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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pr 01. 2020

찻잔에 꽃이 피었다!

# 서울 촌놈, 머위 차를 만들어 마시다

머위 꽃과 이파리


잠에 취했던 몸을 온전히 깨우기 위해 차를 한 잔 마신다.

어제부터 건조기에 말렸던 머위 꽃대가 새벽에 일어나 보니 잘 말랐다.

처음 만들고, 처음 마시는 터라 sns의 안내에 따라 차를 만들고 마셨다.

녹차를 닮은 은은한 초록의 빛깔을 담은 차의 빛깔과 은은한 풀내음이 좋다.



sns에 소개된 머위 차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1) 머위 꽃을 채취한다.
2)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그늘에 사나흘 말린다.
3) 잘 마른 꽃 두어 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참 간단하다.

사나흘 말린 공간이 없으므로, 나는 건조기를 사용했더니 하룻밤 사이에 잘 말랐다.

그러니까 사흘 전, 머위 꽃을 땄고, 사흘 뒤 머위 차를 마시니 속전속결이다.


나는 쓴 나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부모님 산소에 들렀다가 이전에 어머님과 심었던 머위 잎이 야기 손바닥 만하게 자란 것을 보았다.

막된장에 날쌈으로 고기를 싸서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어도 좋다.

맛은 씁쓰름하다.

냉이나 씀바귀나 고들빼기처럼 겨우내 찌뿌듯하던 몸을 깨우는데 그만이다.


머위 이파리와 꽃

자그마한 이파리 사이로 꽃이 보인다.

머위 차의 존재를 알고 몇 번이나 만들고 싶었지만, 번번이 시기를 놓쳐서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꽃송이 열개 정도 얻어 물에 씻어 그늘에 말렸지만, 그 사이에 꽃이 더 피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런데 올해는 건조기 덕분에 성공했다.

놀라운 사실은 건조기에서 말라가면서도 꽃이 더 핀다는 사실이다.

미안했다.


머위 차

시음기.


잘 마른 머위 꽃 세 송이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금방 녹차처럼 연한 물이 우러난다.

찻잔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코로 차향을 맡으며, 한 모금 마신다.

쓰다.

반쯤 마시고 물을 더 넣으니 쓴맛이 부드러워진다.

몸에는 아주 좋겠다는 느낌이 온다.


찻잔에 꽃이 피었다.

예쁘다.

맛있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그러나 어쩌랴, 사람이란 남의 생명을 먹고사는 존재니.


고진감래, 오늘 아침은 밥이 꿀맛일 것 같다.


*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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