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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 문 Dec 05. 2020

#18 문경의 자연과 함께하는 삶

갤러리 나무/자연 담을 농부/칠황 인터뷰

#많이 지각했다!! 미안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달빛탐사대> 브런치 쓰는 작가 에른입니다. 지난번 발행한 브런치 이후 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본래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달빛탐사대>의 공식 일정이 11월 20일부로 종지부를 찍게 되면서 여러 대원들의 프로젝트 진행을 돕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답니다. '영천장'팀의 영화 촬영 현장에 문경 지역에서 섭외된 아역 배우들을 케어하러 가기도 했고 '신기, 내 기억 속 하얀 기계' 공연을 위해 일주일간 신기 시멘트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죠. 틈틈이 대원님들과 인터뷰 진행은 해왔지만 글로 옮기는 시기가 너무 늦어지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공식 일정 종료 7일 후인 11월 27일에는 대원들의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호 '영천장' 인터뷰와 함께 그동안의 소식 모음으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달빛탐사대> 브런치를 위해 탄생한 제 부캐 두 마리(?) 연예 기획부 직원 '콘샐러드'와 달빛 도서관 사서 '무너냥'이 쓰는 브런치는 다음호가 마지막이 되지 싶네요. 왜냐믄 본캐가 이번 달 말 깊은 산속 안식처로 퇴장(!)할 거거든요! 캬캬캬. 여러분 즐거웠고! 행복했고 힘들었고! 우리 조금만 쉬고 또다시 봅시다! 앞으로도 함께이기 위해 나는 잠시 혼쟈가 된댜



# 코로나 시대, 그럼에도 Beautiful Connetion


콘샐러듭니다. 오늘 제가 찾아간 곳은 '카페 피코'. 브런치 초반부터 여러 번 모습을 보여드렸던 곳인데요. 8월 초 모집 설명회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생애 가장 매력적인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많은 분들을 모시고자 했는데, 정말로 퐈이팅 넘치는 분들이 오셔서 4개월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네요. '카페 피코'는 그동안 <달빛탐사대> 1호점 '연분'의 스콘을 판매하게 되었고, 청년작가팀 '혜윰'의 전시회를 치렀으며, 현재는 '갤러리 나무'의 전시회를 위해 2층에 잠시 변화를 준 상태입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위로한 명치때려님의 전매특허 포즈

콘샐러드(이하 콘) : 명치때려님 반갑습니다. 평소에는 편한 차림으로 뵀는데 오늘 갤러리에서 이렇게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명치때려(이하 명) : 안녕하세요. 사실 제가 평소에 이런 패션 스타일을 좋아해요. 아무튼 27살 명치때려입니다. 농업이 미래 산업이라는 생각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올해 프랑스로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포기한 후 갑자기 예비 창업자가 됐습니다.


미식의 나라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 농업 규모가 매우 큰 국가 프랑스. 명치때려님은 프랑스가 농산물을 예술화 시키는데 탁월한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해 공부할 곳으로 이곳을 선택했었습니다. 농촌이나 마을을 하나의 전시장이나 축제 공간, 더 나아가 사회적 경제 구조로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죠.

 

명 : 뭘 하든 정보 싸움이에요. 저는 인생을 쉽게 살고 싶어요.(웃음) 그러기 위해선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게 중요해요. 대학교를 다니며 각종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로 유학을 준비할 때는 유럽에 대학원 위치를 바꾸며 공부할 수 있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선택해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거나 용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일도 준비했었어요.


갑작스러운 유학길 단절로 명치때려님은 숲 지도사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공사에 취직하기 위해 유아 숲 지도사 자격증을 따두었던 것이 어쩔 수 없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에 빠른 인생 재설계를 하는데에 도움이 된 거죠.


명: 근무를 하던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가 <달빛탐사대>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봤어요. 예비 창업자로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던 차였고 이 사업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지원 경쟁 범위가 좁아지는 거니까.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정보를 수집했고 아는 분들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어서 도전했죠.  


