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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Sep 15. 2022

보여주기 위한 지적허영심만 가득한 사업을 했다가 망했다

한계에 직면했다. 월급이 밀릴뻔했다. 꼬여도 너무 꼬였다...

보여주기 위한 지적허영심만 가득한 사업을 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 

운으로 버텼지만, 한계에 직면했다. 월급이 밀릴뻔했다. 꼬여도 너무 꼬였다.


용산CGV 내 위치한 자몽미디어센터 용산 스페이스는 미디어자몽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중 한 곳이다. 우리는 기적적으로 2017년 이곳에 스튜디오를 입점했다. 매출도 규모도 보잘것없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이곳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당시 1인 미디어는 계속 성장 중이었고 스튜디오 이용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미디어자몽도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제안을 받았다. 


“지금 오픈스튜디오 옆에 부스가 비어있는데, 자몽에게 한번 운영을 맡겨보려고 해요.”


어느날 담당자가 연락와서 만났을 때, 스튜디오 활성화와 함께 공간을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해보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어떤 아이템이면 좋겠냐는 질문에, 지난 여름 방문했던 츠타야서점이 떠올랐다. 


마침 그 시점 우리는 팟캐스트 분야에 집중하면서 콘텐츠 제작과 오디오 크리에이터의 활성화를 위해 애쓰던 시기였다. 아직 1인미디어 시장이 시작점에 있던 터라 빠른 성장은 상대적으로 어려웠고 여러가지 방편으로 애쓰던 중이어서,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남 논현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책 판매를 도입했다. 사실 책은 즐겨보지만, 사실 출판시장의 구조나 원리, 수익율 등은 잘 몰랐다. 그럼에도 ‘책도 다른 제품이랑 똑같겠지’라며 책을 많이 들여와서 많이 팔면 되는거 아닌가? 하고 작은 독립서점을 시작했다. 아니 흉내냈다. 


서점이란 아이템을 잡은 이유는 팟캐스트를 하는 손님 중에 유독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고객들이 많았다. 두꺼운 책을 자신만의 언어로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작은 서점을 하면 고객도 책을 사고, 새로운 손님도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책과 커피를 파는 북카페를 만들어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서점을 하면서 마음껏 책을 가져다 놓는 것에 들떠 있었다. 물론 한두 권 정도는 열심히 읽기는 했지만, 읽는 것보다 갖다 두는 것으로 만족했고 일단 눈으로 보기에 좋았다. 공간 안에 책이 가득 차 있으면 지식인이 된 것 같고, 가만히 있어도 똑똑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CGV 담당자의 제안에 응했다. 


“독립서점 어떠세요? 저희가 지금 다른 스튜디오에서 작게 독립서점을 하고 있어요.”

담당자는 호기심 어리게 물었다. 


“독립서점이요? 어떤 책을 파는거죠?”


“저희는 지금 잡지를 주로 팔고 있어요, 매거진B 같은 잡지요. 저희는 매거진 전문 서점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자몽은 특별히 스튜디오 입주사니까 임대료는 할인해 드릴께요. 요즘 독립서점이 인기니까 잘 될 것 같아요.”

마침 독립서점도 유행하고 있는데다가, 잡지의 재해석이라는 매거진B와 같은 잡지를 팔고 있다고 하니, 레트로한 CGV 컨셉과도 잘 맞아떨어지거니와 사람들에게 공간의 이야기꺼리를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크게 반겼다. 바로 컨셉과 내용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서 말했다. 


“우선 3개월 기본계약으로 가시죠. 원래 이 공간은 하루 몇십만 원이고, 지금 공간 렌트도 월 천만원이 넘는데 정도인데, 미디어자몽은 저희 파트너사이니 저희가 절반으로 제안할게요. 2개월 정도 우선 해보시고, 그 다음 달에 1개월로 끝낼지, 아님 계속해볼지도 논의해보죠. 컨셉만 좋으면 계속 연장하면서 다른 CGV 지점과 공간에도 이렇게 입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리 반값이 지만 수백만원의 임대료는 사업을 하는 내 입장에서도 상당히 큰 돈이었다. 더군다나 공간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등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담당자는 그동안 자몽이 보여준 게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공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공간으로 모객을 해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계산했다. 그리고는 덜컥 결정했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지옥문이 열린 순간이었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지적자본론』은 나에게 바이블이 되었다. 츠타야서점을 알게 된 후 제안하기라는 관점의 비즈니스에 대해 푹 빠져버렸기에, 이름도 우아한 ‘지적자본론’에 말 그대로 빠져버렸다. 도쿄에 가서 꼭 가야 할 곳, 가고 싶은 곳으로 츠타야 서점을 꼽았고, 이를 위한 사업모델과 우리 사업의 적용 역시 다양하게 시도하고자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지식이 축적된 비즈니스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험적으로 서점이라는 것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내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책을 파는 것. 


서점은 말 그대로 책을 파는 거니, 어떠한 공간에 있더라도 책만 있으면 서점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꿈 같은 시작은 온갖 망상을 끌어냈고, 사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할 것 같았다. 


