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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영 Mar 20. 2022

매일 지하철을 타는  괴로움에 대하여

내일도 출근을


매일 지하철을 타는 괴로움에 대하여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번잡한 지하철을 매일 타게 된 것은 내 괴로움의 원천이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람에 대한 질려버리는 감정들도 내게는 대부분 스쳐가는 것일 뿐이고, 그것들은 해봤자 식도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라, 물 한잔 마시면 어디론가 떠내려가 버린다. 그러나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큰 고난에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통근길이다. 상쾌하게 일어났어도, 툴툴 털고 퇴근을 했을 때도 항상 고난의 긴 긴 강을 건너야 하는 것은 나를 참으로 괴롭게 만든다. 그것은 회사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이라도 매일 가시밭길을 걸으며 만나야 한다면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점차 식어갈 것이다...


실제로 강을 건너 다니는 그 길은, 너무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하루 24시간을 아까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많이 남지 않은 젊은 날에 그토록 소비적으로, 말 그대로 증발해버리는 듯한 시간이 또 있을까?

 
그 시간을 잘 쓰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지하철에서는 책의 노래가 도저히 마음에 꽂히지 않는다. 눈으로 글을 읽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것이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감동적으로 느껴지기 어렵다. 같은 내용을 집안에서 조용히 차 한잔 마시면서 무릎 위에는 쿠션을 올려두었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책을 그렇게 편안하고 낯익은 풍경 속에서 음미하고 싶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온전히 음악을 들을 수 없다. 나의 종착지가 도달했는가,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해가면서 음악도 들어야 한다. 음악에 집중하려고 귀에 무언가를 꽂아두고 고개를 뻗뻗하게 들고 있는 것은 만원 지하철의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나는 나의 음악을 들을 뿐이지만, 그는 내가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을 보며 자기 쪽으로 시선이 가지 않았으면 한다. 발 디딜 틈 없는 곳에서 시선 역시 공허하게 내 돈다.


자리가 났어도 내리기가 두려워 앉지 못하는 설움이여,
작은 몸집에 남들 어깨에 치이는 연약함이여,
재택근무가 끝난 것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이여.


매일 즐겁게 만원 지하철을 탈 방법이 있다면 내게 알려주오.





Photo by Rodrigo Santos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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