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워커 Nov 30. 2021

당신은 팀장이 되면 안 된다.

준비되지 않은 리더가 겪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하여


PART1: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Feb 2019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연차가 쌓였다고 모두가 *매니저(팀장 또는 리더)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매니저 역할이 맞지 않는데 매니저가 되는 게 곤욕일 수 있다.

내가 그랬다. 팀장에 대한 욕심이 없는데 단순히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서 열등감이 앞서서 그리고 옆에서 남들이 하라고 하니까 '그럼... 제가 할게요!'라고 말해버렸다.


지기 싫은 치기 어린 마음뿐이었다.


2019년에 약 10개월 동안 10명이 넘는 마케팅 조직의 리더를 한 적이 있다. 임시지만(회사에서 원하는 리더를 구하기 전까지) 성장하는 서비스의 마케팅 리드를 한다는 게 보상적인 측면이나 경험적인 측면에서 두루두루 다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기 싫었다.


"A님과 환희님 중에 한 분을 팀장으로 염두에 두고 경영진끼리 고민을 하고 있어요."


A랑 나와 둘 중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내가 그 사람보다 훨씬 더 먼저 들어왔고 내가 더 일을 잘하는데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돼! 고민은 됐지만 A가 리더를 하고 디렉션을 받고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내가 뭔가 지는 느낌이잖아!


"제가 퍼포먼스 마케팅 경력이 더 길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는 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워낙 다양한 구성원(브랜드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디자이너...)들이 있다 보니 그 구성원들을 포괄하기에 모난데 없고 무난 무난한 제 성격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인 무난함? 과 흔들림 없는 성격을 무기로 C레벨들을 설득시켰고, 결국 리더 자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고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한 해


1. 팀원들의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


문제는 다른 팀원들과 경력적인 면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나를 리스펙 하고 내 결정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제안하면 이건 저래서 별로고 본인들이 생각하는 게 맞다고 흘러가며 매번 회의 때마다 결론이 나질 않았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아우르려면 확실히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어야 한다. 경력과 연차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2-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그 생각과 믿음은 확고해졌다. 물러 터진 성격으로는 절대 리스펙을 받을 수가 없다.


2. 다 하려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 당시 마케팅팀은 퍼포먼스, 브랜드, 콘텐츠, 디자이너, 그리고 해외 신사업 마케팅까지 정말 너무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TV CF 캠페인을 준비하라고 하질 않나, 일본 마케팅까지 봐달라고 하질 않나, 또 통합결제 서비스 출시에 맞춰서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라고 하질 않나...


이걸 내가 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말도 안 되지만 일단 위에서 하라고 하니 찍소리 안 하고 참고 또 참고 내가 다 부족한 거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질질 끌고 있었다. 내가 잘하는 영역이 아닌 것까지 컨트롤하려고 하니 가시적인 성과가 나질 않았다. 하나만 파도 모자랄 판에… 지금 하라고 해도 못한다.


그리고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경영진과의 싱크를 맞춰야 했고, 또 팀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을 주고 개선하고 커리어 목표를 점검해 줘야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해보고 싶은 실무 프로젝트를 하고 다른 팀과의 싱크를 맞추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capability가 진작에 내 수준을 넘어섰다.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괜히 욕심을 부렸다. 그냥 있어 보이는 걸 해야지 내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착각했다.


에버노트에 꽁꽁 숨겨두었던 리더 리뷰

게다가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질책받아야 했고, 안 괜찮은데 맨날 괜찮다고 말하고 혼자 집에 가서 서럽게 꺽꺽 울어댔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딥 다이브 할 시간이 없고 겉만 핥고 있었다. 실무도 제대로 못하고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 당당하게 요구도 못하고, 나는 내가 멀티플레이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뭐 하나에 몰입을 잘 못하는 거였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걸음마 수준인 애한테 지금 당장 뛰라고 하는 격으로 여기저기서 모든 일들이 몰아쳤다.


"환희님이 힘든 거 아는데 왜 다 혼자서 참고 있어요? 힘든 게 있으면 우리한테도 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도와줄 수 있죠."


한 팀원이 해줬던 말인데, 참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매일 그리고 매 순간 깨달았다. 매일 집에서 울었다. 너무 힘들다고 왜 근데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 같지? 나 혼자만 세상에 덩그러니 외딴섬에 표류하는 것만 같았다.


3. 실무를 더 하고 싶었다.


그 당시 회사에서는 메타 서비스에서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통합 결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맞춰서 결제 서비스 마케팅을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은 퍼포먼스 마케팅 위주로 유입 퍼널에만 신경을 썼는데 결제 쪽에 인볼브 하게 되면 인앱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다는 게 너무 나도 분명해 보였다. 사실 퍼포먼스 마케팅에 지치기도 했었고, 좀 더 커리어 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실무를 하고 싶은 마음과 매니징 역할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지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저 더 이상 팀장 안 할래요. 못하겠어요."


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안 하겠다고 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감투를 내려놓으면 도대체 다른 팀에서 뭐라고 생각할까? 여전히 남들에게 보이는 걸 신경 쓰는 내가 한심했지만, 일단 내가 살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자리를 내려놓았다.


2019년 연말, 리더를 내려놓으니 행복해졌다.




당신이 팀장이 돼도 될까?


1. 실무를 할 때 더 행복한가? 팀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때 행복한가?

2.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줄 수 있는가?

3. 팀원들에게 커리어 목표를 충분히 세워줄 수 있는가?


직원들은 회사가 아닌 상사를 떠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사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팀원을 활용해 일을 하기 시작하면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일을 잘하는 것과 조직의 미래를 만드는 일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팀장이 실무자로 머물러 있는 순간 팀은 성장하지 못한다. 매니저의 역할은 최고의 팀 만들기, 팀원 성장시키기,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하기 등 미래 관점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팀원을 돕기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


이 모든 대답에 Yes라면 당신은 팀장이 되어도 된다.



I will say, NO!!!


지금은 맡겨준다고 해도 싫다.

그만큼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싶은지에 대한 과거 대비 명확한 기준과 가치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구를 매니 징하고 프로젝트가 아닌 조직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내 성향에 맞지 않는다. 하면 하겠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지만 내가 추구하고 욕망하는 가치들을 눌러내고 나를 갈아가면서 일할 나를 알기에 그럴 수가 없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목적 조직으로 일하는 케이스들이 많아지면서, 한 직무 안에서 리드를 맡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케이스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매니저가 되기엔 아직도 이기적이다. 아니 그때보다 더 이기적이게 되었다. 내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고 싶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고 싶다. 그게 내 인생에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매니저(팀장 또는 리더)가 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매니징 실력을 늘려서 조직의 상부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실무자로 남아있든지.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고 성향의 문제이다.



팀장 경험을 통한 성장 지수

⭐️⭐️⭐️⭐️⭐️

성장은 엄청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만큼 고통 of 고통이었다. 그놈의 성장통 그만 겪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일터에서 성장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