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야 Apr 12. 2024

친구에게 미안하다

그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중학교 1학년때 처음 만났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어린이티를 막 벗은 그때 모습으로 말입니다. 아직도 처음 그 친구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친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창틀에 햇살을 받으면서 귀엽게 웃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친한 친구사이가 되었고 중학교에 이어서 또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친구는 건설회사에 입사를 했고 입사를 하자마자 아프리카 지역 현장에 발령을 받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현장 파견 근무가 얼마나 힘든지 감조차 잘 오지 않았던 20대 후반의 나이에. 우리는 그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의욕과 자신감으로만 차 넘쳤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경험도 없었고 해외에 대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큰 조직에서 하라고 하는 일에 열심일 뿐일 때였습니다.


 서로 연락도 못하고 지내고 있던 어느날, 그 친구가 갑자기 의식 불명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풍토병에 걸렸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건강했던 친구였기에 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근무했던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어떻게 조치를 취했는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것보다 저는 다시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평생을 병원에서 누워 지내야 한다는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무기력하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20년 가깝게 누워있던 친구가 지난 주말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쩌면 불편하게 병원에서만 누워있는 것보다는 편한 곳에서 영면을 하는 게 그 친구에게는 더 나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해보았지만, 아직도 아무것도 믿어지지 않는 비현실 같기만 합니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면회를 가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더 많이 더 자주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세상의 흔한 말들로 설명이 안 되는 현실이 원망스럽지만, 원망보다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반려 거북이와 함께한 4개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