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카피 Nov 25. 2019

07 신입 카피라이터가 되는 법

1. 나는 어떤 회사에 취업했나?


 카피라이터가 되기는 쉽지 않다. 업무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업계 특성상 신입을 많이 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피라이터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다. 카피라이터라는 직무는 종합광고대행사에만 있을 것 같지만, 디지털 채널을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케이스가 늘어난 지금은, 일반 기업에서도 종종 카피라이터를 뽑는다. 그러니 신입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면 이런 기업도 기웃거려보는 것이 취업하기 힘든 세상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좀더 특이한 곳에서 카피라이터 직무를 시작했다. 내가 속한 곳은 매체사(KBS나 EBS와 같은 방송 채널, 유튜브나 네이버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 등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의 광고제작팀으로, 매체에 광고 집행을 하기 위해 들어온 광고주들이 광고 소재가 없을 때 새로운 소재를 제작해주기 위한 팀이었다. 


 즉, 매체사가 제작사의 기능을 탑재했다고 볼 수 있었고, 나는 그 곳의 신입 카피라이터로 뽑혀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카피라이터는 도제식으로(실무에 마구 굴려서 성장하는 것이다) 키워진다는 업계 사람들의 인식이 강하고, 또 본인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종합광고대행사를 고집하기보다는 일단 어디든 들어가 경력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꽤 괜찮은 제작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경력을 쌓으면 종합광고대행사로의 이직도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터무니 없는 대우를 하는 곳에서 일하라고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제작 업무란 아무리 좋은 곳에 들어가도 프로젝트 기한이 다가오면 야근을 할 수 밖에 없고 업무 강도도 강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처우도 꼼꼼이 따져야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갓 시작하는 사내 벤처와도 같은 광고제작팀이기는 했으나, 매체사의 기본 처우가 좋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취업은 아니었다.


2. 어떤 과정을 통해 취업하였나?


 ‘제작 감각’이라는 것은 몇 번의 면대면 면접을 통해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서 ‘제작 감각’은 단순히 보기 좋은 제작물을 만들 수 있는 선천적 미감이나 언어감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신입에게 요구하는 ‘제작 감각’은 1. 제작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지? 2. 그 제작물을 완수할 수 있는 끈기가 있는지? 인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신입 공채 과정임에도 지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요구했다. 이 포트폴리오의 용도는 내 제작물을 퀄리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때까지 내가 얼마나 제작 업무에 큰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학생 때 끄적거린 허접한 포트폴리오라 할 지라도 포트폴리오로 증명된 꾸준한 시도와 노력이 ‘내가 제작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과 ‘제작물을 완수할 끈기가 있다’는 것을, 즉 신입에게 요하는 ‘제작 감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제작 감각’에 대한 지리한 증명은 인턴과정에서도 여전히 계속 된다. 많은 광고대행사에서 정규직 전환형 인턴, 혹은 체험형 인턴을 운영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인턴 생활을 포함하고 있는 곳도 많다. 내가 취업한 곳의 경우에도 채용 과정에 8주 간의 인턴과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인턴과정은 결국 또다시 제작 실무에서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을 것인지,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를 끝끝내 가져오는지 증명하기 위한 자리이다. 인턴과정에서 나는 의외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대학생활 내내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 놓은 축적 자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턴 최종과제는 15초 광고 영상 제작이었다. 나는 전에 써놓은 짧은 소설을 활용해 결혼정보회사 광고를 만들었고, 그 과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임원의 마음에 들어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취업할 때쯤 되어서야 제작이라는 직무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 뒤, 합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격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또 단순히 취업이 아니라 그 직무가 나에게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진로를 찾는 과정 중 제작과 관련된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광고 공모전 뿐만이 아니라 영화, 연극, 소설까지 폭 넓게 경험하면서 제작이라는 브로드한 업역 중에서 특히 ‘광고 제작’이 나의 적성과 잘 맞는지 알 수 있었다.


Written by 전, 카피라이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6 회사원이 되지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