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 / 총량 / 패턴 / 해소
감정은 우리가 뭘 생각하는지 알게 해주는 멋진 선물이다.
_밥 도일(시크릿, 론다 번)
감정은 삶의 에너지이다. 감정은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거나 마음을 정화하기도 한다.
휘발유와 같은 연료가 산소와 결합해서 산화작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처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혹은 기억이라는 연료는 느낌과 자극이라는 산소를 만나서 감정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연료마다 에너지로써 특성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몸과 내면에서 발생하는 삶의 연료인 감정에너지도 특성이 있다. 감정에너지의 특성을 알아야만 내 삶의 에너지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감정은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지만 존재한다. 감정은 우리 몸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 어떤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정 메커니즘 중 하나는 호르몬이다. 특정 호르몬 분비로 뇌가 자극받으면, 해당 감정이 활성화된다. 좀 더 쉽게 이해할 메커니즘으로 설명하자면, 리비도를 들 수 있겠다. 리비도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위대한 발견이다.
이 위대한 학자는 "모든 정동의 근원은 리비도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정동'은 의미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감정'이라는 단어로 바꿔 볼 수 있다.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리비도라는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통해 감정의 실체를 유추해 볼 수 있겠다.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는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성욕'이다. 성욕으로부터 출발해 보자. 리비도는 원초적 본능이고 생존 본능이다. 종족 번식의 본능이다. 리비도라는 욕구는 한계를 지을 수 없다. 무한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비도가 구현되는 몸은 어떤가? 몸은 유한하다. 몸으로 구현되는 리비도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리비도는 성욕을 자극한다. 성욕은 궁극적으로 종족 번식을 위해 정자난 난자를 생성한다. 리비도가 몸에 구현된 실체가 정자와 난자라면 지나친 비약인가? 좀 더 설명을 들어보자.
정자와 난자의 특성을 살펴보자. 정자와 난자는 양의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쌓인 것은 적절한 때마다 분출을 하거나 파괴되어 버린다. 즉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고인 것은 썩는다. 썩지 않으려면 순환해야 한다.
또 다른 특성은 반복해서 매번 같은 메커니즘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내 의지로 양이나 정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간혹 문제가 생겼을 때는 현대 의학의 힘을 빌어서 약물로 조절하기도 한다. 어떤가? 여기까지는 인정이 되는가?
리비도라는 가장 강력할 수도 있는 에너지가 몸으로 구현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감정에너지의 메커니즘을 리비도에 적용시킨다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무한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감정은 몸으로 구현된다. 몸은 유한하다. 따라서 감정을 유한한 몸이 따를 수 있을 정도로 조절하지 않는다면,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a> 리비도는 강한 충동이다. 충동이 있을 때마다 분출하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리비도의 분출은 생성되는 주기와 양을 고려해야 한다.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정도를 초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리비도의 생성과 해소를 약물이나 알코올 등에 의존하고, 능력치를 초과해서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한다면, 몸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다. 리비도는 주기적으로 일정량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쌓인다.
리비도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않는다면, 고인 것이 부패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이 불만족과 긴장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 리비도가 쌓였다면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분출해야만 해소된다.
리비도를 해소하는 방법이 특이한 경험으로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왜곡된 방법으로 리비도를 해소해 왔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 높다. 리비도는 본능이라서 의지만으로 조절하기 어렵고, 적절한 해소를 통해 긴장을 풀어 줄 때, 만족감을 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비도 해소 방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법이 아니라면, 매번 죄책감이나 수치심 등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패턴이나 습관이 되어 혼자서는 조절하거나 고치기 어려워서,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의학의 힘을 빌려야만 할 수도 있다. <b>
자! 이제 <a>에서 <b>까지를 다시 읽어보자. 이번에 읽을 때는 밑줄로 표시한 '리비도'라는 단어를 '감정'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는다. 마지막에 '죄책감이나 수치심 등 불편한 마음'이 감정의 경우 독성에 해당한다. 이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감정 에너지'의 특성이 이것이다.
리비도에 비유해서 감정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만 할 특성을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감정에너지는 무한하지만 총량은 관리해야 한다.
감정에너지 총량은 몸의 유한함에 맞춰서 제한된다. 당신의 하루를 짚어보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가장 실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몸이 정말 파김치가 된 것처럼 축 처져서 만사가 귀찮은 느낌이 덮칠 때.
바로 이런 날이 몸을 많이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정에너지의 최대치를 써서 몸이 그 결과를 반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감정에너지가 몸으로 전달되어 몸의 에너지까지 소진시킨다. 감정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날은 몸으로도 피로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 가면, 단 한 번의 모임 참석으로도 '한 달 치 사회성'을 다 쓰고 돌아오기도 한다. 이런 날은 감정에너지를 더 이상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감정에너지를 모두 써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이라면, 가정에서는 평소보다 예민해질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쓸 감정에너지가 남아 있지 많아서, 오히려 애꿎은 가족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감정에너지의 고갈을 견디지 못해 술이나 유흥과 같은 쾌락을 좇으며, 예민해진 자신의 감각을 마비시키려 할지도 모른다. 해소가 아니라 혹사다. 악순환의 결과를 상상해 보라. 몸과 마음을 다 망칠 수도 있다.
둘째, 감정에너지는 감정문제와 마찬가지로 패턴이 있다.
패턴이 있다는 말은 반복한다는 말과 같다. 나쁜 패턴 즉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으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면, 의지를 가지고 바꿔나가야 한다.
리비도는 성욕에 따라 행동이라는 패턴이 보여서, 어느 정도는 인지하거나 실체를 확인하며 개선할 수 있으나, 감정에너지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잘못 흐르고 있을지라도 자신이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감정을 바꾸는 것은 확인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앞서 '과거'와 '현재'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설명했다. 즉 '감정 꺼내놓기'로 과거의 불편한 감정을 돌아보고 '감정 수첩'으로 현재 맞닥뜨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한다. 이 방법 리비도를 해소하는 것과 같이 수시로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하게 발산하는 것에 해당한다.
셋째, 감정에너지는 적절한 주기와 방법으로 해소해 주어야 한다.
리비도 해소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언제나 나의 배우자나 타인과 할 수 없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감정에너지는 대화나 운동과 같은 방법으로 표현하고 발산할 수 있다. 만약 감정에너지를 발산할 상대가 없다면, 혼자서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든 독서든 산책이든 명상이든 적절한 감정에너지 해소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여서 썩고 때론 누적되어 폭발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정리하자면, 감정에너지는 총량과 패턴을 관리하고, 적절하게 해소해야 한다. 감정에너지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엉뚱한 곳으로 누수되어, 정작 자신이 쓰고 싶은 때에 쓸 감정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목표나 계획은 거창한데 행동하지 못하면서, 자제력이나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고 있다면, 자책하기보다 질문해봐야 한다. '나는 지금 감정에너지가 고갈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