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의 밤
2월 14일, LA를 떠나 샌디에이고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2월 5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로드트립을 시작한 지도 거의 열흘이 되었다. 샌디에이고 근처 칼즈배드에 살고 있는 남편 친구를 만나서, 같이 조슈아트리 파크로 떠날 예정이었다.
LA에서 하이웨이를 타고 오면 약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거리지만, 로드트립 중인 우리는 헌팅턴 비치, 라구나비치 등을 거치는 No.1 오션 로드를 따라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경치도 구경하고 쉬엄쉬엄 오다 보니 1시쯤 출발해 약 4시쯤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네 가족을 만나 이른 저녁으로 타코를 먹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칼즈배드는 자그마한 해안가 도시로 레고랜드와 아울렛이 위치해 있어 근교에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라고 했다.
해안가를 산책하고 동네에 오래된 아이스크림가게와 레코드 가게를 들렀다가 다음날 여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2월인데도 햇빛이 뜨거울 정도로 쨍했다. 아침에 일어나 잠시 뒤뜰에 나와보니 친구가 말려둔 웻 슈트와 서핑보드가 보였다. 친구는 파도가 좋은 날엔 집 앞바다에 서핑을 하러 자주 나간다고 했다. 따뜻한 햇살과 수시로 서핑을 즐기는 캘리포니안 라이프가 부러웠다.
짐을 챙겨 조슈아트리 파크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인 앤 아웃 버거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미국에 여러 번 왔음에도 인 앤 아웃 버거는 처음이었다.
이번 로드트립을 결정하며 조슈아 트리 파크는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왜냐고 하면 딱히 정확한 이유가 있진 않았지만 U2앨범으로도 유명한 조슈아트리이기도 했고, 살면서 보지 못했던 풍경을 꼭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조슈아 트리는 하늘에 양 손을 벌리고 있는 나무의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했는데, 이곳을 맨 처음 발견한 몰몬교도들이 조슈아(Joshua)의 이름을 따서 붙인 나무의 이름이라고 한다. 해발고도 900m 미만의 저지대인 공원 동부의 콜로라도 사막과 고지대인 서부의 모하비 사막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미국의 59개 국립공원 중 가장 최근인 199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3,214㎦ 달하는 넓은 면적으로, 공원 내 2차선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다. 노을과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도 노을을 즐기기 위해 대략 3시쯤 조슈아 트리 파크에 도착했다.
넓고 넓은 사막 위에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과 조슈아트리, 그리고 이국적인 선인장이 드문드문 펼쳐져있었다. 너무 넓고 아득하여 공간감마저도 잘 들지가 않았다.
아득하고 황량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생명들이 가득했다.
시간이 지나며 하늘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가면서 조슈아 트리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졌다. 초록잎이 보이지 않고, 노을 지는 하늘에 검은 형채로만 보이는 조슈아 트리들은 어떤 괴물이나 귀신같기도 하고, 머리가 여럿 달린 메두사 같기도 하고 그 기이함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천히 해가 넘어가고 여기저기서는 별을 보기 위해 캠핑을 하며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차를 세워두고 별이 하나둘 뜨는 것을 기다렸다.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사막에 까만 어두운 밤이 찾아왔고, 별빛이 하나둘씩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쏟아질 듯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하수가 펼쳐지고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Big Sur의 바다에서 압도당한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잊고 있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존재에 먹먹해지고 눈물이 났다. 우리 로드트립의 절정의 순간이었다.
아득하고 황량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이 가득한 사막에서의 하루, 어떤 다른 행성에 온 것만 같은 공간감과 까-만밤에 쏟아지는 별들은 평생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