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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Feb 03. 2022

2분 먼저 떠나버린 유치원 버스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사람은 차를 기다리지만 차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버스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

첫째의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엄마들의 차량 관련 컴플레이션에 많이 힘드셨던지,

단호한 그 말속에 어머니들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이 있음을 조금은 눈치채긴 했지만

‘그래 선생님들도 많이 힘드시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았었다.


설 연휴를 쇠고 난 뒤 첫 등원.

쉬는 날에는 귀신같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인데도,

등원하는 날에는 어찌 알고 그렇게 늦잠을 평온하게 자는지.

다행히 첫째는 8시가 넘어 일어나 주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열심히 준비를 하고 늦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씻기고, 입히고, 머리 묶이고, 가방 챙기고-

둘째는 잠에서 깨면 옷 입히기 더 힘들어질 게 뻔하기에,

잠결에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녀석의 축축한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와 바지를 미리 입힌다. 상의를 제외하곤 양말까지 safe.


그리고 옷을 다 입은 둘째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기 시작한다.

아… 중심을 잡는다고 애썼는데 다 묶고 보니 가르마가 삐뚤빼뚤이다.

신경은 쓰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시 푸르고 머리를 묶인다면 시간은 5분은 족히 더 소요될 것이 뻔하다.

그냥… 적당히 살자!


첫째에게 외투를 입으라고 얘기하고 보니 벌써 차량 오기 12분 전!!!

아… 둘째야… 이제 바지까지 입었으면, 입을 때 엉덩이까지 사뿐히 들어줬으면 일어나야지.

그런데 계속 자는 시늉만 계속이다. 이제 후퇴는 없다.

겨우 일으켜 세워 눈곱만 대충 뗀 채로 옷을 입히는데 후우…. ‘이 옷 안 입어! 이 옷 안 예뻐!!’

후우… 하아…. 후우… 하아…

째깍째깍.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8분 전!!

그래… 그냥 입지 말자. 두 겹 입히려 했던 건 그냥 한 겹으로 타협하고 외투를 입힌다.

참. 그 와중에 마스크는 챙기느라 늘 1~2분은 더 잡아야 하는데.

시계 볼 시간도 없이 둘째는 웨건에 짐짝처럼 태우고,

첫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 밖으로 나섰다.

그래 다행이다. 이렇게 오늘도 무사 등원이구나~ 하며 안심한 그 순간,


멀리서 보이는 첫째의 등원 버스가 움직인다!!

어어?? 아직 얘 안 탔는데요??

한 손으로는 핸들링 절대 안 되는 육중한 웨건을 밀며 두 아이를 챙겨 나가는 아줌마가

이미 커브를 돌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차량을 잡을 재간은 없다.

소리 지른다고 버스가 서기라도 할 터인가. 들리기라도 할 터인가…

그러다 갑자기 시계를 보는데…!!

출발 2분에서 막 1분 전으로 바뀐 시간… 그렇다면 아직 1 분하고도 50초의 시간이 더 있었던 것 아닌가!?

그 시간이면 첫째를 충분히 태웠을 것 같은데

왜 도대체 그 시간을 남겨두고 버스는 떠나고 있는 것인가?

안타까움이 시계를 확인한 순간 야속함으로 바뀌어 버리고,

억울함과 힘듦이 뒤섞인 감정으로 망연자실 떠나는 버스 뒷모습을 바라본다…

오리엔테이션 때 원장 선생님께서 하셨던 그 말씀이 순간 훅 떠오르며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사람은 차를 기다리지만, 차도 정해진 시간까진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결국 1분 50초 먼저 떠난 버스로 인해 나는 웨건을 밀고 첫째의 손을 잡으며 등원을 시켜야 했다..

그리고 도착한 뒤 선생님께 정시에 출발해 주시길 웃으며(하지만 웃픈 얼굴로) 당부드렸다.

선생님도 커다란 웨건에 둘째까지 태워 온 나를 보며 미안해하시며 전달하겠노라 말씀하셨다.


그래… 내가 바지런히 준비하고 시간을 10분 앞당겨 준비하고, 10분 먼저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내 탓이오 싶으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 늘 시간이 변수다 보니…

아이들을 뺀 나머지 변수는 없어야 그나마 살 만하다는 것을 누가 알리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준비해 보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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