옛 유럽의 의사 가면을 쓰고 한 컷

명치때려님이 <달빛탐사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전시기획’입니다. 처음 제출한 계획서에서는 청년 작가와 원로 작가를 이어주는 전시를 하고 싶었죠.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재설계를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Beautiful Connection>이라는 주제로 ‘카페 피코’에 갤러리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명 : <Beautiful Connection>은 문경새재 근처 ‘카페 피코’에서 11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해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이 힐링을 하고 심신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해서 그림 전시와 함께 아로마 원데이 클래스도 준비했어요. 저는 오랫동안 아로마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왔어요. 평소에도 향이나 먹을 수 있는 아로마 등을 애용하죠. 제가 알기론 유럽에 흑사병이 돌았을 때 유일하게 병에 걸리지 않던 직업군이 아로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항바이러스, 항 멸균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안전한 전시를 위해 갤러리에도 디퓨징을 해놓았어요.


저도 예쁜 병에 페퍼민트+레몬 아로마 담아왔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전시회를 위해서 준비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도슨트 프로그램인데요.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외국에는 집에서 나가지 못해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3개 국어로 전시와 그림을 설명하는 영상을 준비하고 있죠.


명 : 이번 전시회에는 동요 ‘노을’을 작사하고 여러 권을 동화책을 지으신 이동진 작가님과 제가 기획한 그림들로 구성했어요. 작가님은 ‘이동진체’라는 폰트도 있는 유명한 분인데 문경 출신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유적지가 많은 이 곳을 정말 좋아하세요. 그래서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를 위해 문경의 12곳을 직접 선정해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지금 시국과는 달리 세상의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는 귀엽고 따듯한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서 <갤러리 나무>를 방문한 분들이 포근함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진 작가님과 명치때려님의 인연은 3년 전부터 이어졌습니다. 아직 학생일 때 만난 작가님의 열정적이고 꾸준한 모습을 존경하게 되었고, 만날 때마다 해주신 재밌는 미술 이야기는 농업을 전공한 대학생을 미술에도 깊이 빠져들게 했죠.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인 회사 <디자인 나무>, 그리고 이번에 시도한 <갤러리 나무>의 씨앗을 심어준 것도 작가님인 것 같다며 명치때려님은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명 : 작가님은 매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세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꾸준히 일을 하는 게 재능을 이긴다는 생각을 작가님을 보면서 하게 됐거든요. 마치 영화 <인턴> 같다고도 생각해요. 70대의 작가님과 20대 청년 대표의 만남. 이번에 작가님의 그림으로 벽걸이, 탁상 달력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는데, 감사하게도 청년창업자금으로 쓰라며 전시뿐만 아니라 펀딩에도 작품을 제공해주셨어요. <디자인 나무>의 현판도 직접 만들어주셨고요.


회사 이름이 ‘나무’라서 떠오른 생각인지는 몰라도 두 분의 관계는 흡사 흙과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0년간 양분을 다져온 토양이 27년 된 작은 나무를 위해 부족하지 않게, 또 넘치지도 않게 영양분을 주는 모습. 하지만 작은 나무는 흙에만 의존하지 않고 햇빛과 물과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 성장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명치때려님은 어딘가 의외성이 넘치는 분이랄까요? <디자인/갤러리 나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바로 본인의 사주 때문이라고 하네요.


명 : 사주를 보면 저는 땅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무가 있어야 좋다고 생각했어요. ‘나무’라는 회사 이름이 또 어디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쓰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계속 강조하지만 저는 인생 쉽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고민 더 안 하고 <디자인 나무>로 정했습니다.


'인생을 쉽게 살자'. 인터뷰를 하면서 이미 여러 번 듣게 된 명치때려님의 인생 신조. 하지만 쉽게 인생을 나아가기 위해선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집중과 노력이 필요할까요. <카페 피코> 2층을 갤러리 공간으로 바꾸는 모습에서도 명치때려님의 많은 구상과 꼼꼼한 준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카페 피코>를 여러 번 들려본 분들이 시라면 느끼시겠지만, 지금 2층 공간은 일부 창문을 막아 다소 실내가 많이 어둡고 그림을 비추는 집중 조명이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명 : 2층 공간을 최대한 갤러리처럼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외부로부터 빛이 많이 들어오거나 조명이 너무 밝으면 그림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이 공간에 일부 변화를 준다고 해서 여기가 카페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간에 시선을 뺏겨 작품에 눈길이 안 가선 안 돼요. 보여주려는 것,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들리신 분들 중에 '여기 이제 카페 안 하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 의도가 공간에 잘 반영된 것 같아요.


