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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Feb 05. 2022

에이젼시'에서'일하기보다 어려운
에이젼시'와'일하기

UX에서 피할 수 없는 외주와 일하는 방법 

본 글은 일전에 쓴 글 

'UX외주 어떻게 소싱해야 되는가 https://brunch.co.kr/@creativeuxer/14 )'의 후속편쯤 되겠다. 


이와 관련되서는 여러 가지 생각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번의 글을 더 쓸 것 같다. 

( 한 번에 쓰면 좋겠지만, 그때그때 생각나는 기억들을 갈무리하는 것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맘 같아선 한 달쯤 휴가를 내고 숲 속에 글 어가서 글만 쓰고 오고 싶다. ) 

최근에 후배 디자이너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생각들을 다시 글로 옮겨본다 



나는 웹에이젼시 출신이다. 
에이젼시'에서' 일을 했었다. 


그 당시는 웹이 중심이던 시절이라 에이젼시를 '웹에이젼시'라고 불렀었다. 


내가 에이젼시에 들어갔던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쯤은 에이젼시에서 일해봐야 한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만큼 UX분야에 에이젼시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나온 얘기라고 생각된다. 갑에 있던 사람들 중 UX분야에 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에이젼시 출신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발주사의 오퍼를 받아 채용되는 사례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에이젼시 생활을 길게 하지 않은 건 그 업의 태생부터 가지고 있는 발주-수행이라는 업무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내가 했던 프로젝트들이 이름만 대면 알정도의 대기업의 주요 프로젝트 들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발주사(흔히 '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입김이 셌다. 


수행사의 입장에서는 발주사의 요청에 의해 일을 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발주사의 말을 따라가게 되었고, 특히 주요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발주사의 요청대로 진행이 되었다. 그 안에서 기획자의 논리보다는 발주사 담당자의 성향/취향 그리고 그들만의 논리가 우선시되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어느 정도 논리를 가지고 얘기하는 부분은 수용할 수 있었는데, 담당자의 개인 취향에 따른 부분이 논리로 설득되지 않고, 담당자의 고집으로 비화될 때는 개인적인 악감정마저 들 정도였다. 


프로젝트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후에 그런 레퍼런스들이 발판이 되어 좋은 기회들을 맞을 수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 든 생각은 다시는 에이젼시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만큼 에이젼시라는 한계점을 분명하게 보았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반대로 에이젼시를 소싱해서 일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에이젼시'와'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른바 대기업에서는 UX조직이 튼튼하게 갖춰져 있지 않고, 빠르게 전문성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과거 에이젼시에서 일한 이후에 몇 년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후에 몇 년 동안 프로젝트를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여러 번의 외주 수행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중에는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고, 반대로 크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내가 그렇게도 욕하던 갑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한 가지 다짐한 건 내가 욕했던 '현업'의 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말자 였다. ( 에이젼시에서는 발주사 담당자를 통칭으로 현업이라고 부른다. 가끔은, 대기업의 현업에서도 UX를 이만큼은 할 수 있다 던 지, 나만큼은 이 업계를 이해하는 현업으로 남아있자 라는 정의감을 불태우기도 한다. 물론 이건 좀 오버지만, 적어도 안 좋은 현업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고 해야 할까. ) 


그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앞에 글에서 말한대로 좋은 외주를 소싱했다면, 

과연 에이젼시'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첫째, 개인의 취향이 아닌 논리로 얘기할 것 

대기업의 Uxer로써 사는 것도 편하지 만은 않다. 에이젼시에서는 본질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대기업에서는 수많은 프로세스와 절차, 이해관계자의 논리를 조율하고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사연스럽게 피로해지도, 억지를 말하게 된다 '그냥 이렇게 합시다' '저는 이게 맞는 거 같으니 이렇게 해주세요'를 말하는 순간 갑과 을의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긍정적인 관계 속의 외주사와의 관계는 계약상에는 갑과 을로 명시하지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을도 갑을 더 챙기고, 더 많은 것을 수행하게 된다. 그것이 결과물, 바로 서비스의 퀄리티로 이어진다. 


둘째, 상호 간의 상황을 이해하고 조율할 것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그 이유는 이를 악용하는 을도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에서 을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율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OO이 을의 편을 들어, 업체는 쪼으라고 있는 거지~'였다. 


이 말 또한 입장의 차이가 있지만,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파트너십이 없는 갑을 관계와 프로페셔널한 정신이 없는 을을 마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사항들을 요구하게 되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반대로 프로젝트가 또 실패하는 길을 가게 된다. 

하지만 수행사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나, 업체의 상황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게 되면 그 또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아무리 요구를 해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의 요구는 헛된 바람일 뿐이다.

이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명확하게 서로의 요건을 정의하고 계약에 이를 녹이는 것, 상호 간에 양해할 수 있는 범위와 버퍼에 대해 충분하게 인지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셋째, 관행에서 벗어날 것 

이건 좀 마이너 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오랜 기간 이 업이 운영되면서 없어지지 않고 존재한 관행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1) 지저분한 ( 이른바 좋은 곳(?)까지 가는 ) 영업

아직도 존재한다, 주려는 사람도 받으려는 사람도 아직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비딩을 거친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실력보다 영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2) 무급 제안, 대기업의 절차에는 자연스럽게 비딩이 들어가는데, 제안의 비용은 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에이젼시 입장에서는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들지만, 수주를 하지 못하면 날리는 비용이 된다. 반대로 제안을 받지 않고 업체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적절한 비용과 제안의 규모를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차리리 제안 비용을 주는 문화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역시 쉽지 않다. 

 3) 파견

기존의 UX는 파견이 중심이었다. 이유는 기업의 기밀처럼 보안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UX툴은 모두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더 이상 파견이 중심이 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고, 할 수도 없는 시기가 됐음을 말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파견을 요구하고, 인력을 보호하고자 하는 에이젼시느 파견을 꺼리게 된다 ( 실제로 파견을 하면 많은 인력들이 지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


그리고,

세 가지를 넘어서는 핵심적인 한 가지, 바로 "One Team을 만든다는 마인드"이다.

과거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한 프로젝트에서는 해당 회사 대표님과 몇 차례 사전 미팅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 회사에서 분명 업체를 소싱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면접을 보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견적이나, 실제적인 조건이 아닌 서로의 일과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들,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맞춘 뒤,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이 양사의 팀원들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서로 간의 삼고초려가 끝난 뒤,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을 때는 문제 될 것이 별로 없었다. 이미 앞단에서 목표와 생각을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틀어질때면 여과없이 터놓고 대화를 통해 맞춰나가는 자리들이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철저하게 각사의 상황에 맞게 일을 분배했고, 또 상호 간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 결과 좋은 성과들을 도출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결말은, 모든 팀원들이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  원팀처럼 손발을 맞춰 일했던 게 좋았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각자의 역할에도 충실하면서 상호 간을 이해하는 협업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도 모든 프로젝트를 동일한 방식과 과정으로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그만큼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함께 일하는 과정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 그런 파트너를 만나게 되면, 회사를 설득하는 건 나의 ( 또는 외주 관리자의 ) 몫이다. 레퍼런스가 없어도, 또는 업체만의 특성이 있더라도, 그 마인드가 확실하다면 나머지는 노력 여하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대기업 또는 인하우스에서 외주를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생각보다 이 상황을 맞이 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기업은 정해놓은 리소스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성의 업무는 고정적인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외주를 활용하는 게 비즈니즈적으로 좋은 판단이다. 하지만 진정 그 외주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려면, 외주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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