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Dec 19. 2019

꽤 독특한 하나의 이야기, 두 명의 작가

<야간 경비원의 일기>

경상도 말 중에 '단디' 라는 단어가 있다. '단단히'라는 뜻으로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으면서 생각난 단어가 바로 '단디'였다. 이 책을 읽으려면 '단디' 마음먹으시길 바란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지만 한 번에 읽고 이해하기 힘든 무척이나 독특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주인공이 야간 경비원을 하며 블로그에 적어가는 일기 형식이다. 포스팅을 올린 날짜와 시간, 짧은 제목들은 가끔 일기인 듯, 혹은 무척 짧게 구성된 연재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두께는 얇다. 이야기를 읽으며 딱히 막히는 부분 없이 쉽게 읽힌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작가의 의도를 금방 알아채기는 힘든 꽤나 불친절한 소설이었다. 


줄거리는 단순한데 한 문장을 몇 번씩 읽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다소 난해한 내용임에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머리를 갸웃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내가 소설에 대한 이해력이 이렇게나 떨어졌나?' 자꾸 반문하게 된다.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 자체가 신선하고 독특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는 연작들이다. 그래서 핀 시리즈를 접하게 되면 이번에는 어떤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책일지 기대가 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낯설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핀 시리즈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나에게 이번 책들보다 조금 더 난해한 책이었다. 이미 책을 읽으신 다른 리뷰어들의 작가의 말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글을 읽었다. 책을 읽은 후 한참 동안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까 고민하던 내게 그분들의 글은 위로이자, 나만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안심을 안겨주었다.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한 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었는데 책의 말미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또 다른 소설이 있었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이어, 키토에서'라는 제목을 가진 박솔뫼 작가의 이야기였다. 하나의 이야기를 두 명의 작가가 들려준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와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는 이 책을 수월하게 읽었고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는 대충은 알겠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 느끼게 되는 이 묘한 감정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은 것인지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독자라면 도전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전 시리즈의 책들보다 더욱 친절하지 않다. 그러니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은 독자라면 당신의 느낌을 꼭 SNS에 올려주길 바란다. 그렇게라도 이야기를 공유해보고 싶은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에게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와 할머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