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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21. 2023

제19장 다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후루룩 뚝딱!

230912 <나의 기록학교> 열아홉 번째 모임 후기

230912 <나의 기록학교> 열아홉 번째 모임 후기

제19장 다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후루룩 뚝딱!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했거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했던 것이 있나요? 처음엔 너무 설렜는데 익숙해져 버린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물이나 식물을 보고 주변 사람들과 닮았다고 느꼈던 적이 있나요? 당신의 관심사를 적어보세요. 단, 좋아하는 것과 관심사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함께한 질문이다. 앞에 두 가지 질문은 박막례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책을 선택한  A님이 책의 에피소드를 마주하고 제안한 질문이었고, 세 번째 질문은 지난 모임에 이어 『아침고요 정원일기』를 선택한 Z님이 잔나무를 닮았다는 표현을 마주하고 제안한 질문이다. 마지막 관심에 대한 질문은 내 것으로 지난 모임에 시간이 되면 하려고 했으나 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오늘 나눌 질문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 순서라 할 수 있는 질문의 순서 또한 다 함께 정하곤 한다. 오늘 역시 그랬는데 내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 마지막 질문을 가장 첫 질문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질문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맨 마지막에 하자고 했다. 그러자 참여자들은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오늘은 이렇게 지나지만 다음엔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나의 기록학교>에 대한 기록을 할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야기와 텍스트의 차이인지 이야기를 할 땐 흥미진진하고 정말 의미 있는 이야기 같은데 막상 텍스트로 옮겨 보면 참 사소한 질문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상에서 가족이나 친구랑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어찌 보면 쓸데없다고 여겨질 만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내 안의 나를 만나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 내 안에 숨어져 있던 혹은 없었던 나만의 이야기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생각하는 나와 말하는 나는 같으면서 같지 않은데 조금은 생뚱- 맞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두 객체는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모임의 근황 토크는 ‘음식’이었다. 최근에 먹었던 인상 깊었던 음식 이야기도 좋고, 나의 일상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어떤 음식일지 생각해 봐도 좋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난주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그 여파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이것도 내 일, 저것도 내 일이고 나의 안위를 챙기기 위한 일은 당연한 내 일이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힘에 부쳤고 상대방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 짜증이 났고 억울했다. 이러한 내 심정을 비유하자면 김밥처럼 돌돌- 말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싸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가 준비되어야 하는데 각자 재료를 준비하기로 해놓고 재료를 준비하지 않아 밥 담당인 내가 모든 재료를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렇게 정성 들여 싼 김밥을 누군가 쏠랑- 집어 먹어 버려 허탈한 기분도 들었다.


나의 답답함 심정을 털어놓아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질문에 빠져 들어서 이야기해서인지 다시 예전처럼 물 흐르듯 시간이 흘렀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정돈해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 안의 나를 진지하면 대면하는 순간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고 자주자주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엔 너무 다 빠르다. 세상의 속도가 너무 빠르니 그 속도에 맞춰 나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잘 살기 위한 방법은 너무 많이 다양하게 공유되고 있지만 정작 과거에 비해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 종종 든다.


진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인지하고 그것들을 챙기며 살아가야 한다.  <나의 기록학교>를 통해 내가 크게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의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나에게 좋은 시간은 맛있는 음식과 대화를 나누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참여자들 또한 나와 같이 각자의 답을 찾았길 바란다. 다음 모임인 마지막 시간엔 그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각자의 생각끝날 때가 다가오니 아쉬움과 섭섭함이 교차하지만 10월 모임이 아직 남았다. 10월 모임은 독서 모임도 이야기 모임도 아닌 기록물 만들기 모임이다. 각자 자신의 기록을 돌아보고 들여다 보고 그것들을 정리하고 정돈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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