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3년 차에야 생긴 여유
분명 박사과정 1년 차를 마친 후 퀄 Qualification exam(일종의 논문 자격시험)을 합격하고 나면 브런치를 시작할 작정이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미국에서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아무래도 학위 취득 확률이 높아지니까 웹 상에 박사과정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써도 되지 않겠냐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글을 쓸 기회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웬걸, 1년 차보다 더 바쁜 2년 차 생활을 하는 바람에 글이고 나발이고 시간이 없어졌다. 그래서 결국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작가의 서랍을 다시 열게 되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보자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에 혼자 미국 박사 유학을 시작한 사람이다. 브런치에 의외로 박사 유학생에 관한 글은 별로 없었고, 있어도 석사나 학부 유학생이거나 보통 유학을 가는 방법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라서, 또 의외로 가족 단위로 유학을 많이 오기도 하는데 나는 덜렁 혼자 왔고 앞으로도 혼자일 예정일 비혼인이기 때문에 비혼인으로서 박사 유학 생활을 하는 사람이 생활하는 이야기를 한 번 기록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뭐,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한국어가 더 편한 사람이고, 그리고 나름대로는 퇴사하고 유학을 온 것이므로 온갖 퇴사자들이 몰려든다는 이 브런치에 글을 쓸 자격은 충분한 것 같다. ^^
물론 박사과정 중에 규칙적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자주 못쓰더라도 그냥 나 개인적으로 어딘가에 유학 생활에 대한 단상을 남겨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과연 글을 발행하게 되면 몇 명이나 읽어줄지는 의문이지만 현재의 생활을 남기는 기록으로서 의미를 두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