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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여운 Mar 09. 2017

젊어지는 건물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스트리트H 2월호 '데이터로 보는 홍대앞' 기사 후기

홍대 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H의 '데이터로 보는 홍대 앞'에 기고한 글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매달 남깁니다. http://street-h.com/


당인동, 벽돌 건물


법정동으로 상수동 옆동네는 당인동이고 그 옆은 합정동이라 불린다. 상수동과 합정동을 이어주는 독막로와 당인리 발전소 사이에 있는 이 동네들을 어슬렁어슬렁 거닐다 보면 생소한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특히 당인동이 더욱 그렇다. 


건물들 대부분이 벽돌이네?! 

(로드뷰에서 캡쳐한 당인동 벽돌 건물들) 


이 동네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붉은 벽돌, 들어가는 입구가 독특한 옛구조의 빌라, 지붕이 낮은 집들이 아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독막로만 건너면 급속하게 변하는 상수동, 서교동 상권이 요란하지만 여전히 이 동네는 과거 속에 있는거 같다. 특히 베로니카이팩트로 유명한 당인동 24-11번지 주변은 더욱 그렇다. 


당인동 건물정보를 하나씩 살펴보면 눈으로 본거처럼 벽돌구조가 엄청 많다. 사실 벽돌구조처럼 보이지만 문서상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잡혀있기도해서 이번 분석에서 그걸 잡아내는게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당인동 12-10번지 현대타운이 그렇다. 덧붙이면 최근 건물들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잡혀있다)  

여하튼, 벽돌 건물들 덕분에 당인동 건물들의 긴 세월이 궁금했고 행정구역 경계와 관련 정보를 리서치해보기 시작했다. 



건물의 주민등록증, GIS건물통합정보데이터


건물의 역사를 알아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건축물대장을 하나씩 발급받아 보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수수료도 나간다 (이게 핵심!). 그렇다면 대안은 그나마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인데 국가공간보털에서 제공하는 GIS건물통합정보 데이터가 꽤 좋은 대안이다. 언제 승인 연도가 나왔는지 용도와 구조는 무엇인지 높이는 얼마나 되는지 총 23개의 칼럼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매월 건물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에 최신 건물 정보를 분석하기엔 유용하다. 하지만 단점은 NA값들이 많다. 추측해서 채워 넣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분석할 때 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GIS통합건물정보 메뉴얼

주로 활용하는 칼럼은 A3(법정동코드), A4(법정동명), A5(지번), A11(건축물구조명), A13(사용승인일자), A16(높이)인데 향후 건물들을 분석할 때 지속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애매한 건물 정보는 다음로드뷰를 활용했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확실한데 매번 갈 수는 없어서 로드뷰의 건물 이미지를 통해 구조 타입과 위치의 정확성은 다시 한번 체크했었다. 



dbf 데이터 정제와 분석은 R에서 진행했으며 아래와 같이 foreign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dbf 포맷을 데이터프레임으로 작업할 수 있다.


벽돌 건물 vs. 철근콘크리트


R에서 건물의 정보가 담긴 dbf파일을 foreign package 도움을 받아 데이터프레임 형태로 정제와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다듬었는데, 우선 교육연구시설과 같이 일반 가구가 아닌 요소들은 필터링을 거쳤으며, 구조정보 중에서는 요소의 대부분(95.4%)을 구성하는 일반목구조(6.1%), 벽돌구조(42.2%), 철근콘크리트구조(47.1%)만을 대상으로 했다. 연도와 구조정보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추출한 뒤, 차트를 만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벽돌구조는 1970년대 초반 많이 지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지인분께 들었던 것처럼 1988 서울올림픽때 현재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서울에 많이 지어졌다고 했었는데 이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마포구 전체적으로 건물이 많이 생겨났다. 서울시 도시계획 문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마포구가 부도심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

당인동 역시 도시계획정책에 따라 건물들이 1990년대초 많이 생겨난것으로 보인다. 

.....1970년 「도시기본계획조정수립」......
1970년대 초 서울의 인구가 500만을 넘어서면서 이전 도시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1970년의 도시기본계획조정수립은 1991년을 목표연도로 하고 계획인구는 760만인으로 설정하였다. 도심 단핵을 중심으로 하는 중심지체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부도심을 조정하여 미아, 망우, 천호, 영동, 영등포, 화곡, 은평 외 7개로 설정하였다. 영동에는 행정기능을 부여하고, 여의도에는 입법기능과 신 업무지구를 계획하였다. 가로망은 도심을 중심으로 한 방사순환형으로 3개의 순환선과 8개의 방사선 형태로 구상하였다.



그럼 데이터를 조금 더 정제하여 법정동별 벽돌구조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비교해보며 과연 당인동은 데이터에서도 벽돌구조가 많은지 확인해봤다. 차트는 y축이 동일한 동별 facet_grid를 사용했기 때문에 당인동과 같이 표본이 작은 곳은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추가 차트를 그려보면 당인동의 경우 벽돌이 철근콘크리트 구조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외관은 벽돌이지만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잡혀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 클 것으로 예상 ex. 당인동 현대타운) 대부분 동네의 건물들이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많은데 당인동은 아직 벽돌이 많다. 상권이 활발한 서교동, 합정동, 상수동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신축 건물로부터 자유로운 곳, 당인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벽돌구조가 많은 염리동, 연남동, 대흥동도 눈에 띈다)

 

당인동은 확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동네가 뜰수록 건물은 젊어진다


동네가 뜰수록 건물은 젊어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과거에 지어진 주택이 상권이 발달되고 팔리면 상가가 올라간다. 그러면 그 건물의 나이는 바뀐다. 즉, 기존 건물의 승인 연도는 갱신된다. 홍대앞 상권 서교동이 대표적이다. 서교동을 뒤이어 요즘 뜨고 있다는 연남동과 망원동 역시 상위권에 위치한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올라간 건물이 많은 동네로 조건을 변경해보면 9위에 서교동이 랭크되며 연남동과 망원동은 순위에 들지조차 못한다. 

2010년 이후는 소위 뜨는 동네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오래된 건물이 허물어지고 신축 건물의 공사 소리로 요란한 동네의 풍경이 씁쓸하기만 하다. 10년 뒤에 다시 분석해보면 망원동과 연남동은 지금의 서교동과 같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연남동과 망원동이 각각 3,4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뜨고 있는 동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일까? 참고로 당인동은 2010년 이후 단 세 건물만 지어졌다


마무리


관심이 생겨야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재밌는 거 같다. 늘 점심 먹고 지나가며 보는 당인동은 긴 독막로를 경계로 아직은 상권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벽돌은 오래됐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여전히 이 동네만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럼에도 위의 차트처럼 곧 연남동과 망원동이 겪었던  변화를뒤따라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기에 걱정도 된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그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도 곧 다가올 봄날의 당인동이 기대된다. 


참고 데이터

1. GIS건물통합정보

** 차트는 R에서 제작하고 Illustrator에서 디테일한 디자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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