명치때려님은 요즘 조금씩 괜찮은 부지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카페 공간을 빌렸지만, 사무실이나 <갤러리 나무>의 상설 전시장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건데요. 기회가 된다면 먼 훗날에는 그곳을 중심으로 예술가 마을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숙박도, 교육도, 판매도 가능한 예쁜 마을의 이장이 되어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은 결의가 있죠. 프랑스에 다시 유학을 갈 수 있다면 잘 살고 있는 마을들의 좋은 리더를 만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꼭 배워보려 합니다.

 

명 : 다 같이 먹고살 수 있으면 좋고,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고, 그곳에서 만든 것들이 넘쳐서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이동진 작가님의 문경에 관한 열두 가지 그림, 아로마 클래스를 만나 볼 수 있는 전시 <Beautiful Connection>은 00월 00일까지 <카페 피코>에서 열립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아래 텀블벅에서 2021년 달력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흐흐 나도 달력 세트 벌써 밀었다


텀블벅 후원하러 가기▽▽

https://www.tumblbug.com/8e081cf1-5170-4e73-8054-795a60ce44d3

문경 시장님도 다녀간 갤러리 나무의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gallery_na_moo/?hl=ko


명치때려님의 유튜브▽▼

https://youtu.be/stuPnE2zpX8

12월 6일에 열리는 <한눈팔면 지나가는 바이올린 연주회>도 놓치지 마세요!




# 문경사과축제 사과 품평회 은상, '자연담을 농부'


한동안 문경시청TV에 업로드되었던 기획 콘텐츠가 있습니다. <우리 농사할까요> 인데요. 문경시청 소속으로 컨텐츠를 제작하는 정민찬 씨와 지역의 청년 농부 장현우 씨의 합작으로 8회 동안 좌충우돌 농사일기를 보여주었죠. 결국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한 채 끝나긴 했지만, 농사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재밌는 영상이었습니다.


문경시청 TV 브로맨스 <우리 농사할까요> 보러 가기 ▽▼

https://youtu.be/luxTsGVyNbc


사실 이 컨텐츠에 등장하는 야옹 가득한 농장과 주인공 장현우(20)님이 오늘 인터뷰이와 깊은 관련이 있어 소개했는데요. 바로 문경읍에서 사과 농장을 하고 있는 농부이자 장현우군의 어머니 <자연담을 농부> '새댁'님입니다.


콘 : 놀랐어요. <달빛탐사대>는 청년사업이라 만 39세만 지원이 가능한 조건이었는데 이렇게 장성한 아드님을 둔 대원이 있으실 거라 생각 못했거든요.

새댁(이하 새) :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았어요. 처음부터 문경에 산건 아니었고 아이들 초등학생 때 왔죠. 서울에서 살 때는 고객센터에서 3-4년 정도, 무역회사, 학교 행정실 등에서 근무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신랑이 시아버님을 모시기 위해 사표를 쓰고 먼저 내려왔고, 한 동안 분기별(?) 부부로 살다 가족들 모두 문경으로 이사했습니다.

귀농을 택하기보다는 선택당해서 왔다고 말하는 새댁님. 그때부터 쭈-욱 마을에서 새댁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자의로 선택한 것이 아닌 건 자녀들도 마찬가지. 기질에 따라서 이곳 생활의 만족도가 다르다는데요. 현재 고등학생인 딸은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잔뜩인데 반해,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농업의 길을 선택해 지금은 관련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 깊은 교류를 하고 있답니다.


새 : <달빛탐사대>를 알게 된 건 시청 홈페이지에 뜬 배너 덕분이었어요. 사실 그땐 이 사업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는데, 1차에 도전한 지인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2차 모집 때 지원해 참여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진행해 온 프로젝트는 저희 농장에서 쓰는 포장재들을 '제로웨이스트'를 목적으로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하는 거고요.


대영농장의 새댁 리브랜딩을 고민하다

어느 날 아들 장현우 군과 함께 찾아간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농부시장이 고민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친환경 포장뿐만 아니라 사러 오는 사람들도 비닐을 쓰지 않고 장바구니나 통에 담아 가는 시장.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본 이후로는 반성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새 : 판매자로서 제품이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도착하고 섭취되도록 정성껏 준비하는 것이 판매자로서의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포장재의 분리배출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나 거기까지 고려하지도 못했던 거죠. 포장재도 결국 내가 만들고 환경에 영향을 주는 과정 중에 하나이니 대대손손 땅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임을 알았어요. 마침 <달빛탐사대>에서 해당 부분을 실험할 수 있는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거죠.


