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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29. 2020

주객이 전도된게 아닙니다.

1일 1글 시즌4 [episode 93]

2015년 4월부터 9월까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16세기 베니스에서 유래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끈 것이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것은 과일 다발이나 새, 각종 동물이나 천사, 여성의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이것이 없는 그림은 육체가 없는 영혼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또 윌리엄 베일리는 "이것은 관람자와 그림 사이의 매개체"라고 했고요. 우리는 이것을 그림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용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해하기에 조금은 힘들겠지만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액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산소비노 액자(Sansovino Frames)'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아래의 사진을 보면 조금 생경한 모습이라 당황스럽겠지만 실제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andreaprave/25752855673



16세기 베니스에서 유행한 '산소비노 액자'는 사실 19세기에 와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산소비노의 의미가 궁금하실텐데요 16세기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건축가이자 조각가 야코포 산소비노(Jacopo Sansovino)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야코포 산소비노는(1486~1570)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도서관을 건축한 사람입니다. 산마르코 도서관(Biblioteca Marciana)은 고대 이래 세워진 최고의 건물이라 평가되며 베네치아 르네상스 건축사에 매우 중요한 건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산소비노가 사망한지 3세기가 지난 19세기에 이르러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액자 스타일의 이름에 '산소비노'를 붙이게 된것이지요.



과거에는 그림의 틀을 짜고 조각하는 목수와 화가는 파트너였습니다. 함께 협력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관계였지요. 르네상스 시기까지도 이런 체계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1483년 레오나르도 다비치와 몇 명의 화가들이 밀라노 성모 마리아 잉태회에서 의뢰한 제단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때 제단화의 틀 장식을 담당한 조각가 자코모 델 마이노가 화가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로 계약을 한 것이 밝혀져 화가들의 집단 소송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의 가격과 맞먹을 만한 액자가 있을 수 없겠지만 당시의 액자 조각가들의 위상이 어느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티치아노,<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92.4* 72.4cm  1528년 경 내셔널갤러리 런던


산소비노 액자 전시회 때  그림이 끼워져 있는 작품이 두 점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위의 사진에 있는 티치아노의  <리롤라모 프라카스토로의 초상>입니다. 소나무와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액자의 틀은 이 작품이 그려진 1528년에 함께 제작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액자와 그림 어느것이 우세한지 평가할 수 없을만큼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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