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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영 Nov 02. 2021

존엄한 인생



죽은 사람처럼 살다가

가끔 찾아오는 두통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아무도 없는 듯한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을 때야

누군가 시끄럽다고 도로 외쳐주어

내 가까이에 다른 이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의미를

내가 먹고 있는 밥에서야 찾았을 때

나는 내 젊음을 팔아 양식을 사는 것인가 생각하고

이것은 인간인가 아니면 동물인가 고민이 된다

불행한 꿈을 꾸다 잠을 깨었을 때

수술부위가 아픈 것은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고

지금이 몇 시인가를 가늠해보면

거의 정확하게 맞추는 시와 분

밤은 편하지만 두렵고

아침은 두려움과 함께 자신을 몰아낸다

남들처럼 일어나서 걷고 먹고

똑같이 살아가면서도 이것을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지

그런 고민들은 아침과 함께 모두 몰아낸다.

오늘은 죽을 것이고 내일은 또 태어나겠지만

나는 계속 죽어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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