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그는 열심히 안내를 시작합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당신은 이미 가봤던 길이기 때문에
나의 방향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이렇게 굴러가는 법이라며,
오래된 설명서를 읽어주듯 말합니다.
그 뻔한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울 때
나는 문득 차창 밖을 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열심히 안내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확신에 찬 조언자의 모습이 차창에 어립니다.
덕분에 확신을 얻게 된 나는 마음이 편해졌지만
길을 찾는 감각은 빛바랜 지도 위에 쓸려내려 갔습니다.
나의 '가보지 않은 길'은 당신의 지도에는 없습니다.
나는 조용히 '안내 종료' 버튼을 누릅니다.
내비게이션이 꺼진 고요함 속에서
확신의 조언자가 들려주는 세상의 설명서 대신
나의 떨림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제야 나는, 진짜 가보지 않은 길로 핸들을 돌립니다.
틀릴지도 모르고, 늦을지도 모르는 나만의 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