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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Oct 31. 2021

나이 들다


나이 들다 : (자동사) 나이가 많아지게 되다.


가만히 있어도 나이는 자동으로 나에게 찾아온다. 그래서 나이 들다는 '자동사'이다. 내가 나이를 찾아가지 않아도, 나이는 길도 잃지 않고 나에게로 여김 없이 잘도 찾아온다.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도 나이가 나에게 들어와 저절로 나이가 들어버리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사실 나는  나이가 몇인지  기억도 못하고, 짝꿍에게 내가  살이지? 하고 자주 물어보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빠른생'덕분에 1 일찍 학교를 시작하게 되어 동급생보다 항상   적기도 했고, 미국인 남편을 만난  한국인 가족들이 세는 나의 나이와 남편을 비롯한 미국 가족들이 세는 나이가 달라지기도 하니 나이에 대한 '개념' 없기도 하고, 나이라는 것이 항상 무용한 지표라고 생각했던  같다.    


내가 좋아하는 한수희 작가는 ‘10대에게 나이는 벗어나고 싶은 구속복일 테고, 20대에게 나이는 날개와도 같고, 30대에게 나이는 부담스러운 무게이겠지만, 40년쯤 살고 나면 나이는 그저 흘러가는 세월일 뿐이다. 인간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강물 같은 세월.’이라고 나이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나이에 무관심한 나지만 역설적으로 서른넷을 지나는 이 길목에서 나이 듦의 무게감을 느끼며, '나이 듦'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30대는 아주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직 늙지도 않은 어떤 어중간함의 나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로 개인마다 각기 다른 모양을 조금씩 갖춰 가기 시작하고, 그런 면에서 비교 아닌 비교가 되기도 하는 시점인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30대는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결심이 가능한 때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통과해서는 안되며, 나를 더 마주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나는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어떤 것이 잘 나이 드는 것인지? 등 아주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나이 듦'에 대한 질문들이 나를 찾아오게 된 것 같다.

 

원대한 질문에 내가 내린 대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는 우리가 보낸 시간의 합계이기에, 잘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앞으로 나에게 다가 올 시간들을 잘 써 나가는 것이다. 그 시간에 대한 나의 두 가지 원칙은, 익숙해지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맞이하고 경험할 것. 그리고 나와 우리와 세상의 건강을 최우선에 둘 것.  


시간은 자유를 뜻하지만 나이는 제약을 뜻한다고 한다. 나이에 끌려가기보단 나에게 다가올 시간들을 자유롭게 보내며, 시간을 나의 상상력의 원료로 사용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나이 듦'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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