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FLOW([교향시편 : 에우레카 세븐] Opening)
사춘기 시절 나에게는 '만화'가 꿈이자 친구였다. 예쁘고 매력적이라 어디서든 인기가 많은 주인공이나,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주인공이 너무나 부러웠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아닌, 더 멋지고 빛나는 '누군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그러다 보니 천을 사 와서 밤새 바느질한 옷으로 코스프레도 하고, 만화 동아리의 장이 되어 회지를 만들면서 '만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꿈은 '만화잡지기자'가 되었고, 고등학교 때 찾아본 '만화잡지기자' 직업 소개 글에 일본어 능력과 운전면허가 필수라고 쓰여있길래 '일어일문학과를 가서 운전면허를 따 두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했다. 고3이 되어 수능을 치고 나니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교대나 사범대로 진학하길 원했고, 나는 그나마 '일본어'와 접점이 있는 '일본어교육과'에 원서를 넣었다.(부모님은 내가 사범대를 나오면 임용이라도 치지 않을까 기대하신 모양이지만, 나는 대학 생활 내내 나의 목적이던 '일본어'만 신나게 공부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니 만화잡지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후였고(웹툰이 막 급부상하던 시기이다) 채용 공고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취업의 방향을 바꾸어 애니메이션 회사의 제작부에 이력서를 넣었고 스물다섯 살 봄, 서울로 상경하여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집을 구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입사한 곳은 애니메이션 회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곳이었는데 제작부는 차장님(직함은 '차장님'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표님이었다)과 나, 이렇게 두 명이었고, 그 외의 직원은 여러 회사에서 일을 받아 작업하는 프리랜서 분들('감독님'이라고 불렀다)이었다.
나의 주된 업무는
1. 새로운 작품을 들어가게 되면 콘티를 번역한 후 일본 담당자와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고, 범위를 정해 컷 배분을 하여 감독님들께 마감 날짜와 작화 시 주의점, 그리고 필요한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전해드리는 것과
2. 그렇게 감독님들이 그린 레이아웃이나 원화 컷을 모아서 포장 후 오후 3시까지 그날의 일본 발송 당번 회사에 전달하고(매달 한 번씩 각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돌아가면서 일본으로 짐을 보내고, 일본에서 짐을 받아오는 업무를 맡았다)
3. 오후 6시쯤에는 일본에서 온 짐을 받아 컷에 쓰인 전달사항을 번역해서(일본의 총감독의 레이아웃 체크가 끝나 원화로 들어가도 되는 컷이거나 재 작화를 요청하는 리테이크 컷 등) 담당 감독님들께 전해드리는 것이 대략적인 한 사이클이었다.
그 외의 업무로는
1. 마감 전에 무사히 작업이 끝날 수 있도록 각 감독님들께 예의를 갖추되 적당한 압박을 담아 작품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연락을 드리고
2. 오후 발송 전 감독님들의 작업실에 가서 컷을 받아오거나, 작화 시 필요한 각종 문의 사항 및 필요한 설정 등을 일본 담당자에게 메일로 요청하고
3. 한 달에 한 번 우리 회사의 발송 당번이 돌아오면 일본 회사의 담당자가 한국에 출장을 오게 되므로 필요한 도움을 주거나 때때로 서울 관광을 시켜주는 일 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막 입사했던 때는 레이아웃이니 원화니 작화 감독이니 하는 기본적인 용어도 몰랐던 터라 우선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차장님이 추천해 주셨던 작품이 [교향시편 : 에우레카 세븐]이었다.
[본즈(BONES)]는 차장님이 매우 애정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였고, 이후 나 또한 그곳에서 제작한 엄청난 작품들을 보게 되었지만([카우보이 비밥]과 [강철의 연금술사] 등이 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교향시편 : 에우레카 세븐]의 오프닝이 충격적으로 멋졌고, 그야말로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때깔이 달랐다. 입사한 후 일하면서 내내 틀어뒀던 터라 [교향시편 : 에우레카 세븐]의 오프닝을 들으면 스물다섯의 내가 느꼈던,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직업으로 삼았다는 뿌듯함과 서울 땅에 나 혼자 온전히 지낼 집이 있다는 든든함과 내 인생이 재미있게 흘러갈 것 같다는 기대와 설렘의 감정이 그대로 떠오른다.
그렇게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애니메이션 제작부 일도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1. 박봉이다 보니 서울에서 자취생활하면서 돈을 모으려면 생활에 필요한 지출 외의 모든 소비를 줄여야 했고, 주 6일 근무라 설과 추석에만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을 보러 갈 수 있었으며
2.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자유롭지 않다 보니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평생 몸담을 게 아니라면 아직 젊을 때 다른 일로 옮겨가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고(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금, 여기'에 충실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만 했던 것 같다)
3. 그 시절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도 중국의 싼 단가와 빠른 작업 속도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회사도 입사 초기에 비해 눈에 띄게 일이 줄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1년 반을 일하고 차장님으로부터 경영악화로 인한 권고사직 통보를 받고서 나는 일본계 무역회사로 옮겨 3년 가까이 서울 생활을 이어가다가 스물아홉 가을, 부모님이 계신 지방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서른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이제 나는 40대가 되었다.
