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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워커 Dec 07. 2021

나의 보스를 채용합니다.

미래의 상사에게 바라는 3가지 조건

채용 사이트에 올라오는 뻔한 JD 말고 진짜 내가 바라는 현실적인 조건 3가지. 그리고  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면접.


1.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논의가 필요할 때 언제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러려면 실무를 잘 알아야 하고 다양한 실무 케이스를 해본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팀원 관리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 그래서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2.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월/분기/연간 플랜을 세우고, 어떻게든 집요하게 달성해 내는 사람

그리고 자신보다 더 높은 사람, 회사 전체의 목표를 잘 따라갈 수 있는 사람


3. 팀 안에서의 협업뿐만 아니라 타 그룹 간의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한데 통합할 수 있는 사람

진짜 말 그대로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있는 사람. 때론 우리의 목표를 위해 타 팀과 기꺼이 싸울 수 있는 사람




2021. 12. 6

아침부터 연말 프로모션 QA, LIVE, 오픈 후 이슈 대응으로 여느 월요일보다 빠르고 촘촘히 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늦은 오후 5시. 이대로 일찍 퇴근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정신없는 상태에서 파트 리더를 뽑는 1차 면접에 참석했다. 몽롱한 기운이었지만 이내 새로운 인물과의 화상 인터뷰 창을 열였더니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보다 나이는 2살이 많고, 총경력은 9년을 넘기고, 다소 올드한 패션 플랫폼에서의 마케팅 기획 경력을 가진 분 이셨다. 경력이나 나이를 세고 있는 내가 참 한심하지만, 세상 꼰대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위에 사람을 뽑는 데 있어서 나이와 짬바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을 얼마나 만나봤으며 그런 노하우가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이런 숫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인상이 선해 보이는 여자분이셨다. 오히려 면접 내내 내가 너무 무표정으로 무섭게 질문만 던져댄 게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본성이 쭈구리여서 인터뷰 때마다 쎄 보이고 싶은 고질병이 있다. (우리 그룹 리더도 나와 면접 봤을 때, 내가 제일 무서워 보였다고 고백하셨다.)


“이전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모션 중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본인이 수행해온 프로젝트와 내용을 준비한 대로 술술술 잘 말씀해주셨다. 뎁스 있는 설명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모든 프로세스를 훑어서 전체 그림을 잘 그려주셨고, 쓰윽 봐도 '아 실무는 맡겨두면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단번에 드는 지원자였다. 면접관으로서의 나의 짬바도 늘었구나?


적은 연차의 구성원들을 매니징 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작은 조직에서 일 해 본 사람은 보통 본인이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영업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운영, 뒷단 데이터 정리까지 다 한다. 어떻게 보면 만능인 사람이지만, 리더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본인 같은 마케팅 기획자를 아래에 두고 코칭과 매니징을 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파트를 리드할 수 있을까?


"지난 회사에서 과장 직급으로 일하셨는데요, 해당 회사에서 과장 직급의 역할과 의무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진짜 궁금해서 질문드렸다. 우리 회사는 직급 없이 각자의 담당 업무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차장, 과장 뭐 그런 직함을 달고 있는 회사에서는 뭐가 다른지. 특이한 건 과장인데 아래 저 연차 직원 없이 혼자 일했다는 점이다. 직급이나 타이틀은 허울 좋은 가면일 수 있다. 특히나 연차도 그렇다. 사실 5년 이상 넘어가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기도 어렵다. 연차와 타이틀이 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또 반대로 나도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실력과 연차가 비례하면서 성장하고 있는지?


저희 회사에 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면접관으로 면접을 많이 보다 보니, 머릿속에서 템플릿화 되어 매번 나오는 그런 질문들이 있다.


저희가  마케팅에서 아쉬웠던 점이나 인상적이었던 캠페인이 있으실까요?”

어떤 캠페인을 해보고 싶으세요?”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욕심일 수도 있지만, 면접에 오면서 지원하는 회사의 서비스 마케팅 방법이나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서 미리 준비해오는 건 정말 기본이지 기본이고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신입 연차들은 잘 준비해 오는 답변인데, 고연차일수록 오히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없을 때가 많다. 직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직군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나 마케팅은 해당 서비스가 왜 좋은지 왜 써야 하는지 유저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후로는 우리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짤막하게 인터뷰를 진행하고도 시간이 좀 남았다. 그럴 땐 '궁금한 저희한테 궁금한 거 없으세요?' 신공을 발휘하여 질문을 받고 열심히 대답을 해드린다.


