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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Jan 27. 2022

부끄러운 속삭임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엄마, 아까 (*손동작) 이렇게 해서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제 막 잠이 들려던 찰나,

네가 나에게 말을 건다.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잠이 들기 직전에 이런 말을 내게 할까.

늘 깨어있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큰 소리로 제 의견을 말하고,

말썽을 부리고도 되레 큰소리 치는 너.

또 아직까진 네 맘과 달리 좀 과격하게 나오는 몸짓들에

엄마, 그리고 네 언니를 종종 아프게도 하는 너.

오늘은 자려던 침대 위에서

몸통에 단단한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엄마 까투리 세찌 인형을 휘두르다

그게 내 얼굴에 맞았을 때였지.


“아!!!’


자기 전 놀 때도 몇 번을 언니의 손을 밟고 지나가서 주의를 주었건만

또다시 내게 벌어진 너의 습격에

난 순간적으로 감정 섞인 반응과 함께 날카로운 한 마디를 내뱉었어.

후회했는데, 이미 벌어진 일.

그 순간 정적과 함께 내 눈치를 보는 니 표정을 읽었지.

그래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또 한 번 느꼈어.

넌 아직 36개월도 안된 아가고,

그래서 아직 네 손과 발이 지금 내 손과 발만큼 정확하게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텐데. 네 언니와는 달리 엄마는 그래도 좀 더 많이 이해를 해줬어야 했는데.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너의 그 미안함 가득 담은 사과에

마치 내 치부를 들킨 듯 엄마는 너에게 참 부끄러웠어.

그리고 이렇게 부족한 엄마에게

넌 이렇게 속삭였지…


“로아는 엄마 너무 좋아해…”


내 가슴에 훅 들어온 네 말…

그래서 엄마도 미안한 마음을 너에게 털어놓았어.


“로아도 엄마 아프게 해서 속상했었구나… 응 이제 엄마 하나도 안 아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 로아야… 너는 아가라서 그렇게 실수하는 게 당연해… 미안해 안 해도 돼…”


그리고 널 꼭 껴안아줬어.

그랬더니 네가 혼잣말처럼 건네는 말,,


“로아는 아가잖아.”


아차…


말썽을 부리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핑계로 들렸던 그 한 마디,

돌아보니 넌 매번 어떤 상황에서 내게 이 말을 건넸었어.

네가 스스로 너를  아가라고 말하는 이 말의 의미가

너의 능력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엄마의 기대치가 버거워

내게 건네는 항변이었는데.

아직 어리니 이해해달라는 너만의 언어였는데.

이제야 눈치챘다니. 오은영 선생님 강의를 그렇게나 많이 듣고도…


너희 덕에 사랑 그릇이 참 많이 커지는 중인데도.

여전히 채울 부분이 많아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나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그래도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나을 수 있도록

네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


‘우리 딸~~’


많이 하며 또 안아주고 뽀뽀하고,

마사지해주고 또 사랑한다는 말도 넘치게 해야지.


부끄러운 너의 속삭임에

참 많은 생각에 사로잡힌 밤에…


2022. 01. 27

언젠가 어른이 될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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