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통 속에서 안다

욥기 12장 침된 신앙은 어디에서 오는가

by 김민수


욥은 친구들,

특히 소발의 말에 대해 처음으로 신랄한 조롱과 풍자로 반응한다.

"참으로 그대들만 깨친 사람들이어서,

그대들과 함께 지혜도 죽어 버리겠구나!"(12:2)

이 말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자들이 마치 고통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고통에 대한 지혜를 독점이라도 할듯한 태도에 대한 깊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고통 받는 자는 지혜가 없다고?"
욥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에게도 그대들에게처럼 깨달음이 있다네.

내가 그대들보다 뒤지지 않는다네.

이런 것들이 누구에겐들 없겠는가?"(12:3)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내가 벗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구나.....

나는 웃음거리로구나, 의인, 완전한 사람인데도!

재난은 하찮은 것이지,

편안히 사는 사람의 생각에는.....(12:4,5 요약)

욥은 지금 고통 받는 자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고난을 겪고 나서야 깨닫게 된 깊은 신앙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욥의 친구들은 고통을 경험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고통당하는 이들을 비웃고, 비틀거리는 사람을 붙잡아주기는커녕 발길질하면서(12:5),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통달한 지혜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월터 브루그만은 이렇게 말한다.

"욥은 고난을 단순한 시험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고난을 통해 신의 통치 자체를 다시 묻는다. 이것이 욥기의 신학을 낡은 지혜 문학과 구분 짓는 핵심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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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은 자연의 이치를 인용하며 그들에게 반박한다.

"그러나 짐승들에게 물어보게.

그대에게 가르쳐 줄 것이네.

하늘의 새들에게도 물어보게.

그대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네.

아니면 땅에게 알아보게.

그대에게 가르쳐 줄 것이네.

바다의 물고기들도 그대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네."(12:7–8)

이 말은 단지 시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독점했다고 생각하던 하나님을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인간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위해 존재하신다.

그러나 인간이 존재이신 하나님을 소유하고자 했을 때,

종교적인 배타성과 폭력이 정당화 되었으며(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마녀사냥, 이단 심판, 식민지 선교), 자연을 도구화하고, 지배하고 정복할 대상으로 삼아 생태위기를 심화시켰다.

욥이 하나님을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로 확장시킨 것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욥기 12장은 인간의 독점적 신관에 대한 해방 선언이며, 모든 존재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의 신학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욥은 다시 강조한다.
"하나님께 있지, 지혜와 힘은!

그분의 것이지, 조언과 분별력은!"(12:13)


이 말은 친구들의 주장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말이다.

욥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진정한 지혜는 인간의 논리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비와 주권 안에 있으며,

그 지혜는 당신들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온 땅의 피조물들도 다 아는 것이다.

오히려 안다고 생각하는 너희들에게는 지혜가 없다.

너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욥은 “자신에게 닥친 재앙이나 고통이 자신의 누적된 숨은 악행에 대한 징벌이라고 단정하고 자신에게 회개를 강요하는 친구들의 단순화된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2)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욥은 ‘고난 = 죄’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넘어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고통의 신비 앞에 서 있는 자로서, 친구들의 말을 지혜가 아닌 교만 혹은 어리석은 말로 해석하는 것이다.


지혜는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고통을 통과한 자의 삶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욥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고통 속에서 안다.”


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신의 침묵에 대해 질문을 시작한 것이다.

참된 신앙은

지식을 자랑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말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신비를

함께 묵상하며,

침묵하며,

동행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주:

1) 월터 브루그만 『구약신학: 증언의 신학』(Theology of the Old Testament: Testimony, Dispute, Advocacy, 1997. 이 책에서 브루그만은 욥기를 전통적인 ‘신명기적 보응 신학’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한다. 그는 욥이 단순히 고난을 개인의 시험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정의와 통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은 욥기를 전통적인 지혜 문학과 구별되는 독특한 신학적 위치에 놓이게 한다.

2) 김회권, 『욥기』, 복 있는 사람, 2023,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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