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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10. 2016

흐릿해도 충분히 멋지잖니?

# 선명한 것만 답이 아닌데 그 외의 것은 회색분자로 만들어 버렸다.

대관령 삼양목장 바람의 언덕


그곳에 서자 내리는 비에 운무가 더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안개보다 더 짙은 그곳에서 앞서간 사람들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의 상징을 본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나의 인식 너머에 있는 존재로 인해 오히려 나는 충만한 삶에 대한 기대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

사실, 정말 소중한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며 느낌으로 다가올 뿐이다.


대관령 삼양목장 바람의 언덕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는 바람을 볼 수 없지만 바람은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다.


바람이 언덕에서 바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밋밋했을 터이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며 우리의 삶도 때론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뿌리째 뽑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음을 안다.


바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


민들레 씨앗


씨앗은 바람을 기다린다.

꽃을 피울 때에는 가녀린 줄기로 바람을 버텨내느라 힘겨웠을 터이다.

그러나 바람으로 인해 그는 더 강해졌으며, 충분히 꽃대를 올릴 만큼 성숙해졌다.


이제, 그는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만이 그를 새로운 미지의 땅으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시간은 자신이 어떤 곳에 뿌리를 내릴 것인지 결정하는 시간이 아니라 바람만이 아는 곳이다.


그래서 삶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것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운이라고 하자.

내 삶을 돌아보면 내 계획대로 된 것보다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운이 더 많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낙산홍의 낙화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 꽃,

그들의 아픔이 있어 남은 꽃들은 열매 맺는다는 사실 앞에서 남은 꽃들은 떨어진 꽃들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




사람살이에서도 실패한 사람들, 낙오한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다.

자기의 성공이 자기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말자. 누군가의 아픔을 기반으로 나는 서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만이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사람만이 존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느라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존재의 삶이 아니라 존재물의 삶이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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