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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입가경 Apr 06. 2020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4월의 D플랫-윤석철 트리오

https://youtu.be/WZi8HAcdOwA


*오늘의 글과 들으면 좋을 노래는 '4월의 D플랫-윤석철 트리오'입니다.

(컴퓨터와 아이패드, youtube premium 환경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아침잠이 없어졌다. 종종 새벽 5시 즈음 깨거나, 심한 경우에는 3시 반에도 눈을 뜬다. 밤에 일찍 잠드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다시 자려고 뒤척거리거나, 휴대폰을 본다. 반수면 상태로 눈을 끔뻑거리다 보면 아침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그랬다. 방은 충분히 아침 빛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은 아직 5시 38분, 꿈자리가 별로라 다시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해가 길어져서 새벽이 더 이상 어둡지 않네. 오늘 활동량도 많지 않을 테니 깊은 밤잠을 자려면 이대로 일어나버려도 좋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몇 분을 보낸다.

 

아침에는 귀가 먼저 눈을 뜬다. 새 소리나 이웃집의 물소리, 베갯잇에 내 머리카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정신이 든다. 휴대폰을 집다가 모닝 페이지를 쓰던 기억이 났다. 아침에 잠옷바람으로 기타를 2시간 동안 치던 날들도 있었다. 알람 맞춰 일어났던 새벽에는 좋은 습관을 채우려고 고군분투했다. 이렇게 거저 얻어진 새벽에는 휴대폰 스크롤이나 올리고 있으면서.


인스타그램을 누른다. 글과 그림이 좋아서 팔로우하고 있는 재수(@jessoo /재수의 연습장)님은 나랑 비슷한 시간에 기상하지만 전혀 다른 양상의 하루를 보낸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통해 하루의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어떤 책일까?


격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 뭐라도 해야 하는 조급함이 한데 섞여 나른한 죄책감을 만든다. 일단 일어나 보자. 기지개가 뻐근하다. 입을 헹구고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  그 책을 당장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를 붙들고 싶어 전자책을 찾았다. <아티스트 웨이>와 <타이탄의 도구들>이후로 오랜만에 넘겨보는 자기 계발서, 처음 몇 구절을 읽는데 이제야 새해가 시작된 느낌이 든다.


믿으면서도 경계하는 말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모여 미래가 된다는 것. 이렇게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간단한 명제인데 무기력한 요즘 같은 날들에는 슬쩍 모른척하고 만다. 가만히 있다가 얼떨결에 성공하고 싶다. 그런 와중에도 유재석의 어느 인터뷰를 떠올리기도 한다. 슬럼프 시절 방안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던 때가 제일 아깝다고. 다음 날 방송에서 떨지 말아야 할 텐데 하고 걱정만 하다 잠들 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 몇 배는 노력하고 연습했어야 한다고.


알면서도 눈감았던 것들이 똑똑 마음을 두드린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예, 얼추 괜찮겠는데요. 마음에서 우러난 대답이 나온다. 완독도 아니고, 책 몇 장 읽었을 뿐인데 여분의 하루가 수월하다. 새벽 루틴을 시작으로 하루의 밸런스를 잡는다는 게 이런 걸까? 얼른 책을 다 읽어보고 싶다. 벌써 밑줄 친 부분이 많다. 내일은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즐거운 마음이 들 것 같다. 이렇게 매일이 반가워질 수 있다면, 기꺼이 무엇이든.



  



'오늘 아침 일어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22p

우리 외부 세계는 언제나 우리 내부 세계를 반영한다.-44p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영감, 혹은 절망이다. -63p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76p

오늘은 (중략) 지금까지의 나, 지금까지의 삶과 이별하기 가장 좋은 날이다.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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