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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입니다 (계절;가을)

마흔이 믇고 육십이 답하다

2. 가을 ; 부족함     

효경

친구라고 믿고 함께 했던 사람에게 내가 만든 콘텐츠를 빼앗기기도 하고, 평생 갈 것 같던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퉈서 인연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운전 면허를 따면 엄마와 꽃구경 가려 했는데 그전에 엄마는 내 곁을 떠나셨지요.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다는 아빠 말씀이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30대에는 세상이, 아니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너무 순진했던 거죠? 40대가 되니 세상이 조금 무서워지네요.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인데 자꾸 어깨가 움츠려들고 불안합니다. 내 삶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걸까요?     


현정

나는 어릴 때도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간 적이 없어서 학교 다니는 내내 존재감 없이 조용한 아이였어.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랄하면 극 I 성향이었나봐. 나를 표현하는 것에 많이 서툴렀지.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떤 방식이로든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래서 글도 쓰고 춤도 추고 젊을 때 못해 본것들을 하고 사나봐.

30, 40대는 사느라 바빠서 세상이 어떤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 일하면서 살림을 챙기고 아이를 키우고 그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버렸어.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도 자살로 먼저 떠나고, 남편과도 이별하고 나서 혼자가 되고 나니 영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어. 50이 되고 혼자 사는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어.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불안한 생활이지만 그 덕에 주변을 돌아보게 된것도 같아. 

계속 바쁘게 잘나가고 부족한 것 없어서 안하무인인 아줌마가 되었을지도 모르잖아.  좀 힘들어도 지금이 나은 것 같아. 

자신의 삶이 부족함 없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항상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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