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혁 Dec 23. 2016

내가 몸 담은 조직이 무너져 내린다

조직과 인간에 대한 생각

내가 몸 담았던 조직이 무너져 내림을 많이 보게 된다. 너무 오래 산 것일까? 

아닐 거다. 그게 조직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다.


내가 몸 담았던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다. 내가 몸 담았던 학교와 교회가 그러하다. 내가 몸 담았던 선교단체들도 그러하다. 


----------


한 조직이 첫 출발 할 때는 이상도 있고, 기대도 있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간다. 그러나 점점 지나면서 무너져 내린다. 인간과 조직이 다른 것은 인간은 그냥 한 생을 마감하면 끝이 나지만, 조직은 인간을 바꾸며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회사를 예로 들어 보자.

한 회사가 무너질 때, 정리해고를 한다. 그러면 주로 다른 데 갈 곳 있는 사람들이 먼저 떠난다. 아무 데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끝까지 남으려고 바둥댄다. 이 과정을 제대로 못 하면, 결국 쓸모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회사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조직은 처음에 세운 목적을 잘 달성하면 된다. 그리고는 가능한 그 목적만 달성하고 해산하는 게 좋다. (그런 조직은 "organization" 이 아니라 "movement"에 가깝다.) 그렇게 해산하면 사람들은 그 조직을 그리워하고 그 조직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반대로 잘 움직이던 조직이지만, 질질 끌고 가면, 사람들은 지치게 되고, 친근 관계나 이익관계를 구실로 조직이 이어지게 된다. 할 일 많은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성격상 "찐득한" 사람, 주요 인물과 관련자, 그래도 그 조직의 사소한 신념 하나에 충성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데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남게 된다.

조직은 그렇게 와해된다.


이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모인다. 그리고 제2의 부흥이 일어날지, 명맥만 유지할지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뒷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라고 말하고 아마 안 쓰겠지...)


---------


조직은 그런 것이다. 조직은 충성의 대상이나, 기대의 대상은 아니다. 그렇게 흥망성쇠를 이어간다. 100년 이상 이어진 조직도 망의 위기를 겪었다. 그리곤 새로 태어난 셈이다. 

무너지는 조직들, 그게 당연한 거다.

그건 내 잘 못이 아니다.


내가 속했던 조직이 무너짐에 안타까워하는 맘 가득한데, 나뿐 아니라, 오늘 아침 얼굴책 여러 곳에서 (정말 신기하게도 여러 곳에서) 자신이 속한 단체, 직장, 교회가 무너짐을 안타까워하는 같은 아픔의 글을 보고 적는다.

그건 내 잘 못이 아니다. 그리고 조직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충성의 대상도 아니다. 내가 읽은 기억에, 하나님은 조직을 신뢰하거나, 충성하라고 한 적이 없다. 신뢰의 대상은 하나님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조직보다는 조직에 있는 한 사람을 신뢰하고, 조직에서는 멀어지는 게 낫다. 내가 읽은 성경대로라면 세상에서 떠나지 못할 조직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가정 밖에 없다.


혹시 내가 그 조직의 주인이라면 "그건 내 잘 못이다." 그럴 땐, 그 조직에서 내가 떠나야 한다. 회개와 용서의 말까지 덧 붙이면 더 좋다. 그리고 번번이 질문해 봐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은 원래 하려던 목적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나도 개독교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