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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to Transcend Apr 15. 2024

진짜 마지막 시험 후기

2월 말, 지난번 치른 시험의 결과가 나왔지만 바로 다음에 있을 4월 시험을 접수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기존 LSAT은 6월까지만 시험이 유지되고, 8월부터는 새로운 시험이 도입된다.

그래봤자 LG(AR) 섹션이 사라지는 것뿐이지만, LG는 나의 효자 과목이었기에 어떻게든 6월까지는 시험을 마무리해야 했다.


두 번째, 여름방학에 한국에 가야 한다.

물론 6월 시험은 international test라서 미국이 아닌 한국에 가서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나가있는 동안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그 와중에 계속 공부를 해서 시험을 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가기 전 마지막 시험인 4월에 모든 걸 마무리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2월 시험이 끝나고도 며칠 쉬지 못하고 바로 다시 공부 모드에 돌입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기간은 2달이 채 안 됐지만, 가장 힘든 시간들 중 하나였다.


마음이 항상 뭐에 쫓기듯 불안해서 공부와 휴식을 적절히 분배하기 어려웠다. 이건 단기로 할 때는 괜찮았지만, 몇 달간이나 계속되는 강행군에 뒤로 갈수록 체력이 쉽게 바닥이 났다.


막판에 가서는 멘털도 많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번 시험에서 점수 상승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 힘겨워했다. 매일 책상에 앉아 우는 날이 계속 이어졌다. 


건강도 좋지 않았다. 위장문제는 물론이고 두통과 눈 시림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몸이 아팠다. 그렇다고 시험공부를 놓을 수도 없으니, 이 상황에서 관리할 수 있는 건 해주고, 관리할 수 없는 아픔은 "시험이 끝나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무시했다. ㅎㅎ


달력에 D-day를 표시해 놓고 매일매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 날짜를 지워나갔다. 정말 시간이 안 간다고 느껴진 적도 있고, 정말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낀 적도 있다. 시험공부를 해야만 하는 날들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느껴져서 다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어진 날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이번 시험이 끝나고도 계속 공부해서 6월 시험을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날도 있다.




결국엔 정말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날이 왔다.

나는 그 전날, 혹은 이틀 전부터 매우 떨었다. 긴장을 이렇게나 많이 하다니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시험날 아침부터 일기예보에서 미리 경고했듯, 사람이 걷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돌풍이 계속되었다.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 오래된 목조 건물인 우리 집은 크게 휘청댔다. 소리를 줄이려고 이어 플러그를 착용했지만, 나무판자가 쉴 새 없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시험도 지난번처럼 집에서 remote로 치렀다. 남편은 혹여나 시험에 방해가 될까 봐 2시간 전에 힘내라고 말해주고 집을 나섰다.


시험 1시간 전부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가 미리 들어가 버려야겠다 싶어서 로그인을 했다. 그러자 아직 시험 시간이 남았다고 좀 있다 다시 오라는 말 뿐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30분 전에 다시 로그인했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2월에는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적어서 prometric도 문제없이 잘 흘러갔다. 그래도 재작년 시험에서 프록터 이슈가 크게 있었기 때문에 100%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도 2월처럼 처음 시험을 보러 가는 관문까지 무탈하게 있었다.


첫 세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좌절감이 들이닥쳤다. 자신 없는 과목인 RC가 어려웠다. 주제도 나에게 생소한 것들이라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힘을 쥐어짜 내 여차저차 문제를 풀어 나갔다. 이윽고 2교시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되었다.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바로 화장실만 다녀와서 시험을 재개하려고 했던 나는 타이머 화면이 아닌 proctor pause 화면에 당황했다. 한참동안 "그래도 곧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시계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proctor chat에 시험을 재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서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이미 10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나의 채팅과 음성에도 프록터는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10분, 20분이 흘러 50분이나 경과했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나는 심장박동이 미친 듯이 뛰었고 어떻게 이 위기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Prometric 프로그램을 일단 꺼야겠다는 생각에 exit 버튼을 눌렀는데 무서운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지금 나가면 시험이 강제로 종료된다는 메시지였다. 몇 번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okay 버튼을 누르고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LSAC에서 시험날 문제가 생기면 전화하라는 이메일이 기억났고, 꺼뒀던 휴대폰을 다시 켜서 그 번호로 초조하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의 모든 서비스센터가 그러하듯 오랜 기다림 끝에 상담원 통화가 연결되었다. 다급한 마음에 와다다다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직원은 나에게 다시 돌아가서 인적사항을 하나하나 말하라 했다. 절차를 따라야 하니 발을 동동 구르면서 수험번호랑 인적사항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드디어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말을 했다. 마음이 급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상담원은 내 말을 다 듣더니 그건 prometric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ㅎㅎ 허무하게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돌렸다.


prometric은 LSAC보다 더 통화가 어려웠다. 상담원을 만나는 데까지 하루종일 걸릴 것만 같았다. 계속되는 안내 음성에 지친 나는 시험 프로그램에 다시 로그인을 시도했다. 재로그인을 하니까 한 proctor와 화상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전화 상담원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나는 화상으로 만난 proctor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proctor는 태연하게 내 얘기를 듣더니 미안하다며 그냥 이제부터 다시 시험을 보면 된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잃어버린 내 한 시간 반과 미쳐버린 심장박동은 어떻게 할 거니?)


끝내 연결이 되지 않은 상담원 전화를 끊고 다시 모든 절차를 거쳐 시험을 재시작했다. 다행인지, 내가 봤던 두 세션은 저장되어 있어서 나머지 두 세션만 이어서 보면 된다고 했다.


이미 지쳐버린 몸뚱이를 부여잡고 눈에 불을 켜고 세 번째 세션을 시작했다. 맙소사... 1번부터 너무 어려웠다. 집중이 안 돼서 지문을 여러 번 읽고, 답지도 여러 번 읽어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지금 지치면 안 된다며 마음속으로 셀프 따귀를 몇 대 때리고 다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 나갔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시험 보는 데에 쏟아서 그런지 시험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모든 시험이 끝나게 되었다.


얼마나 정신을 쏟았는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정신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7sage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정도이다.


2년의 시간을 쏟았던 이 시험을 다시 볼지, 혹은 보지 않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동안 나를 많이 성장시켜 준 시험이었다는 건 분명하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다면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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