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그 돈이면 OO을 하지 뭐 이랬던 기억들에 대한 후회
현재가 바쁘다 보니 과거의 것을 잊고 살아가는 편이나, 가끔씩 옛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회상을 하곤 합니다. 기억 속 나는 후회도 하면서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것을 반복하면서, 미래에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또 그럴 것 같은 인생의 수레바퀴 같은 삶을 살 것 같습니다.
과거의 후회는 늘 하는 편이지만, 최근만큼 강렬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바쁘게만 살아오다가 몸에 탈이 나서야 대부분의 작업을 멈추게 되었고 심플 이즈 베스트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연 나에게 돈이란 무엇이며 부귀영화란 어떤 것 일지 생각합니다.
이제 20년이 넘은 세월이 되었지만 과거의 나는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틈만 나면 여행을 가기 일쑤였고 없는 돈이지만 지원도 받고 용돈도 받아서 갑작스러운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20년 전에 일본에 갔던 기억이 나는데 친했던 친구와 함께 2주일 정도 돌아다녔습니다. 오사카를 갔다가 고베, 나라, 가나자와, 도쿄, 요코하마 이렇게 돌아다녔는데, 그 당시 환율도 비싼 데다가 가진 돈도 없어서 굶으면서 겨우겨우 하루를 보내다가 왔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잠도 얻어 자고 친구가 유학하고 있어서 찾아가서 잠도 청했습니다. 야간버스도 타봤고 스마트폰도 아니어서 지도와 책자를 보면서 겨우겨우 물어서 다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경비로는 대략 백만 원을 넘게 썼던 것 같습니다. 기념품으로는 겨우 책자나 피겨 정도 샀는데, 제가 허리케인조 만화를 좋아해서 뽑기로 샀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친구가 말했습니다. 정산을 해보니까 많이 썼나 봅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OO나 살걸 이라는 말을 했는데, 저 역시 그때는 그런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때 없는 돈으로 갔던 해외여행은 가장 큰 축복이자 강렬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첫 해외였고 가까운 일본이었지만 그 도시의 풍요로움에 눈을 떠 대략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억과 경험은 결코 돈으로 맞바꿀 수 없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돈으로 경험을 사는지, 여행을 가는지, 체험을 하는지 말입니다. 그 당시 여행 대신 선택했던 나의 로망이었던 기타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여행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백만 원을 썼지만 기억의 가치는 수억이상의 효과를 누리는 셈입니다.
우연히 본 동영상 하나가 나를 뒤흔들었습니다. 음악은 좋아하나 아이돌은 그렇게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뉴진스의 하니가 도쿄돔에서 부른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가 과거의 나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나는 젊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가벼웠지만 많은 돌아다닌 그 기억의 나 자신을 만났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모든 30~50대가 그러한 기억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눈시울이 촉촉했습니다. 그때 자신감 넘치고 풋풋하게 강인했던 나는 어디 가고 지금은 조금 무리했다고 이렇게 아파서 골골대나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자신감은 넘치고 가능성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시간이 흐르는 것을 체감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40대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쓰는 글도 너무나 표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사람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내려놓으면 그래도 편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됩니다. 하지만 노력해야겠죠? 하나씩 부담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편안한 이야기도 많이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