정말 30분 만에 면접이 끝났다. 보통 면접 시간을 룰로 정해놓지 않는 이상  지원자가 궁금하고 관심이 있으면 말이 길어지고 질문이 넘쳐난다. 리드급인데도 불구하고 30 안에 끝났다는  너무 단순화하는  같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저희 리더 포지션으로 면접 본 거 맞죠?


30분간의 면접이 끝나고, 새로운 구글  주소를 생성해서  리뷰를 진행했다. “다들 어떠셨어요?" 그룹 리더가 던진 질문에 서로 눈치를 본다.


"음... 저는요, 실무를 잘하시는 분이라는 건 알겠어요. 근데 그러면 지금 있는 저희랑 다를 게 없어요. 지금 저희가 뽑는 포지션은 실무자가 아니라 리더예요. 제가 리더한테 바라는 건 어느 정도 규모의 팀을 이끌어 본 경험과 그 경험에서 구성원을 도와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그런 리더십이에요. 근데 불행히도 지원자 분께서는 그 경력(9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팀을 리드해본 경험이 없으시더라고요."


팀 사람들이랑 논의하면서 천천히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특정 영역에서 경력이 8-9년 이상인데, 작은 팀이라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건 마이너스예요. 운이 없었던 거죠. 실무자로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리더로 지원하는데 매니징 경험이 없는 건 너무 크리티컬 한 이슈예요!"


" 근데 죄송한데 잠깐  소리 해도 될까요? 인터뷰 들어오기 1시간 전에,  그룹으로부터 앱 내에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활성화 프로모션 진행 일정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지금 저희 파트에서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랑 시기도 비슷하고 구성도 너무 비슷해요. 이런 그룹 간 싱크를 맞추는  파트 리더의 역할인데, 오늘 지원자 분이 그룹  싱크를 맞출 만큼 적극성이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제가 인터뷰 리뷰 하다가  얘기해서 죄송한데,  진짜 이거 해결해야 돼요!"


매번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이다. 정말 인터뷰 리뷰 끝나고 바로  팀과의 싱크 미팅을 어레인지 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의식의 흐름은 매번 이렇게 대중이 없다. 채용에 많은 시간을 쏟아가면서 좋은 분을 뽑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쳐내야 하는 실무 이슈가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다시 채용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떤 자리든 매니징 포지션을 뽑는데 적어도 1년이 걸렸다. 그만큼 적합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찾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공고를 보고 지원할 확률도 매우 낮다.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지대하기 때문에 아무나 뽑을 수가 없다. 능력이 있으면 핏이 안 맞고, 핏이 맞을 것 같은데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특히나 리더급까지 올라가면 처우에 대한 부분도 맞추는 게 힘들다.


"네, 이번에도 리더 채용까지 1년 봅니다. 그전에 실무자나 한 명 더 뽑으실 거죠? 새로 채용 공고 올려주세요!"


그렇게 일단은 업무 안정화를 위해 특정 영역만을 맡아줄 실무자 포지션을 새로 오픈하는 걸로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나의 바이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2019년 처음 구매했을 때는 아무 준비 없이 팀장이 되어버려서 어떻게라도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살려고 읽었다. 하지만 2021년 지금은 나의 상사인 그룹 리더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또 이번에는 어떤 파트 리더를 채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정의를 내리기 위해 다시 읽어보고 있다.


이 책이 팀장을 타깃으로 쓰인 책이긴 하지만, 리더든 구성원이든  나은 조직을 만들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읽어보길 추천한다. 구성원이 되어 읽는 2번째 느끼는 바는, '내가 상사를 어떻게 도울  있을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런 질문들이다. 그냥 흘려 읽지 말고 두세  읽고 밑줄 치고 적용하고 질문하고 뜯고 씹어먹어 보려고 한다. 조직이 커지면 더 커질수록 어렵고 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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