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앙증망증 꿀떡의 윗 모양은쭈쭈를 입에 문 아기가 샴푸 후에 쭉 올려 세운 그 머리카락 모양 같다. 꼬소한 기름이 촉촉이 묻은 고 녀석을 이 사이에 넣고 살짜기 폭신하게 베어 물면 쫄깃쫄깃함에 퐁당, 달달콤콤한 설탕물이 지이잉~ 뿅!
입 안 가득 품겨 안기는 그 행복한 달당구리함.
정말이지 사랑은,
꿀떡 팩에 나란히 누운 꿀떡들을 보며 눈으로 설렌 뒤,
그중 제일 예쁘고 깜찍한 아이를 골라,
첫 번째 꿀떡을 먹는,
그때 베어 무는 그 첫 입, 그 달콤함이다.
영화 <인턴>을 찾아봐야 할 일이 있어 다시 보는데,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장면에 마음이 꽂힌다.
직장에서 만난 70세 벤(로버트 드 니로)과 피오나(르네 루소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그녀) 는
서로 호감을 느낀다.
첫 데이트 날을 실컷 잡아놓고, 하필 그날, 예기치 않게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난 이 설정이 맘에 들었다. 인생은 진짜 수도 없는 불예측성에 대한 대응 아니던가)
이것이 이들의 첫 데이트 날.
‘초상은 났는데 사랑은 시작된다!’
장례식장을 나와 걸으며, 이 나이가 되면 이것저것 설명해야 하는 데이트가 부담스럽다는 피오나에게. 10초면 자기에 대해 설명이 다 된다고 하는 벤.
꿀떡이다! 꿀떡 첫 한입을 베어 문 그 느낌!
여러 가지 상실에 대한 현실 자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마음의 병치레를 하고 있던 때다. 아버지는 머릿속이 복잡해 정리가 안 되실 때면, 할머니 기(氣)를 받으러 불쑥 고향에 가시곤 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께가보자. 할머니를 뵈면 반드시 나아진다’며 나를 데리고 할머니께 갔다. 자주 만나지 못하고, 갈 때의 마음. 가 있을 때의 마음, 갔다 오는 마음. 그 어느 마음 하나. 편치 않다. 자식을 잃은 할머니의 눈은 더 처연하고 애잔해 있었지만, 마음의 병이 심하다는 내게 ‘매도 여러 번 맞아야 단단해지는 거’라며 ‘더 강해지려고’ 아픈 거다. 앞으로도 ‘더 맞아야’ 한다. 말씀하신다. “더... 요?” 놀라서 눈물이 또르르떨어진다. 이내, 할머니는 여기 방안에 있는 3명 여자 모두 남편 없는 사람들뿐이라며 우리 모두 똑같다고 웃겨 주신다.
그러시고서는, ‘외롭재? 짝을 만나면 내 편이 생기는 기라. 힘이 막 생기는 기라.’ 그 따뜻한 말뜻을 알아 그냥 조용히 웃었다.
어머니는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투닥투닥 다퉜던 아버지가 그립다고 하셨다. 지금은 생각도 안 나는 그 일들이 뭐라고. 심술부리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 당연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때 그랬다고.
집 앞 숲길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주말 저녁식사 시간 이후에는 부부들도 많은 편이다. 나는 이럴 때 촉을 뾰족이 세우고 피하기 바쁘다. 언제부턴가 부부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우리 앞을 걷고 있으면, 나는 잽싸게 엄마 손을 잡고, 그들을 제쳐 빨리 앞으로, 최대한 멀리, 앞으로 – 앞으로 뛰어가다시피 걸어간다. 행여나 엄마가 마음이 상하실까 봐 이다. 다정한 부부의 뒷모습이 권력처럼 느껴졌었다.
사랑은 반드시 해야 한다.
사는 내내. 감정은 피어나야 한다.
매 순간 당연히 사랑해야 한다.
비단 남녀 간의 사랑만이 충만감이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내 일이고, 내 차고, 내 강아지이기도 하고, 내 고양이기도 할 것이다.그것은 내 집에 있는 몬스테라 화초고, 내가 아끼는 빈티지 스피커이고, 나를 생각해서 누군가가 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의미 있는 무엇일 수도 있겠다.
사람도, 물건도,
사랑을 주면 새롭게 피어난다.
그것들의 존재로 나는 무한한 위로와 안심을 느낀다.
우리는 꿀떡을 먹어야 한다.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사막에서도 꿀떡을 찾아야 한다.
그래, 나는 '꿀떡 예찬론자'다.
오늘 난 풍만한 에그 마요 샌드위치를 정말 사랑했다.
이때 이 샌드위치는 나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맛있어준다.
샌드 한 귀퉁이를, 야물차게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다.
# 엄마가 영화 <인턴> 속 ‘벤’ 같은 멋진 신사와 함께라면?(알아요! 알아, 아빠만이 당신의 꿀떡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