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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의 트라우마

이탈라아를 가면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1일1 젤라또를 외치며 매일 젤라또를 사먹었다.      

보통 아이스크림보다 과일이나 재료맛에 더 충실해서 내 취향에 딱이다. 상큼하고 맛있다.


컵으로 먹는것보다 바삭한 콘에 올라가 있는 새콤한 젤라또가 먹음직스럽다.     

발란스를 잘못 맞추면 떨어질 것 같기도하고 좀 늦장부리면 금방 녹아내려서      

가장자리를 핥아먹기가 바쁘다.


아들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팔을 움츠리고 불편한 자세로 먹는다. 아이들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팔을  더 바싹 몸쪽으로 당긴다. 같이 가던 친구들이 묻는다.

"야 너는 아이스크림을 왜 그렇게 불편하게 먹어? ㅋㅋㅋ"

그러네 왜 그러지. 그러다 어느 날 생각이 났다.

아들이 열살쯤인가. 여름방학에 캘리포니아 쪽으로 캠프를 간적이 있었다. 

오전에 학교가서 수업을 하고 오면 점심때쯤 아이를 픽업해서 가끔 동네 쇼핑몰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어느날 쇼핑몰을 구경하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들고다니며 먹고 있었다. 아들은 열살이었으니 키도 작고 해맑게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때였다.

아들보다도 더 작은 아이 하나가 지나가다가 아들이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 먹었다. 아들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아이는 미안하고 뻘쭘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단다. ㅋㅋㅋ

지금 상상하면 너무 귀여운데 그 일을 당한 아이는 어찌나 놀랐는지 그 이후로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밖에서 아이스크림 콘을 먹을 때면 팔을 움츠리고 그 아이스크림을 사수하려는 자세가 된다. 

아직고 그때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한다. 듣다보니 짠하다.


아이스크림에도 그런 트라우마가 있었다니~ 나는 그 사건이 잘 기억나지도 않는데 그게 그렇게 생생하다니.

어린아이에게 작은 사건 , 작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도 철없이 어리고 암마가 처음이라 애 키우면서 잘못한게 참 많은데.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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