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정적인 사람
"담담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몇 번을 혼자 읊조렸다.
어린 시절부터 정적인 사람이었다.
동적인 사람을 갈망하는 정적인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잔잔하기보다 , 나를 잠깐 내려놓고
타인에게 나를 조금 더 낮은 모습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고집이 있기에 그 믿음을 이내 사실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웃었고 , 웃게 했다.
난처한 질문을 들을 때에는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나를 다시 한번 내려놓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방식으로 답을 하며 상대의 질문을 먼 곳으로 보냈다.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밝은 사람인척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마땅한 감정선을 알지 못해 그저 그 선의 중간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한 손으로 꼭 잡고는
"더 이상은 넘어가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내가 잡은 손의 힘보다 강한 자극들에 의해 힘없이 그 선의 중심을 지켜내지 못하고
흔들렸다. 수없이
어느 순간 그 선 위에서 놓인 손을 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 꼭 꼭 숨겨두기 시작했다.
애초에 선 위에 손을 놓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았다.
내가 정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아니었다.
차근차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준비는 거의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