
Sappiamo ancora cosa farcene?

In una fase in cui la crescita dei propri figli è, per forza di cose, delegata spesso a figure ed istituzioni altre, il virus chiude le scuole e costringe a trovare soluzioni alternative, a rimettere insieme mamme e papà con i propri bimbi. Ci costringe a rifare famiglia.

In una dimensione in cui le relazioni, la comunicazione, la socialità sono giocate prevalentemente nel "non-spazio" del virtuale, del social network, dandoci l'illusione della vicinanza, il virus ci toglie quella vera di vicinanza, quella reale: che nessuno si tocchi, niente baci, niente abbracci, a distanza, nel freddo del non-contatto.
Quanto abbiamo dato per scontato questi gesti ed il loro significato?

In una fase sociale in cui pensare al proprio orto è diventata la regola, il virus ci manda un messaggio chiaro: l'unico modo per uscirne è la reciprocità, il senso di appartenenza, la comunita, il sentire di essere parte di qualcosa di più grande di cui prendersi cura e che si può prendere cura di noi. La responsabilità condivisa, il sentire che dalle tue azioni dipendono le sorti non solo tue, ma di tutti quelli che ti circondano. E che tu dipendi da loro.

Allora, se smettiamo di fare la caccia alle streghe, di domandarci di chi è la colpa o perché è accaduto tutto questo, ma ci domandiamo cosa possiamo imparare da questo, credo che abbiamo tutti molto su cui riflettere ed impegnarci.
Perchè col cosmo e le sue leggi, evidentemente, siamo in debito spinto.
Ce lo sta spiegando il virus, a caro prezzo."

(Cit. F. MORELLI)


우린 멈춘 것이 아니라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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