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단편
스물 네 살,
그토록 원하던 방송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막내작가로 새벽 퇴근, 이른 아침 출근을 반복하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많은 양의 일을 감당해야 했던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조절할 수 없는 눈물을 만났었다.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어려움에 그저 마주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컴퓨터 화면을 보고 여느 때와 같이 일하던 내게 찾아온 눈물.
주. 르. 륵
마치 내 마음에 쌓여있던 온갖 어려움들이 끝까지 차서 흘러넘치듯
그렇게 흘렸던 눈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됐다.
내면의 감정의 강이 흘러넘치면
그때는 내 몸의 제어능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딱 그렇게.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지점에서 눈물이 터져버린다.
물을 부으면 몇 배로 순식간에 커져 버리는 코인 티슈처럼.
펑펑. 혼자 울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좀 낫다.
서운함, 속상함, 억울함, 고단함, 답답함,
그 모든 감정들이 반죽처럼 뒤엉킨 눈물은,
신기하게도 늘 투명하다.
감정의 더러움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듯,
마치 깨끗이 정수된 것처럼 느끼라는 듯.
엄마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와,
재택근무를 하다 점심을 함께 먹으려다
갑자기 자기의 비빔면을 들고 울며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버린 아내를 목도한 남자는
아마도 이 상황이 무언지 혼란스럽겠지만.
우리 아주 잠시만… 거리 두자.
“나를 잘 알 것 같단 말은 하지 말아 줘 그럴수록 난 더 알 수 없게끔 돼버리니까.
그런 말들에 괜찮은 듯 웃어넘기는 모습 뒤에는 슬퍼하는 날 만나지 않게.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이 음악이 절대 끝나지 않도록
울고 싶은 날엔 눈물을 보여줘 이 노래가 절대 슬프지 않도록”
-안녕하신가영,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