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봤던 시험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웬일인지 그 전날 저녁까지 마음이 편안했는데
밤이 되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Reddit에는 나처럼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글로 북적였는데,
긴장이 되어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찍 자려고 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남편과 말이 길어져서 새벽 4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겨우 잘 수 있었다.
오히려 이 때문에 시험 결과가 몇 시간 뒤면 나온다는 걸 깜박하고 푹 잤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정신이 퍼뜩 났다.
바로 결과를 확인하기엔 너무 두려워서
다시 Reddit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
웃는 사람들과 울상인 사람들이 5:5 비율로 보였다.
과연 나는 저 그룹들 중 어디에 속하게 될지?
대충 씻고 모니터 앞에 앉아 LSAC에 로그인을 했다.
로그인하고 뭔가 더 클릭해야 점수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웹사이트는 그런 것 없이 로그인하자마자 점수를 띄워줬다.
그래서 고심할 겨를도 없이 내 시험 점수를 마주했다.
약 1년 전 치른 시험보다 점수가 꽤 올랐다.
이 시험은 체감상 단 1점 올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기에
그래도 1년 동안 고생한 것에 보상이 있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라는 사람도 하면 되는구나 싶었다.
물론 인터넷을 점령한 상위 90% 이상의 고득점자들의 기준에서
명문대에 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점수가 의미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이제 나는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된 사람이라서
타인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비교할 수 있는 건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이 두 사람뿐이다.
애초에 zero gen immigrant (over 30), non native speaker의
핸디캡을 가지고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언어 장벽 외에도 정보의 장벽, 자원의 장벽도 견뎌야 했으니 말이다.
점수가 나온 이 순간엔 아주 낮은 점수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온 나를
그냥 잘했다고만 얘기해주고 싶다. 수고했다, 잘했다.
나는 예전부터 이 시험을 4월에 마무리하기로 약속해 뒀다.
그래서 여기에서 여정을 마무리 짓지 않고, 한 달 더 공부하기로 했다.
점수대가 달라지니 마음가짐도 새롭다.
짧은 시간 안에서 과거의 나보다 조금 더 잘하려면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단거리로 바짝 달리며 막판 스퍼트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