츠타야서점과 관련된 책과 기사는 빠짐없이 읽었다. 독립서점과 관련한 세미나도 가고,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대게 경험 있는 분들은 하지 말라는 편이지만, 조금이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책과 관계된 사람은 “요즘 독립서점 인기잖아”라는 한마디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때는 잘 몰랐다. ‘요즘 인기’라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이면서 동시에 사업에서 시작하면 안 되는 영역인지. 


서점을 운영했던 전직 사장님의 세미나도 참석하고, 여러 독립서점을 다녔다. 하지만 난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내가 하면 잘될 거라고. 


서점 사업의 현실을 짚어주는 부분은 무시한 채 책을 어떻게 입고하고 판매하고 운영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등 숫자와 결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현실감각은 점점 떨어졌다. 주변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언제나 긍정적인 미래 이야기만을 전달하기 바뻤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 쌓기보다 성공한 기업의 태도와 비즈니스모델에 몰두하며 자기네도 이 부분을 도입하거나 참고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땐 모두 장밋빛으로만 보였다. 그려진 청사진에 몰두하며 발을 담그고 있는 현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적어도 나에겐 세미나와 네트워킹을 통해 만난 그들은 성공했거나 성공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환상에 몰두한 나머지 사람과의 관계맺기를 어설프게 따라하기 시작했다. 모든 관계는 쓸모가 있을 것이며,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는 것처럼 무언가 일어나길 기대했었다. 



츠타야병은 '지식의 축적보다 이미지만 모방하는 사업적 태도.


그즈음 결국 나는 츠타야병에 걸려버렸다. 


츠타야병은 '지식의 축적보다 이미지만 모방하는 사업적 태도'다. 고객은 논의에서 빠져있고, 사업의 목표는 나를 돋보이기 위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 같은 것이었다. 사업의 목표와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점은 사업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제는 알 수 있다. 


무네아키가 말하는 츠타야 서점은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는 것에 핵심을 둔다. 더불어 사업은 어떻게 적용하고 잘 만들어져야 하는지가 중요한 모델인데, 이를 거스르고 주제와 분수에 맞지 않는 모방으로 사업을 위험을 빠트리게 했다. 단순히 지적 허영만 가득한 아이템을 잔뜩 가지고 와서 지시만 내렸다.


어설픈 모방과 따라하기, 철학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빠져있었다. 실행력은 있지만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못해 회사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자금난으로 인해 숨 막혀오는 심리적 압박은 무엇보다 힘들었다. 어설픈 모방과 따라하기, 그리고 이에 대한 부족한 철학은 한순간에 회사를 위험에 처하게 했고, 이를 극복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지적 허영이었다. 영어로 지적허영은 스노비즘(snobbism), 허세나 속물근성과 같은 뜻이지만 어찌되었건간에 사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리라 판단한다. 지적 허영에 빠지게 되면 가장 먼저 차를 바꾸고 사무실을 욺긴다.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이 든다. 사업도 고객도 자신에게 맞춰야 하는 것 마냥 행동한다. SNS 관계가 세상 전부인 양, 고객의 목소리는 들어보지 않은 체 허황된 꿈을 꾸곤 한다. 


우리는 지식의 축적을 통해 이를 적용하고 반영하여 움직여야 한다. 『지적자본론』은 이러한 태도를 말하지만 제대로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전히 사업이 아닌 사업놀이와 업계놀이를 하는 관계지향적인 사람들 간의 파티 속에서 서로를 칭찬하며 변화를 꽤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적자본론』의 문제와 허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축적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 없이 추구하는 보여주기를 위한 모방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난 그점을 놓치고야 말았다.


 

완성된 자몽서점용산CGV 팝업스토어에 간판이 올라갔다.


어릴 적부터 공간 꾸미기를 좋아했다. 진지하게 실내 건축디자인을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늘 멋진 공간을 보고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실제로 몇군데 공사를 해봤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공사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3개월 월세 수천만원, 인테리어비용 역시 수천만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우리가 입점해서 숍인숍으로 마케팅 부스를 전대하면 월 매출 이천만원 이상 . 크게 손해는 보지 않겠다며 머릿속으로 혼자 계산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할당 받은 공간 구성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컨셉과 디자인은 호텔 부다페스트와 같이 레트로하면서 컨시어지 데스크를 생각하며 구상했지만,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어려웠다. 무엇보다 복합시설의 경우 밤에만 공사할 수 있다. 밤 공사 인건비는 낮보다 거의 2배가 되는 것도 그때 알았다. 공사비는 몇 배로 치솟았다. 계약서까지 쓴 마당에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테리어 공사 담당자는 이거 하자고 하면 안 된다고 하고 돈부터 달라고 하고 계속 양쪽에서 피말리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인테리어는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2배 이상 나와 처음 계획부터 차질이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마무리되고 오픈 시점이 되어 간판이 올라갔다.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드넓은 용산역 7층, 대기업 CGV의 심장에 우리 회사 간판을 올리다니.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나를 감쌌다. 너무나 뿌듯했다. 보고 또 봐도 뿌듯하고 기뻤다. 보도자료를 뿌리고 기사가 나오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대단하다. 축하한다. 멋지다 등등.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사장 놀이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깨가 올라가고 직원들 앞에서 당당해졌다. 내가 이런 걸 만들었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서점을 만든 것이 기쁜 게 아니라 그냥 있어보이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기뻤다. 멋진 비주얼이면 누구나 와서 무엇이든 관심갖고 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단순 계산 논리로 용산CGV를 찾는 사람이 몇 명인데, 이들에게 얼마씩 팔면 충분히 수익이 발생하겠다고 생각했다. 


