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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11. 2022

까치와 삭정이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로 살아가는 자연


예로부터 까치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까치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진 않다. 

명랑한 까치의 소리에 ‘혹시 좋은 일이 있으려나하는 기대’를 품기도 하는 것이다.

까치집에 대한 글을 읽은 것인지 들을 것인지 까치집‘에 관한 것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까치는 오로지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나무에 지붕도 없는 집을 짓는다. 그러나 그 집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높은 나무 가지에 엉성하게 지어진 듯한 까치집은 바람이 불면 떨어질 것 같지만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까치집이 지어진 나무는 어떤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다. 까치는 아무 곳에나 집을 짓는 것이 아니다.’


까치집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쪽방부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인간들의 집보다 한껏 품위 있는 집이 아닌가? 게다가 까치집의 재료는 생나무가 아닌 삭정이다. 죽어버린 나뭇가지로 생명을 품고 키워낼 멋진 집을 만드는 것이다.


바이올린의 명장  마틴 슐레스케는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책에서 공명판으로 가장 좋은 나무로 수목한계선에서 자란 가문비나무를 꼽는다.


“고지대에 빼곡히 자라는 나무들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에게 가히 은총입니다. 이런 곳에 곧추선 가문비나무는 아주 위쪽에만 가지가 나 있습니다. 밑둥에서부터 40~50미터까지는 가지하나 없이 줄기만 쭉 뻗어있지요.”


이렇게 가문비나무의 줄기가 쭉 뻗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잔가지들이 삭정이가 되어 떨어진 까닭이다. 삭정이가 된 가지들은 바람이나 비 혹은 눈이 내리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 나무로부터 떨어진다. 떨어진 삭정이들은 썩어 양분이 되어 나무를 키운다. 이런 과정에 새도 한 몫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햇살이 좋은 5월 어느 날 아침, 까치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이제 막 순을 내기 시작한 대추나무다. 가장 늦게 싹을 틔우지만, 가장 먼저 열매를 주는 대추나무는 아직 순이 다 나오질 않아 떨구지 못한 삭정이들이 무성했다. 그런데 까치가 그 삭정이들을 쪼아 떨어뜨린다. 일부러 떨어뜨리는가 보았더니만 네다섯 개를 떨어뜨린 후 삭정이 가지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그러니까 일부러 떨어뜨린 것은 아니고, 삭정이를 쪼아 가지고 가려는데 주둥이로만 일을 하다 보니 떨어뜨린 삭정이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 삭정이 가지를 가지고 집을 짓거나 보수를 하든지 할 것이다. 대추나무가 까치에게 ‘고마워!’하는 듯하다. 대추나무 입장에서는 마치, 상처 아문 딱지가 떨어져 버린 느낌일 것 같다. 물론, 까치는 까치대로 집 지을 재료를 주었으니 대추나무에게 고마울 것이고.



생각해보니 5월은 산야의 새들이 알을 낳는 계절이다.

까치도 알을 낳을 때가 되었을 터이고, 집을 보수하거나 혹은 지으려면 삭정이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동안 길조로 생각해오던 까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었다.

텃세가 세며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뿐 아니라 과수농가에 한 숨을 짓게 하는 흉조(凶鳥)는 아닐까 하는 생각, 오히려 흉조로 알려진 까마귀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은 새와 나쁜 새의 구분은 인간의 편의에 따른 것일 뿐, 저마다 새들은 자기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까치나 까마귀나 별 차별 없이 고루고루 좋아한다. 새들을 많이 볼 수 없는 도시에 살다보니 비둘기도 고맙다.


까치와 삭정이.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로 살아간다.

가치에겐 소중한 집을 지을 재료가 되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삭정이에게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따스하다. 이것이 자연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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