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영화관> 오픈은 작년 11월 위드 코로나에 맞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던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좋은 시점이라 생각했죠. 그렇지만 한 달 뒤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종이 퍼지고 전에 없던 규모의 대유행이 시작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렇게 사적 모임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된 거리두기 규정이 나온 12월 말에는 시범운영으로 사람이 하나 둘씩 겨우 모이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이제 기지개 좀 켜나 싶었는데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었죠. 사람들은 다시 집에 틀어박혔고 저희 집 거실은 썰렁해졌습니다.
모임을 열 수 없는 일주일간 답답함만 깊어갔습니다. 입바람 훅훅 불어가며 지핀 불 위로비가 내린 격이었죠. 이미 저희 집에 저를 포함해 세 명이 있기에 모임을 연다고 해도 한 명 밖에 부를 수 없었죠. 의미가 없었습니다. 거리두기가 풀리길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주 작은 불씨에 입바람이라도 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4인 모임이라도 열기로 하고 말이죠.
문제는 같이 사는 구오빠와 또 한 명의 하메였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3명이 있기에 와도 하메들이 있으면 같은 공간에 6명이 있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모임 하는 시간대에는 저를 제외한 하메들은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방 안에만 있는 걸로 했어요. 고육지책이었지만 같이 기획하고 준비한 모임인 만큼 다들 흔쾌히 협조해줬습니다.
6명에서 4명으로 인원이 줄은 만큼 모임의 운영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어요. 인원이 적은 소규모가 되다 보니참여하시는 분 한 명 한 명의 성격에 따라 그 날 모임 분위기가 좌우되는 거죠. 본격적으로 기획이란 걸 하기 시작했어요. 컨셉에 맞춰서 영화를 선정한 다음 이에 관심 있을 만한 분들이 신청해주시는 거죠. 주제를 구체화할수록 좀 더 성향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올 거고 대화는 스무스하게 흘러갈 거라 예상했습니다.
거기다 일종의 추천병(?) 같은 게 있는 저는 재밌게 본 게 있으면 어떻게든 추천을 안 하고는 못 참거든요. 그렇게 추천한 걸 재밌게 봤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나 그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때 말이죠.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그냥 보러 오라고 하는 것보다 재밌는 컨셉을 기획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관람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하여 기획한 첫 번째 모임은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커플을 부러워한다는 클리셰(?)적인 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기획한 이 모임은 말 그대로 솔로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컨셉이었습니다. 영화도 혼자 볼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관심도 없는 사람과 커플 행세를 하는 모임보다는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정이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영화는 컨셉에 따라 <혼자 사는 사람들>로 정했어요. 작년 전주영화제 상영 후 개봉하여 공승연 배우의 세밀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통해 1인 가구 위주로 변하는 사회의 변화상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지 생각해볼 수도 있구요. 가끔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제일 외롭게 하기도 하니까요. 클라이막스의 전화 통화에서 진아(공승연)의 절제되었던 감정이 터지는 씬은 억지 신파보다는 내면의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당일 한 분의 노쇼로 원래는 4명 예정이었던 모임 인원은 3명으로 줄어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와인 한 잔씩 마시며 각자가 혼자 지내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선물교환까지 했답니다. 모임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것 같았어요. 고민하면 어떻게든 해결방안은 찾을 수 있나 봅니다.
이후에도 이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모임을 기획했답니다. 그 기록은 계속해서 남겨둘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