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하느냐,
나는 인복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으로 인해 항상 즐겁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털털하고 무던한 나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꽤나 민감한 편이어서
누군가와 사이가 조금만 틀어져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적이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공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음에도
같은 반 친구가 나에게 갑자기 쌀쌀맞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한동안 공부에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울고 웃는 일들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이제는 그 순수했던 시절만큼 사람들에게 크게 휘둘리거나 상처 받지는 않지만
내 삶의 결이 바뀔 만큼, 인생에서 손에 꼽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밖에도 사람으로 인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줄곧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인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랑하고 싶은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주는 친구,
어려운 일로 힘들어할 때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멀리까지 달려와서 위로해주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
두려워서 용기 내지 못하고 있을 때에 채찍질하며 자극과 함께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친구,
평소에는 연락도 잘 못하다가 문득 기댈 곳이 필요한 날에 염치 불고하고 연락했을 때
'내가 너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부담 없이 연락하라고 말해주는 친구,
여러 얼굴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만큼 '사람'이란 존재는,
그리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용납하고 사랑해주는 이들과 함께 할 때에
솔직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 갇힌 내가 아닌
정말 나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오래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
나에 대한 마음을 표정과 언어, 그리고 행동으로 한결같이 표현해주는 친구였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항상 "예쁘다, 귀엽다, 천생 여자다"하며 긍정적인 말을 해줄 뿐 아니라,
피곤함에 지하철에서 침 흘리고 자는 모습을 보고도 '으이구~' 하면서 안쓰러운 눈빛으로 토닥토닥해주었던.
그런 사랑을 받다 보니, 나는 내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고.
전적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일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20년 지기 오랜 친구.
내가 아무리 바보 같은 선택과 돌이키고픈 실수를 해도,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너무나 좌절감이 들어서 괴로워할 때에도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였다.
"내 친구들 중에 네가 제일 똑똑해~! 알잖아? 네가 무엇을 하든, 난 널 믿어. 네가 최고야!"
사실 이런 말을 들을 당시에는 '그냥 잠깐 위로해주려고 하는 말이겠지' 하며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이후로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그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난다. 날 믿어준다는 그 말이.
그러고 보면,
폭넓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그 안에 "나를 있는 그대로 용납해주고 믿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꼭 필요한 것 같다.
결국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