크라프트지 재질의 박스, 종이 난좌, 종이 뽁뽁이, 종이 테이프, 종이 패드. 새댁님이 고민하고 있는 친환경 포장재들입니다. 환경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새 : 사과가 배송되는 과정에서 멍들지 않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달빛탐사대> 프로젝트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내가 단가가 비싼 종이 포장재를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해요. 내가 이 형식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또 그것을 소비자들이 '가치'로써 인정할 수 있을까? 사과 수확이 11월 둘째 주에 끝이 난 상태이니 새로운 상자 내부에 안내장을 넣어서 발송을 해보려고요. 피드백도 받고요.


새댁님은 친환경 포장재 외에 '자연 담을 농부'의 새 브랜딩도 <달빛탐사대>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저와 인터뷰를 할 당시에는 아직 로고 시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곧 아래와 같은 예쁜 로고가 탄생했죠.

 


콘 : 그런데 왜 사과를 선택하셨나요?

새 : 사과라는 작물은 설명하지 않아도 사과예요. 그런 점이 좋아요. 눈으로 봐도 품질을 알 수 있고 게다가 대중적이죠.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달 수입을 낼 수도 있어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월급 받는 농부'였거든요. 1년을 통째로 투자해 수입을 얻는 농업 구조에서 너무 실험적인 작물로 시작하면 경제적인 부분을 많이 포기해야 해요.

새댁님의 사과는 작년부터 문경사과축제 품평회에서 차례로 동상,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1차 블라인드 테스트, 2차 과수원 현장 테스트, 3차 농업인의 마인드를 모두 보는 종합 품평회에서 매년 점차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과 자부심이죠.


새 : 생산량의 50-70% 정도는 택배판매를 하고 있는데 그런 문자들이 올 때가 있어요. '마지막 한 알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정성이 느껴집니다.' 저희 사과가 너무 마음에 들어 10박스치 돈을 미리 입금하신 분이나 먹고 난 뒤 역으로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도 가끔 사과 넣고 빈 공간에 텃밭에서 나오는 것들을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거래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져서 정말 좋아요.


처음에는 농협이나 공판장에 보냈던 새댁님. 개인 판매로 생산량의 반 이상을 팔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외지인으로서 문경에 정착하는 것도, 품평회 은상까지 오른 것도 한 번에 해낸 것은 아니었죠. 그렇지만 차근차근 공부하며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새 : 호미질도 안 해보고 시골에 정착했는데 지금은 굴삭기, 지게차 면허, 농약이나 기계, 생물, 유통에 대한 공부도 해요. 농업이라는 게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훗날 다른 작물도 도전하려고 하지만, 앞으로도 기본은 사과 농사로 하려 해요. 뭐든 그야말로 가족이 바로 따서 먹어도 좋은 작물을 기르려고 항상 노력할 겁니다.




# 인생 2부,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장 '칠황'


오늘의 마지막 인터뷰이를 만나러 이번엔 문경시 산양면 ‘칠황’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넓은 부지에 잘 갖춰진 사무실. 비닐하우스가 무려 25동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장이었는데요.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가니 한편에 나무로 된 실내 정자와 옻칠을 한 원목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슈퍼 균으로 발효시켰다는 보이 찻잎을 따듯한 물에 우려 대접해주시는 두 분. <달빛탐사대>에 채 돌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최연소 명예 탐사대원 도훈이의 엄마, 아빠이자 '칠황'의 대표 김진선, 이원용 대원입니다. 


우리 도후니♡

콘 : 오늘은 도훈이가 없네요. (아쉽) <달빛탐사대> 삼촌, 이모들의 귀요미 우리 도훈이.

김진선(이하 선) : 친정에 가 있어요. 애가 사랑받는 걸 알아요. 아이를 데리고 공식 일정에 참여하는 게 처음엔 너무 조심스러웠는데, 다들 아이를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아이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사실 많지 않은데 정말 편안했죠. 


