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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l 01. 2020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1일 1글 시즌4[episode 95] 필사노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2012년에 구입해서 빽빽하게 줄을 치며 읽었던 책인데 그 사이 나의 글은 나아진 구석이 하나도 없구나. 

사실 이 책은 나의 글쓰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샀던 책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탈리 골드버그의 문체에 반해 목적따윈 잊어버리고 감탄만 하고 읽었었기 때문이리라. 모든 페이지가 밑 줄 천지인데, 그중 문득 눈에 띈 페이지 필사~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나는 개를 본다' 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이러한 문장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내가 개를 보고 있는 동안 개도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의 사고 방식은 문장 구조에 맞추어져 있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그 안에서 제한된다.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이 '주어-동사-목적어'의 틀에 짜맞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장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신선한 세상과 만날 수 있으며, 글쓰기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지나친 우월감에 빠져 있다.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존재들에게도 인간 못지 않게 중요한 그들만의 삶이 있다. 개미는 자기들만의 도시를 만든다. 개들도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식물은 숨을 쉰다. 나무는 우리들 보다 훨씬 오랜 수명을 가지고 산다.


인간이 고양이나 개 또는 파리를 주체로 삼아 '개가 고양이를 본다'는 식의 문장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에는 인간의 언어 구조 속에 한정된,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양식이 들어있다. 우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주인이 아니다. 그것은 망상이다. 


카타기리 선사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친절하게 배려해 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러한 배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물들이란 어떤 것인가요?" 그는 의자, 공기, 종이 그리고 심지어 거리에 대해서조차 마음을 가진 존재로서 다정하게 대애햐 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것이 이 세상 속에서 우리 마음이 이루어 내야하는 제일 큰 일이라고 했다.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나는 지금 모든 존재와 함께 깨달았다" 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이 분리된 듯 "나는 깨달았는데, 너는 못 깨닫는구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말은 결코 우리가 발 밑에 있는 잔디나 개미를 괴롭히게 될까봐 노심초사한 나머지 꼼짝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문장 구조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결국에는 인간이 만든 언어 체계 속으로 돌아가겠지만, 당신은 작가로서 이 세상을 이루고 지탱하며 관통하고 아우르는 그 근원적인 큰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엉겅퀴 하나를 먹었다" 라는 문장을 썼다고 치자. 이 문장 때문에 당신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일상적인 문장 구조를 넘어서서 엉겅퀴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엉겅퀴가 당신을 영원히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소통하는 법을 많이 알게 될수록, 당신은 글을 쓸 때 상황에 따라서는 구문론이라는 틀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이처럼 문장구조를 깨고 글을 씀으로써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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