10대에는 '꿈'과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20대에는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30대에는 육아에 매진하여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아이에게 쏟았고,
40대가 되니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는데 앞으로의 인생은 무엇을 쫓으며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살다가 문득 '아, 내가 어릴 적 꿈에 아주 가까웠던 시절이 있었지. 그리고 그건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일이었어!'라고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꾸려왔고, 가능성으로 열려있던 나날을 마음껏 누렸으니 후회는 없다. 그러니 스물다섯의 나를 만나고 싶으면 이 노래를 듣자. 새로운 시작이 주는 가슴이 뛰는 에너지를 또다시 느껴보자!
https://youtu.be/QAmE089GnZ8?feature=shared
[Days] FLOW
번역_아몬듀리
変わり行く季節が街並み染めてゆく
(かわりゆくきせつがまちなみそめてゆく)
변해가는 계절이 거리를 물들이고 있어
曖昧な時間が流れて
(あいまいなじかんがながれて)
애매한 시간이 흐르고
涙色の空を僕は見つめていた
(なみだいろのそらをほくはみつめていた)
눈물 빛 하늘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어
悲しみの波が押し寄せる
(かなしみのなみがおしよせる)
슬픔의 파도가 밀려와
夢は遠くまではっきりと見えていたのに
(ゆめはとおくまではっきりとみえていたのに)
꿈은 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였었는데
大切なものを見失った
(たいせつなものをみうしなった)
소중한 걸 잃어버렸어
あの日交わした約束は砕けて散った
(あのひかわしたやくそくはくだけてちった)
그날 나누었던 약속은 부서져서 흩어졌어
激しく儚い記憶のカケラ
(はげしくはかないきおくのかけら)
격하게 덧없는 기억의 조각
たとえ二人並んで見た夢から覚めても
(たとえふたりならんでみたゆめからさめても)
설령 둘이 함께 꾸던 꿈에서 깨더라도
この想い忘れはしないずっと
(このおもいわすれはしないずっと)
이 마음을 잊지 않을 거야 계속
色褪せた景色を風が流れてゆく
(いろあせたけしきをかぜがながれてゆく)
색 바랜 풍경을 바람이 날려버리고 있어
思い出はそっと甦る
(おもいではそっとよみがえる)
추억이 조용히 되살아나
通い慣れた道歩み進んでも戻れない
(かよいなれたみちあゆみすすんでももどれない)
자주 다니던 길을 걸어봐도 되돌아오지 않아
最初の噓 最後の言葉
(さいしょのうそ さいごのことば)
최초의 거짓말 최후의 말
強がってばっか誤魔化す感情に
(つよがってばっかごまかすかんじょうに)
강한 척 얼버무린 감정에
過ぎ去った季節からの解答
(すぎさったきせつからのかいとう)
지나가버린 계절이 준 해답
So今さら何もできやしないって
(Soいまさらなにもできやしないって)
So 지금 와서 뭔가 할 수는 없다는 걸
分かってたってもうダメみたい
(わかってたってもうだめみたい)
알고 있지만 이젠 정말 끝인 것 같아
所詮繰り返すだけの自問自答 重ね続けてる現状
(しょせんくりかえすだけのじもんじとう かさねつづけてるげんじょう)
결국 되풀이하고만 있는 자문자답 계속 쌓여만 가는 현상
長い夜一人静けさを照らす街灯
(ながいよるひとりしずけさをてらすがいとう)
긴 밤 나의 정적을 비추는 가로등
思い出が走馬灯の様にグルグル脳裏を走り出す
(おもいでがそうまとうのようにぐるぐるのうりをはしりだす)
추억이 주마등처럼 빙글빙글 뇌리를 떠나지 않아
淡い記憶に何度もしがみつこうとするが消えてしまう
(あわいきおくになんどもしがみつこうとするがきえてしまう)
희미한 기억에 몇 번이고 매달려보지만 사라져 버려
悲しみのMerry-Go-Round
(かなしみのMerry-Go-Round)
슬픔의 Merry-Go-Round
真夜中のMelody Slow Dance
(まよなかのMelody Slow Dance)
한밤중의 Melody Slow Dance
あの日交わした約束は砕けて散った
(あのひかわしたやくそくはくだけてちった)
그날 나누었던 약속은 부서져서 흩어졌어
激しく儚い記憶のカケラ
(はげしくはかないきおくのかけら)
격하게 덧없는 기억의 조각
たとえ二人並んで見た夢から覚めても
(たとえふたりならんでみたゆめからさめても)
설령 둘이 함께 꾸던 꿈에서 깨더라도
この想い忘れはしないずっと
(このおもいわすれはしないずっと)
이 마음을 잊지 않을 거야 계속
追憶の日々が照らす今を
(ついおくのひびがてらすいまを)
추억의 나날을 비추는 지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