부부가 문경에 내려온지는 각각 8년, 5년 차가 되었습니다. 남편 원용님이 아버지를 따라 먼저 자리를 잡았고, 몇 년 후 혼인한 뒤 진선님이 정착했죠. 처음 만나 정착하기까지를 이 동갑내기 부부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이원용(이하 용) : 처음 만난 날 물었죠. "촌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일동 폭소)

콘 : 와 정말 그렇게 물어보셨다고요?? (키득키득)

용 : 내가 촌에서 살 건데, 그게 안 되면 더 만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서. 그리고 그전에 선 본 여자가 자기는 촌에서 못 산다고 하길래. 다행히 이 사람이 우리 집도 촌인데 못 살 이유가 있냐고 하더라고. 

선 : 부모님 집이 청송이었고 저는 서울이나 대구에서 조경설계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뭐 우리 집도 시골인데 문경쯤이야 하고 왔는데 생각 같지는 않더라고. 5년 간 시골에 혼자 있다 보니 친구와의 교류도 적어지고, 만날 사람도 없고. 매일 보는 사람은 신랑밖에 없으니.(웃음)

용 : 사업가는 외로워요. 내가 사업 얘기하면 이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한숨)


달빛탐사대 최연소 명예탐사대원 이도훈(1세)

그런 두 분에게 <달빛탐사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창구였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면접 때도 이 점을 특히 피력했다는데요. 


선 : 동네에 저희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이고. 문경에서 <달빛탐사대>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보는 기회는 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사업의 굉장한 메리트죠. 

용 : 작년에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기 전에는 우리 집에도 드나드는 사람이 바글바글했어요. 우리는 정말 귀찮을 정도였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손님 접대를 했으니까. 

선 : 365일 중에 350일 사람이 왔었던 것 같아요. 하루에 한 팀도 아니고, 어떨 때는 모르는 사람들도 합석해서 놀다가 가고. 청소하고 찻물 받아놓고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으니 뭐 하나라도 들려 보내고.

용 : 그때는 아무리 우리가 사람을 좋아해도 힘들었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자연히 사람들이 정리가 됐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모두 아버지의 자산이더라고. 내가 있는 곳에 사람이 들끓게 하는 것도 힘이고 능력이야. 


원용님께 아버지는 조금 특별한 존재입니다. 부자지간이자 친구, 동업자, 그리고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죠. 원용님이 어렸을 때 출가해 스님이 된 아버지는 군대를 전역할 때 즈음 돌아와 사업을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손님을 대접하셨던 실내의 작은 정자

용 : 할아버지가 한약방을 운영했었는데, 그때 만들어둔 비법서를 아버지가 출가할 때 가지고 가셨어요. 그걸 바탕으로 수행을 하던 중에 속리산 법주사의 큰 스님의 말씀이 '간혹 오래된 옻나무에서 버섯이 난다고 하더라'. 옻나무는 너무 독해서 뭐가 자라질 못하거든요. 전국으로 그 버섯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발견을 했는데, 이게 어디에도 보고가 되지 않았던 신소재 신물질인 거예요. 


'칠황'이라는 버섯 이름도 원용님의 아버지가 직접 붙였다고 합니다. 특허를 받고, 원천기술도 보유한 채로 아들인 원용님을 찾아온 것이었죠. 마침 원용님도 앞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던 차였습니다. 포장마차라도 내 사업을 하자라는 마인드로 상경계열 대학도 진학했었죠. 

각종 특허와 상패들

용 : 원천기술이 있으니까 떼돈을 벌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큰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되더라고. 활용할 데가 많은데 그래서 하나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가공 상품 만들고, 탈취제 같은 다른 분야에 접목시키고, 지금은 저기 한쪽에서 병아리 120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사료에 배합해서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실험 중이기도 해요.


닭의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있는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는 원용님. 열이 후끈후끈 나게 만드는 사료를 먹이니 추운 날씨에도 자연스레 깃털이 빠진다고 합니다. 사료 실험 의뢰인은 고기 맛에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면서 돌아갔다고 하네요. 