초기에 들어간 돈은 이미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나에겐 멋진 오프라인 공간이 남아있기에, 개의치 않았다. 기존 거래처도 늘리고 책도 발주를 마구마구 했다. 여러 매거진 담당자도 초대해 설명회도 개최하고, 매일매일 멋진 굿즈 제품을 입점시키기 위해 연락을 돌리고 영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난 여기저기 자랑했다. 매일매일 서점소식을 개인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우와 우와 하다가도, 왜 서점을 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왜 서점을 하지? 라는 의문을 던졌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콘텐츠 사업을하는데 항상 부족한게 있었어요. 바로 원천소스였죠. 그러니까 오리지널을 갖고 싶은데 그럴려면 실제로 접점이 필요하죠. 책은 저자와 저작물을 보유한 콘텐츠이자 실물 경제니까, 서점을 하면 이 후에는 출판사와 저자를 통해서 더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라고, 우리는 이래서 서점을 한다고. 그러나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나만 알고 있었다. 우리 직원들도 왜 서점을 갑자기 하는지 몰랐다. 그냥 내가 하자니까, 설득하니까 답정너의 태도를 알고 있어서 마지못해 따라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과 공간 입점을 위해 지출한 초기 사입비용. 그리고 문을 닫으면 안 되기에 추가로 투입된 인력. 공간활성화를 위해 PM을 지정해 맡겨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장사가 아니라 예술을 하고 있었다.


투자비용 복구를 위해서라도 빨리 물건을 팔아야 했다. 그것도 많이 팔아야 했다. 서점을 흉내내면서 책을 들여와 작은 간판만 붙이고 서점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강남 논현 스튜디오에서 작게 할 때는 한두 권 정도 파는 것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루에 적어도 수십 권 이상은 팔아야 했는데, 작은 서점에서 매일 책을 수십 권 파는 일은 기적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마케팅의 TPO(시간 Time / 장소 Place/ 상황 Occasion)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멋진 공간에 책과 굿즈를 갖다두면 알아서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또한 위탁판매, 혹은 홍보를 위한 광고주 모집도 쉽지 않았다. 마케팅 부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어려울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광고효과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졌다. 막연한 희망 고문이 계속 나를 채근했다. 그래서 육체적 피로가 몰려와도 매일매일 밤샘과 고민, 스트레스는 날로 깊어졌다. 

자몽서점은 우여곡절끝에 2018년 11월에 오픈했다. 오픈 당시 레트로한 디자인과 호텔 컨시어지와 같은 데스크 디자인은 눈길을 끌었다. 입소문이 조금씩 났고 사람들이 서점을 방문했지만 방문자는 책을 사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도 없었고, 대중들에겐 낯선 독립잡지가 많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비용은 줄줄줄 세어나갔다. 월세, 관리비, 월급 등 고정비가 나가는 시간은 다가왔다. 그때만큼 공포어린 시절도 없었던것 같다. 그래도 첫 달은 오픈발인지 어느 정도 수익이 났지만, 다음 달 부터 현실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일하게 되니 점점 직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다.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휴무없이 운영했지만, 정작 서점은 썰렁했다. 아무도 책을 사지 않았다. 


내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그렇게 무서운 일인 줄 그때야 알았다. 조금만 노력하면 잘될 거야라는 말로 매일매일 나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조금만 더 하면 잘될 것 같아서 체력의 한계도 잊은 체 매일매일 사투를 벌였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월급과 임대료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했다. 서점 외에도 동시에 콘텐츠 제작과 렌탈, 광고대행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벌어드린 돈을 서점에 계속 쏟아부었다. 나의 불안함은 어느덧 직원들에게도 전해졌고, 모두 걱정을 넘어 두려워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게 다 막연한 희망 때문이라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2개월 동안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2달 연장을 감행했다. 이미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이 아까워서 딱 임대료 기준으로 수백만 원만 더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영업하면 한 번에 매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보기 좋게 실패했고, 철거비용으로 인테리어 비용의 0/0을 지출한 것을 물론, 이후 이어진 보수 보강 문제로 인해 추가비용까지 물어가며 결국 자몽서점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수업료치고는 엄청난 비용이었다. 때문에 회사에 유동성 위기가 오게 되었다. 처음 겪는 아찔한 상황이었고 대위기였다.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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