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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Feb 16. 2022

혼잣말을 하는 거리의 누군가

단편의 단편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는 길,

길을 걷는데 저만치 한 여자가 걸어오더니 내 곁을 스쳐간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저 사람 뭐지?” 하며

가지 않던 시선을 옮겨 쳐다본다.


아. 아이팟을 끼고 지나간다.

통화 중이었구나.


그러다 또다시 아이의 하원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혼자 앉아서 열심히 휴대폰을 들고 한 문장씩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화라면 중간에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할 터,

이상하게 중간중간, 마가 뜬다.

궁금해하던 찰나, 이유를 알았다.


아. 음성 입력을 사용 중이었구나.


인간의 소통방식과,

기술의 발전이 빚어낸 도시의 광경.


휴대폰에 빠지지 않고 탑재된 음성 입력 기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무지 내 발음을 너무나 곡해하는 바람에

차라리 손으로 노동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능이었었는데.


매일 카톡을 나누는 사촌동생은

이미 그 기능으로 매일 나와 대화한다.

여전히 오타는 계속되지만, 그래도 정확도는 높아졌다.


그리고 전화 통화라는 것도

내 전화기의 기종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손을 이용해 뺨에 따뜻한 휴대폰의 온기를 맞아가며

통화하는 그 맛이 일품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어폰 선도 사라지고,

주변 소음까지 차단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기본,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높은 기술력을 가진 블루투스 이어폰과 함께 할 때라야

양손과 내 몸이 자유로워 장시간 수다가 가능해지니

이것 또한 당연해진 2022년의 일상이겠다.


어찌 알겠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사람조차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이여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까지 했다는데.


전 세계를 휩쓸 전염병의 발병 또한 예측은 했지만

결국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


그저 그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배우고

또 내 삶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도록 적용하는 태도가 중요하겠지.

변화라는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아, 하나 더 생각났다.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주차장을 크게 울리는 목소리, 차에서 나긴 하는데 내 차는 아니고,

움직이는 차 한 대에서 너무도 크게 흘러나오던 통화음에

모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원래 블루투스 모드가 다 그래.”

하는 대답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내 목소리도 저렇게 바깥에 쩌렁쩌렁 울렸을 생각을 하니.

블루투스가 왜 확성기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는 것인지!!

아 아직 채워지지 않은 기술의 빈 틈은

일상의 우스꽝스러움을 연출하기도 하는구나.


일상의 어떤 풍경이

미래에 낯선 풍경이 될지 사뭇 궁금해지며

나는 오늘도 예측 불가능한 하루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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