용 : 사실 지금까지는 이 사업의 1부였다고 생각해요. 내년이면 사업한 지 딱 10년이 되는데, 지금까지 뭔가 잘 되는 듯 아쉬운 면들이 많았어요. 상복이 많기는 한데, 장기적으로 두고 연구해야 할 품목이라며 지원 사업에서 아깝게 떨어지는 일이 있었고 '나는 농부다'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1000개 팀 중에 5등을 했는데, 협력 업체에서 계속 문제가 생겨서 방송 흐름을 기간 내에 제대로 활용 못하기도 했었죠. 


다 함께 칠황을 방문했던 어느 날

농업으로 먹고살려면 농사만 잘 지어서 되는 건 아니더라는 원용님. 홍보나 마케팅, 문경에 구입한 6000평 규모의 농장을 관리하며 드는 전기세, 인건비, 관리비만 해도 만만치가 않아서 한 번은 농장을 팔려고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장 역시 팔릴 듯 팔리지 않아 계속해야겠구나 싶었다고요. 


용 : 칠황 버섯의 효능이 연구 결과로 입증된 게 바로 올해였어요. 저는 몰랐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는 교수님한테 연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달라 하셨더라고. 그런데 그걸 나한테는 알리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가셨어요. 

선 : 심장마비로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죠. 

용 : 그게 돌고 돌아서 올해 서울대학교랑 상지대학교 교수님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더라고. 이 버섯에서 신물질이 발견됐는데, 그걸 분리해서 암세포에 투여했더니 암세포 성장이 억제됐다는 거예요. 연구결과에 '칠황' 농장에서 버섯을 제공받았다고 적혀있는데 나는 연구를 의뢰한지도 몰랐으니 당연히 한 동안 알 수가 없었죠. 나중에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서 버섯이 더 필요하다고 했을 때 연락이 됐어요. 마치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같더라고. 생전에 아버지가 직접 이 결과를 확인하시지 못한 게 참 아쉬워요. 


동규램 삼촌과 함께

다이아몬드 원석을 물려받았으니 잘 세공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원용님. 지금도 아버지의 핸드폰을 꺼내보면 아직 다 시도해보지 못한 레시피들이 가득합니다. 돈이 궁했을 때도 기술을 빼가려는 사람들에게 굴하지 않고 아버지가 끝까지 지켜낸 보물들입니다. 


선 : 상품을 섭취한 사람들의 평이 참 좋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다방면으로 골고루 효과가 좋아서 사기꾼 소리 듣기 참 좋겠더라고요. 당 수치가 떨어진다든지 습진이 사라졌다든지 하는 것도 있고, 어떤 분은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백혈암이 심각했는데, 칠황 버섯 원액을 먹은 뒤에 건강해졌다며 저희를 집으로 초대하시기도 했어요. 사실 아직 저희도 어디에 좋다 하고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구결과가 도움이 되겠지요. 


내년에 시작할 사업의 재도약, 2부를 준비하면서 <달빛탐사대>를 만난 두 분. 농장에 이미 숙소, 밭 등의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라 귀농을 준비하거나 고민하시는 분들의 농촌체험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번 3명의 체험객이 와서 함께 비닐도 씌우고 야채도 수확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행복하게 돌아갔다는군요. 


비닐하우스 보수 작업을 <달빛탐사대>와 함께!

용: 농장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니 살맛이 나요. 시기가 적절치 않아 비닐하우스를 이용해도 수확물이 많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미흡한 시설을 보수하고 앞으로 정리정돈을 더 깔끔히 해서 체험객을 받고 싶습니다. 지금 있는 사무실을 확 줄여도 괜찮으니까 공간을 재편성해서 하나는 식당, 하나는 숙소, 또 하나는 카페로-

선 : 그만해~(원용님의 큰(?) 꿈을 적절히 잘라내는 진선님의 센스) 하긴 근데 저도 그 생각은 했어요. 캠핑장으로 일부를 꾸미면 어떨까. 카라반을 숙소로 사용하는.   


내년이면 이 넓은 농장이 어떻게 바뀌어있을까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조금은 텅 비어버렸던 공간이 <달빛탐사대> 식구들이 들락날락 거리며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뷰 날 단배추를 한 아름 받아 들고 왔는데요. 언제든 누구든 노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싶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부부. 사업의 재도약과 함께 보다 시끌시끌한 '칠황' 농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002. 스태프&참가자 백과

작성 날짜 : 2020년 12월 04일 금요일

작성자 : 잘 나가는 연예기획과 직원 콘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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