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를 보면
할로윈 공동묘지 에피소드가 하나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심에도 공동묘지가 흔하다.
한국 정서로 묘지라 하면 모름지기 터가 좋은 산에 있어야 할 것이고,
화장터 장례식장도 교외에 있어 굳이 찾아가지 않는 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묘지라는 것은 동네 곳곳에 있기도 하고
흐린 눈으로 보면 꽤나 잘 조성된 공원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의 공동묘지는 대체로 해가 뜰 무렵 오픈해서 해가 질 때 닫는 것 같다.
그리고 성묘를 가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곳을 산책해도 괜찮다.
굳이 누가 공동묘지에 산책을 가겠냐만은
우리는 한때 동네 묘지 산책을 즐기곤 했다.
대체 누가 그런 행동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묘지 탐방을 다녔던 것은 따로 이유가 있었다.
그맘때쯤 우리가 즐겨하던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게임 속 체육관이 의외로 공동묘지 안에 많이 있었다.
게임에 푹 빠져 살던 우리는 의외로 공동묘지 안의 체육관이
꽤나 지키기 쉽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체육관 정복에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한동안 동네의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며
산책도 하고 체육관도 정복하는 일석 이조(?)의 나날들을 보냈다.
미국의 학교라는 것은
대체로 무진장 범위가 커지기도 한다.
땅이 넓으니 부지만 된다면 학교가 정말로 커지기도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만 해도 아주 넓은 곳이 많고,
대학교라고 한다면 부지도 넓고 수목이 곳곳에 잘 조성되어
산책하기도 아주 좋은 것이다.
남편이 다니는 대학교는
학교 부지가 여타 정말 큰 대학에 비해서는 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공원과 골프장이 함께 붙어있어서 그것까지 친다면 그래도 범위가 꽤나 넓다고 할 수 있다.
날 좋은 어느 날 학교를 따라 걷다가
잠시 골프장도 걷다가,
또 공원도 걸었다.
딱히 경계가 나눠진 게 아니어서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이곳이 어디인지
나조차 모른다면 이렇게 걸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러나 골프장은 골프를 치는 게 아니면 걸으면 안 된다.
물론 많은 수의 골프장은 public golf course이지만,
그것이 골프와 관련 없는 trespassing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안전상의 이유일 것이다.
골프장은 아무래도 골프공이 날아다니는 곳이므로
사용자가 아닌 이상 갑자기 골프장 안 길을 걷다 공을 맞으면
그것을 보상받을 방법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고 인도가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도
골프를 치지 않는 이상, 골프장을 산책 겸 걷는 것은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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