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싶은 말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해도 버티는 법이다.
프롤로그
25살, 멋모르고 사업을 편히 쉰 적도 잠을 잔 적 별로 없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견뎠고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광고대행사를 할 때는 클라이언트 전화가 가장 무서웠고, 고객사 이벤트를 할 때는 클레임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했다. 직원을 채용할 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한가득 생겼다. 어떤 날은 퇴직 통보를, 어떤 날은 무통보 입사포기가, 회사를 운영하며 여러 사건사고도 많았다.
사실 허세만 가득차서 좋은 회사로 보이고 싶어 대외적인 이미지만 챙긴 적도 많았다. 그래야 좀 더 있어 보이고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래야 사업도, 인재 유치도, 투자도 잘 될 거로 생각했다.
큰 규모의 계약을 채결하거나, 업무를 수주했을 때 기쁨은 컸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바로 이후 일어날 일들에 대한 걱정과 고민 등 복잡한 마음이 이어졌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걸까? 어떻게 해야 좋아 보일까?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가장 두려웠다.
광고대행사를 운영할 때였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클라이언트의 생산공장에 간 적 있다. 도심 속 사무실 풍경과 다르게 한적한 지역에 있는 큰 규모의 공장이었는데, 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내 일은 고객의 최접점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당시 블로그와 SNS를 운영했는데, 무언가 사명감을 갖기보다 일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좋은 내용과 이미지만 찾기 바빴다. 제품들을 봐도 감흥이란건 없었고, 사무적으로 대할 뿐이었다. 하지만 공장을 다녀온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 타이핑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현장 관계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후 더 신중해졌다.
내 일의 결과가 그들에게 기쁨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만일 그들에게 문제가 된다면 그 또한 내 책임이라 생각했다.
그후 누군가의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사업적 역량과 규모를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당시 유행하던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비전을 갖고 도전한 것도 있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해볼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다 채워 넣었다. 많은 주변 사람들이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들이 날 먹여살릴 것도 아니고, 돈을 벌게 해줄 것도 아니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도 실패했다.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신기하게 버티고 있었다. 물론 나의 자산을 팔아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으며 매꾸고 월급 주고 월세 내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말이다.
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일 벌리는 것이라고 말 할 정도였다. 늘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했지만, 정작 운영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영과 운영은 다른 영역이었다. 나는 자신감만 충만한 채 일을 벌렸고 일을 벌린 후엔 불안해졌다. 나의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였을까? 하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늘 24시간 일에 매달려있는 삶을 살았던 나는 오늘 하루만 무사히 잘 버티자! 는 마음으로 살았다.
물론 실패를 통해서 얻은 것도 많다. 나의 20대는 실패로 가득했고, 지금도 많은 실패를 통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본능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경험에 의해 숫자에 의해 판단한다.
내가 이 글을 통해 할 이야기는 실패해도 버티는 법이다. 거창한 성공담이나 성공사례를 말 할수 없을뿐더러 청춘의 낭만이나 젊은 세대를 겨냥하여 조언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하고 내가 경험한 것을 기록했다.
앞으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변화하는 만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내 중심과 방향은 지키면서. 세상이 변화할 때 흐름을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내 자리를 굳게 지키는 것이 진짜 내 삶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고 내 삶에서 내 일에서 중심을 지키자. 그렇게 내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자.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